윤곽 잡힌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작업, ‘알짜 사업’ 매각 리스크는 여전히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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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3파전', 경영권 지분 매각 가능성↑
성장성 높은 특수가스, "알짜 사업 매각 후 회사 경쟁력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재무부담 위기에 신용등급 하락까지, 리스크 가중에 '결단'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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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매각 측은 소수 지분이 아닌 경영권 지분 매각에 무게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통해 재무부담 위기를 확실히 넘기겠단 취지지만, 일각에선 불안의 목소리도 나온다. 알짜 사업의 기반인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하면 재무부담을 해소하긴커녕 리스크만 더 커질 수 있단 것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경영권 지분 매각에 ‘무게’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주관사인 UBS는 예비입찰을 통과한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 9개사 중 경영권 인수까지 할 수 있는 후보 5개사를 추린 뒤 개중 3개사와 세부적인 조건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효성화학 측은 지난 4월 중순 특수가스사업부 소수 지분(49%)을 인수할 숏리스트를 구성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6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우협)를 선정한단 게 당초 목표였지만, 실사 진행 중 효성화학 측이 소수 지분 매각과 경영권 매각안을 모두 열어놓고 “상세한 조건을 다시 제안하라”고 주문하면서 일정이 다소 밀렸다.

여기서 경영권 인수 조건을 새로 제안한 이들은 스틱인베스트먼트·IMM PE·IMM인베스트먼트·어펄마캐피탈·노앤파트너스 등 5개사며, 현재까지 진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건 스틱인베스트먼트·IMM PE·IMM인베스트먼트 등 3개사다. 사실상 지분 인수전이 3파전으로 압축된 셈이다.

이들 3개사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건 스틱인베스트먼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는 2조원이 넘는다. 당초 원매자들은 특수가스사업부 소수 지분 49%의 가격을 3,5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는데, 지분 전량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 가격이 1조원 내외까지 오를 거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향후 상황을 고려해도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자금 여력은 충분하단 의미다.

IMM PE의 경우 기존 포트폴리오사인 산업용 가스 업체 에어퍼스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가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할 경우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인프라펀드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프라펀드의 목표 수익률(타깃 리턴)이 최저 8%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 목표 수익률(15% 내외)보다 낮아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유리한 요건을 갖췄단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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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에 미래 전망도 비관적, “알짜 사업 매각 자충수될 수도”

이처럼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작업의 방향성에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선 효성화학이 드디어 고삐를 제대로 쥐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이전까지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5월엔 지주사 효성이 특수가스사업을 담당할 신설 법인을 직접 품겠단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효성화학이 특수가스 사업과 관련된 자산을 신설 법인에 양도한 뒤 해당 법인에 효성과 재무적투자자(FI)가 51대 49로 출자하는 식이다. 특수가스사업 계열사를 지주사의 자회사로 올림으로써 자금 유동성을 제고하면서 사업도 영위하겠단 취지였다. 결국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다소 주저한 셈이다.

효성화학이 이같은 태도를 보인 건,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이후 실적이 하락할 수 있단 우려가 확산한 탓이다. 현재 효성화학엔 폴리프로필렌(PP·2023년 기준 매출 비중 61.05%)과 테레프탄산(TPA·14.19%), 필름(PET·나일론·8.55%), 삼불화질소(NF3·5.85%), TAC필름(4.69%) 등 5개 주요 사업부가 있다. 이 중 NF3를 생산하는 특수가스는 AI발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성장에 탄력을 받으면서 효성화학의 수익성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특수가스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84억원, 200억원이었는데, 동기간 효성화학의 매출은 2조7,916억원, 영업손실은 1,888억원이었다. 특수가스사업부는 손실을 이어가는 효성화학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알짜 사업’이란 의미다. 효성화학이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효성화학이 영위 중인 사업 중 비중이 가장 높은 PP 사업의 업황이 부진하단 점도 부담을 키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P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조7,572억원, -11.5%(약 2,020억원 영업손실 추정)에 달했다. 2022년 1조7,374억원, -21.64%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다.

미래 전망도 비관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PP의 원재료인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치솟은 데다, 최근 경쟁 업체인 중국 기업들이 물량 공세를 이어가며 효성화학의 경쟁력이 급락한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NF3를 기반으로 하는 특수가스 시장은 반도체 제조공정 고도화에 따라 높은 성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며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회사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화학 자금 부담 심화, “결단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

이런 가운데 효성화학이 경영권 지분 매각을 공식화하고 나선 건 자금 부담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의 순차입금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말 약 9,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6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부채총계(3조537억원)와 자본총계(619억원)를 고려했을 때 부채비율도 5,000%에 육박한다. 1조5,000억원가량 투자를 단행한 베트남 공장이 잦은 설비 결함 등으로 부진을 겪은 것이 원인이다.

설비투자에 자금을 쏟아 넣었음에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도 치명타로 작용했다. 올해 업황 역시 여전히 부진하기에, 베트남 공장이 ‘풀 가동’ 상태를 유지한다 해도 유의미한 수준의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란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이렇다 보니 신용등급도 하락 수순을 면치 못했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나란히 하향조정했다. 한신평은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더딘 수익성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고, 나신평은 낮은 잉여 현금흐름 수준을 감안할 때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신용등급 하향 이유를 전했다. 재무부담 위기의 실체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하면서 효성화학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