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서는 챗GPT 못 쓴다니” 중국 현지 AI 파트너 물색하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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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AI 모델 견제하는 中, 오픈AI와 손잡은 애플 '난감'
중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 위해 현지 AI 협력사 찾아 나서
바이두와 협력 관계 구축한 삼성전자, 갤럭시 S24에 '어니봇'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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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중국 현지에서 인공지능(AI) 분야 파트너를 찾고 있다. 중국 내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는 오픈AI의 챗GPT 등 서구의 AI 모델을 적용할 수 없게 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와 같이 현지 기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각종 첨단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중국 AI 파트너 찾아 헤매는 애플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AI 기능이 탑재된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중국에서 협력 업체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 알리바바그룹을 비롯해 스타트업 바이촨 AI 등 여러 중국 기업과 대화를 나눴다는 전언이다. 다만 WSJ은 차기 아이폰 모델 출시가 불과 몇 달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 아직 중국 업체와의 구체적인 거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현지 AI 파트너를 물색하는 배경으로는 중국의 서구 AI 모델 규제가 지목된다. 중국에서는 기업들이 AI 챗봇을 도입하기 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AI 모델이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자국민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유출될 수 있으며,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업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베이징의 인터넷 감시 기관인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117개의 생성형 AI 제품을 승인했으나, 그중 외국에서 개발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지 AI 파트너 물색이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본다. 중국 현지 제조사들이 줄줄이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내수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비보는 자체 개발한 AI ‘란신(BlueLM)’을 탑재한 ‘비보 S18 프로’를 공개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아너 역시 올해 초 자체 개발 AI가 탑재된 ‘매직 6 시리즈’를 내놨다. 같은 달 오포도 자체 LLM ‘안데스GPT’가 적용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파인드 X7 시리즈’를 공개하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애플-오픈AI의 협력 관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애플이 중국 외 시장에서는 오픈AI와의 협력을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4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신규 애플 운영체제(OS)에 탑재될 첫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트’를 공개했으며, 이와 함께 오픈AI 챗GPT와 결합된 음성 비서 ‘시리’를 선보였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혁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게 돼 무척 기쁘다. ‘애플 인텔리전트’는 사용자가 애플 제품으로 이룰 수 있는 일, 그리고 애플 제품이 사용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능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애플 고유의 방식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사용자의 개인적인 상황 및 맥락과 결합해 실로 유용한 AI 역량을 제공한다”며 “이 스마트한 역량은 사용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들을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에 액세스할 때도 개인정보와 보안에 만전을 기한다. 오직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AI”라고 소개했다.

애플에 따르면 ‘애플 인텔리전트’가 제공하는 새로운 쓰기 도구는 메일, 메모, 서드파티 앱 등 글을 쓸 수 있는 대부분의 앱에서 사용자가 쓴 글을 재작성하고, 교정하고, 요약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챗GPT와 결합된 음성 비서 ‘시리’는 애플 앱과 서드파티 앱을 넘나들며 수백 가지 동작을 새롭게 수행할 수 있다. 사용자가 글을 쓰거나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을 필요로 할 때에도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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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와 맞손 잡은 삼성전자

문제는 이들 기업의 협력 관계가 중국 시장 내에서만큼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와 같이 현지 기업의 AI 모델을 활용해 다양한 첨단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AI 기능을 갖춘 갤럭시 S24를 출시하며 중국 최대 검색 기업 바이두·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메이투 등 현지 업체와 협력한 바 있다. 바이두는 알리바바, 텐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거대 IT 기업으로, 중국 최초의 생성형 AI ‘어니봇’을 개발했다. 어니봇은 이른바 ‘중국판 챗GPT’로 불리는 모델로 지난해 12월 기준 약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시장 입지를 굳힌 상태다.

갤럭시 AI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가우스와 구글의 제미나이(Gimini)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중국 내 갤럭시 S24 시리즈 제품에는 제미나이 대신 어니봇이 핵심 기능으로 탑재됐다. 어니봇은 갤럭시 S24가 제공하는 실시간 통화 통역, 텍스트 번역, 노트 요약과 같은 기능에 활용된다. 또한 동그라미를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AI에는 바이두 어니봇의 여러 기능을 통합해 통역 통화, 번역 기능과 함께 기타 생성형 AI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