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중심 보상 카드 꺼내든 현대자동차, 노조는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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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PI 신규 도입 등 임금 체계 개편안 제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철 밟을까
"성과보상제 부담" 반대 의견 드러낸 노조, 20일 쟁의 발생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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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인사 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화하는 ‘퍼포먼스 인센티브(PI)’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장기간 유지해 온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 중심 보상을 강화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임금 체계 개편 흐름에 발맞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생산직 위주로 구성된 현대차 노동조합은 이 같은 개편안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연장근로수당 개편안 제시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성과급을 도입하는 내용의 임금 체계 개편을 노조에 제시했다. 대상자는 소위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연구·사무직 분야 사원·대리급 직원 1만여 명으로, 생산직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책임매니저(과장)급 이상 연구·사무직은 현재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대차 임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PI 제도 도입이다. 호봉제를 폐지하더라도 당장 직원이 받는 급여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본급은 연차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기본급 대신 상여금 성격의 ‘연장근로수당’을 손보기로 했다. 현대차는 현재 기본급과 근속수당, 통합수당, 단체개인연금 등을 합한 총급여의 15%를 연장근로수당으로 지급하는데, 이를 ‘퍼포먼스 베네핏(PB)’과 PI로 나눠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중 PB는 연구·일반직 전원에 공통 적용되는 개념으로, 기존 연장근로수당과 동일한 성격을 띤다. 핵심적인 변화는 신규 도입되는 PI에 있다. 현대차는 인사 평가에 따라 직원을 3개 등급으로 나눈 뒤 1등급에겐 총급여의 3%, 2등급 2%, 3등급에게는 1%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PB란 이름으로 기존 연장근로수당보다 더 주고(0.5%p), 추가로 PI를 지급하는 만큼 3등급을 받은 직원도 지금보다 최소 총급여의 1.5%만큼 더 받는 구조”라며 “임금이 줄어드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흐름 쫓나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임금 체계 개편에 나섰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일찍이 직무와 업무 난이도별로 임금을 차등 지급해 왔다. 도요타는 2019년 과장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정기승급을 폐지했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 중심 보상을 강화한 것이다. 이후 2020년에는 일반 사무직 대상, 2021년에는 생산직까지 이 같은 임금 체계를 적용하며 전 직원 호봉제를 폐지했다.

폭스바겐은 1950년대부터 등급 평가 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전문 지식, 솜씨(손기술), 작업 환경, 책임 범위 등 14개 항목 평가 기준에 따라 직무 서열과 임금 등급이 결정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같은 생산직이라도 열악한 작업 환경에 자주 노출되거나 책임져야 할 공구 작업물이 많은 근로자는 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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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 결의한 현대차 노조

다만 생산직 위주로 구성된 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이 같은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보상제가 생산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노사 의견이 좀처럼 합치되지 않는 가운데, 결국 노조는 최근 쟁의(파업) 발생을 결의했다. 노조는 20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원활한 파업 진행을 위해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노조는 오는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여부도 나올 예정이다. 전체 조합원 중 과반이 파업에 찬성하고,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한 뒤 구체적인 파업 일정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수준의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는 지난 13일 열린 8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글로벌 누적 판매 1억 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와 주식 20주 지급 등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협상이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