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 우주 스타트업 1호 ‘AP위성’ 경영권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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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류장수 회장 등 보유지분 24% 취득
1952년생 류 회장이 '승계자' 찾던 중 제안
컨텍, IPO 공모금 등 '현금 자산' 확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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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의 지상국 시스템 엔지니어링/사진=컨텍 유튜브

위성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컨텍이 위성통신 단말기 제조기업 AP위성의 경영원을 인수했다. AP위성은 ‘우주 스타트업 1호 기업’으로 창업주인 류장수 회장이 승계자를 찾는 과정에서 컨텍에 매각하게 됐다. 컨텍의 지난해 매출은 158억원으로 AP위성의 3분의 1 수준이다.

컨텍, 643억원에 AP위성 경영권 인수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컨텍은 최근 류장수 회장과 홈스가 보유한 AP위성 지분 24.7%(373만9,400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1만7,000원으로 총 633억9,980만원 규모다. AP위성 최근 주가가 1만5,800원선임을 고려하면 7%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7월 22일 AP위성 임시주주총회에서 컨텍이 지정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면 경영권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다.

AP위성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국내 최초의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 개발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은 류 회장이 2000년 설립한 1세대 우주 벤처기업이다. 위성체계, 탑재 컴퓨터, 데이터링크 시스템 등 위성시스템 구축부터 위성통신에 필요한 휴대폰 공급까지 폭넓은 기술력을 갖췄으며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이동통신사업자 수라냐(Thuraya)에 위성통신 단말기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94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달성했다.

2001년 설립된 홈스는 류 회장의 아들인 류승환 대표가 운영하는 통신장비 도소매 업체로 류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홈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류 대표는 그간 류 회장이 운영하는 AP위성의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며 실제 승계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류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경영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이성희 컨텍 대표이사와 논의 끝에 매각을 결정했다. 류 회장은 평소 이 대표의 경영 능력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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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위성의 탑재체용 데이터링크(DLS)/사진=AP위성

류장수 회장, R&D에 적극 투자해 기술력 키워

류 회장은 평소 우주 산업과 스타트업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AP위성은 매년 매출의 30%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으며 위성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장기근속 베테랑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수준급 인력과 자본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위성통신 기능 탑재,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중형 위성과 초소형 군집 위성 발사, 달 탐사선 개발 등 다수의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는 대기업과의 관계, 인력 양성과 유출에 대한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AP위성, 컨텍,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등과 같은 우주 스타트업이 힘들게 키워놓은 인력을 대기업이 손쉽게 빼가는 사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류 회장은 “정부가 중소기업의 인력 생태계와 대기업과의 인력 상생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면서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겹치지 않게 역할을 수행해 국내 우주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서도 류 회장은 위성 불모지인 한국에서 20년 넘게 고군분투하며 우주 산업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투자금융업계는 AP위성이 위성통신단발기 매출 증가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향후 3년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952년생인 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회사 매각 결정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컨텍 “업·다운스트림 결합으로 시너지 극대화”

AP위성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컨텍은 2015년 설립한 국내 우주 스타트업 1호 상장기업이다. 지난해 11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는 전 세계 주요 거점 9개국에서 자체 지상국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자체 위성인 ‘오름 SAT’의 발사에 성공하며 인공위성에 대한 운영·관제부터 위성영상 수신·처리·분석까지 우주산업 다운스트림의 벨류체인(End to End)을 모두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우주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위성 본체와 통신 단말기를 만드는 AP위성과 지상국 네트워크·위성 데이터 분석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컨텍이 합쳐져 우주 산업 분야에서 업·다운 스트림을 아우르는 풀 버티컬 체인을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주 사업 시장에서는 위성과 발사체를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리는 것을 ‘업스트림(Upstream)’, 위성에서 데이터를 내려보내고 이를 가공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다운스트림(Downstream)’이라 구분한다. AP위성은 업스트림, 컨텍은 다운스트림에 해당한다.

현재 컨텍은 AP위성 인수를 위해 회사의 재무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컨텍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IPO 공모자금 400억원을 포함해 총 768억원으로 회사의 자산 역량 대부분을 현금화해 경영권 인수를 준비했다. 이와 함께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단행했다. 경영권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면 컨텍은 기존 자회사를 합쳐 총 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