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역량 확보’ 시동 거는 삼성전자, AI 칩 시장에도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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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영위원회, 이례적 GPU 분야 투자 결정
이스라엘 GPU 개발 스타트업 '인곤야마'에도 투자
'500만원 AI 칩' 만들겠다는 삼성전자, 엔비디아 대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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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GPU 개발 스타트업 대상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자체 GPU 개발 역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GPU 투자 본격화하는 삼성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진은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서 GPU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경영위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혐(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된 사내이사가 참여하는 기구로, 기업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를 비롯한 경영방침과 전략 등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GPU 투자 결정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경영위에서 GPU 투자를 결정한 것은 부의안건이 공개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경영위에서는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공장 공사와 설비 투자가 검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첨단 패키징(AVP) 투자 결정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시스템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투자 결정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기반으로 GPU 관련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AI 연산에 주로 활용되는 범용 GPU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제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 HBM 시장 ‘후발 주자’로 밀려난 삼성전자가 자체 GPU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설계도를 기반으로 실물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GPU는 유망한 사업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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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곤야마 홈페이지

GPU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 단행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삼성전자가 이미 지난해 GPU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 관련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GPU 개발 스타트업 인곤야마(Ingonyama)의 2,000만 달러(약 260억원) 규모 시드 펀딩 라운드에 주요 투자자 중 하나로 참여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인곤야마 투자가 자체 GPU 기술력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인곤야마는 지난 2022년 설립된 차세대 반도체 기업이다. 특히 인곤야마의 반도체 칩은 기존 GPU와 유사하지만 고급 암호화를 가속화·완전 동형 암호화를 위해 설계된 프로그래밍 가능한 병렬 컴퓨팅 프로세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용자는 인곤야마 기술을 통해 오픈AI와 같은 머신 러닝 기술이 조작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오메르 슐로모비츠 인곤야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고급 암호화에 의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가속화하는 칩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쫓겠다” AI 칩 개발 포부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엔비디아 GPU에 대항하기 위해 맞춤형 AI 칩을 제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3월20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현재 개발 중인 마하1 칩은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저전력 메모리로도 거대언어모델(LLM)의 추론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AI 추론칩 마하1은 전력 소모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시장 강자인 엔비디아의 AI칩이 HBM을 활용하는 반면, 마하1은 저전력 D램인 LPDDR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사 측은 마하1이 AI 칩을 구성하는 핵심인 메모리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사이의 데이터 병목 현상을 8분의 1로 줄이는 동시에 전력 효율을 8배 높이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마하1의 가격은 개당 약 5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주력 AI칩 ‘H100’이 개당 4만 달러(약 5,5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마하1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칩이 기존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