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하는 범용 D램 시장, 조만간 ‘공급 부족’ 사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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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스마트폰 등 수요 식었다" D램 공장 가동률 지지부진
HBM에 쏠리는 메모리 3社 투자, 범용 메모리는 '뒷전'
내년 중 D램 등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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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D램 시장이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전방 산업의 회복세가 둔화하며 D램 수요 전반이 위축된 탓이다. 다만 시장은 추후 D램 등 범용 메모리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으로 쏠리며 D램 공급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범용 D램 시장 ‘주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 D램 공장 가동률은 80~9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사의 공장 가동률이 속속 100%에 진입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글로벌 시장을 휩쓴 ‘AI 열풍’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수요가 되살아나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업은 2분기 가동률을 속속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감산 기조를 유지하던 일본 키옥시아 역시 주요 팹 가동률을 10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공급 정상화에 나섰다.

업계는 D램 시장 횡보의 원인으로 전방 산업 회복세 둔화를 지목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및 빅테크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로 D램의 핵심 수요처인 일반 서버 투자가 대폭 축소, 수요 전반이 움츠러들었다는 평가다. 느린 서버용 프로세서(CPU) 교체 속도 역시 D램 수요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D램 주요 전방 산업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역시 교체 주기가 길어지며 판매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만간 D램 공급 부족해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차후 D램을 비롯한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례 없는 메모리 수요-공급 불균형이 나올 수 있다”며 “이는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D램 시장이 수요가 공급보다 23% 더 많은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이 HBM보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한층 두드러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범용 메모리는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AI 반도체용 메모리인 HBM을 제외한 일반 메모리를 일컫는 용어다.

보고서는 HBM 투자 쏠림 현상 등이 범용 D램 공급 부족을 부추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HBM은 같은 용량의 범용 D램 대비 2배 이상 많은 웨이퍼를 사용하며, 공정 난도가 높아 생산 수율이 낮은 편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자금·공정 투자가 HBM에 집중되면 D램 생산 능력이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공급망이 HBM으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일반 D램에 대한 투자 부족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2025년부터 스마트폰 및 개인용 컴퓨터의 AI 업그레이드 주기에 추가 메모리 용량이 필요하며, 그때까지 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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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에 집중하는 메모리 업체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HBM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 역시 공급 측면에서 HBM 캐파(생산량)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마이크론은 내년 시장 점유율 25% 확보를 목표로 미국 및 일본 생산 기지의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3사의 메모리 캐파 할당량이 HBM에 쏠린 가운데, 시장에서는 올해 일반 D램 공장 확장 투자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메모리 3사의 올 하반기 D램 생산 역량은 생산 감산이 지속됐던 2022년 하반기~지난해 1분기 대비 9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들의 상반기 수주 상황을 고려해도 연내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D램 가격 반등 이후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구공정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전체 캐파는 축소됐다”며 “HBM 캐파 할당으로 인해 일반 D램 캐파는 지난 2022년 연말 대비 72% 수준에 불과하며, 이처럼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우려와 달리 올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은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