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낮은 수율에 고전 ‘3나노 고객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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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구글·인텔 등 주요 고객사, TSMC에 위탁 생산 
삼성, 3나노 양산 3년차에도 여전히 수율 확보 고전
파운드리 격차 줄이려 BSPDN·GAA 등 신기술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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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팹리스·IT 기업들이 3나노를 주력 공정으로 채택하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대만 TSMC에 물량을 맡기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 수율 측면에서 TSMC에 비해 열세를 보이면서 초반 승기를 빼앗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3나노, 양산 3년차지만 수율 기대 이하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AMD, 인텔, 퀄컴, 미디어텍, 애플, 구글 등 7곳의 기업이 TSMC의 3나노 공정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이 중 구글, 퀄컴 등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칩 물량 유치를 위해 공들여왔던 기업이다. 구글의 ‘텐서 프로세서’는 4세대 제품까지 삼성전자가 수주했지만 3나노 공정이 도입되는 5세대 제품부터는 TSMC 팹을 활용할 예정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제품도 TSMC에 초도 물량을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대만 언론 IT테크뉴스는 “퀄컴은 삼성전자의 수율 불안정성, 보수적인 생산능력 확보 계획을 고려해 멀티 파운드리 계획을 폐기하고 TSMC에 전량을 맡기기로 했다”며 “다만 퀄컴의 멀티 파운드리 전략은 2025년에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적용해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3나노 1세대 공정인 ‘N3 노드(SF3E)’가 양산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나노 공정이 기대 이하의 수율과 성능을 보이면서 암호화폐 채굴용 칩과 같은 틈새시장에서만 채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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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 줄이고 수익 내려면 수율 70% 확보 필요

실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의 수율은 아직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불량품을 줄이면서 본격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율이 최소 70%는 돼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운드리 시장의 ‘큰손’인 애플이나 퀄컴 등도 수율 70%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율이 10~20%가량 개선돼야 한다.

아직 파운드리 시장의 주력 매출은 공정이 안정화한 4~5세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가 60%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4~5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에 우위를 보이며 퀄컴,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들을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은 TSMC와 유사한 70% 수준으로 공정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3나노 공정을 TSMC 추격의 변곡점으로 잡았다. 올해 주력인 4~5나노 공정에서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작업과 함께 최첨단 공정을 통해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저전력 칩이 필요한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3나노 1세대 공정의 수율 70%와 함께 2세대 공정의 수율 6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2나노 공정부터는 파운드리 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한다. 당초 2027년 이후로 예정됐던 상용화 시점을 앞당겨 2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되는 내년이나 2026년부터 해당 기술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엑시노스 2500 등 GAA 기술 선제 적용에 기대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리즈인 갤럭시S25에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3나노 AP 제품 설계를 완료하고 파운드리 사업부를 통해 대량 양산의 마지막 단계인 시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양산까지는 수율과 성능 면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하반기까지는 이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이번 제품은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로,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TSMC는 3나노는 기존 공정인 핀펫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내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TSMC는 이 단계부터 GAA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기술의 축적이 가능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삼성전자가 GAA 구조를 선제 적용하며 TSMC에 앞서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반도체 고객사를 다수 확보해 공정 숙련도를 높이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TSMC 등을 제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평가를 보류하는 분위기다. 과거 삼성전자는 7나노 핀펫 공정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는 초격차 전략을 펼쳤지만, 수율 안정화 등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