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신세계 ‘대쿠팡 연합군’ 결성, 물류 분야부터 본격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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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CJ그룹, 전방위 협력 위한 MOU 체결
PB 상품·콘텐츠 협력 등으로 시장 입지 확보한다
"물류 협력부터 시작" 이커머스 공룡 쿠팡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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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CJ그룹과 맞손을 잡으며 전방위 협력을 약속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그룹이 유통·물류 분야 전반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쿠팡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신세계-CJ 연합군이 쿠팡의 영향력이 막강한 물류 분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탈환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류 분야부터 협업 본격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가졌다. 양사 수뇌부는 한자리에 모여 온오프라인 유통부터 물류, 콘텐츠 사업까지 각 사 사업 역량을 집중해 전방위 협력에 나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업에는 이마트·CJ제일제당·G마켓·SSG닷컴·CJ대한통운·올리브영·CGV 등 양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다.

두 그룹은 우선 G마켓과 CJ대한통운을 통한 물류 분야 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는 온라인 물류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전략이다. 두 그룹은 CJ대한통운의 물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G마켓의 ‘익일 보장’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SSG닷컴은 김포 2곳과 오포에 있는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매각하고, 배송 업무를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 잡아라” 유통·물류 경쟁 구도 변화

시장에서는 양사 협력을 통해 이른바 ‘대쿠팡 연합’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의 압도적인 성장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양측이 ‘설욕전’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시각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298억원, 영업이익 6,174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설립 후 첫 흑자를 달성했다. 반면 쿠팡의 아성에 밀린 이마트는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36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를 냈다.

CJ대한통운 역시 쿠팡에 의해 택배 시장 점유율을 위협받고 있다. 2022년 40% 수준이었던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2023년 8월 말 기준 33.6%까지 미끄러졌다. 반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점유율은 2022년 12.7%에서 2023년 8월 24.1%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 모두 ‘공룡 이커머스’ 쿠팡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군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이들 그룹의 협력이 쿠팡의 영향력이 가장 막강한 ‘물류 분야’에서 시작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연간 기준 16억 상자의 택배 물량을 소화한 CJ대한통운은 이번 신세계와 물류 협업으로 G마켓 스마일배송 연간 물량 3,000만 개, SSG닷컴 새벽배송·쓱배송 연간 물량 2,400만 건을 흡수하게 된다. 신세계 역시 CJ와의 협력을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 본래 강점인 신선식품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며 쿠팡에 대응할 기초 체력을 다질 기회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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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콘텐츠 분야에서도 ‘맞손’

일각에서는 두 그룹이 물류 분야 외에서도 쿠팡을 겨냥한 협력을 지속,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신세계와 CJ는 이마트,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PB(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을 함께할 예정이다. 최근 쿠팡이 PB 브랜드 강화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이마트의 고객 구매 데이터, CJ제일제당의 제조 기술 등을 살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도 맞손을 잡는다. 자체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는 쿠팡과 유사하게 콘텐츠를 앞세운 락인(lock-in) 전략을 펼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측의 구체적인 미디어·콘텐츠 분야 협력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업계는 양사의 협력이 유통업계 전반에 몰고 올 ‘지각변동’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신세계와 CJ가 ‘각자도생’해서는 이길 수 없는 위치까지 성장한 만큼 대등한 시장 경쟁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추후 관건은 이들이 각 분야 협력을 통해 쿠팡의 아성을 위협하고, 시장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