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실적악화’에 인력 수백명 타부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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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사업부, 인력 전환 배치 결정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29.7% 감소
전 세계적인 통신 시장 불황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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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의 실적 부진으로 소속 인력 중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국내 인력 4,000여 명 중 약 20%에 가까운 규모다. 앞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드라이브를 걸며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에서 파견 온 직원들도 대거 원 소속 사업부로 복귀시킨다.

삼성전자, 인력조정안 확정 ‘네트워크사업부’ 인력 재배치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14일 인력 조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타 사업부로 재배치되는 인력은 약 700명이다. 지난 5월 전환 배치 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인력이 타 부서 이동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타 사업부에서 온 파견 인력도 포함된다. 지난 2018년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충원했던 연구개발 인력들도 다시 원 소속 사업부로 돌아간다.

앞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중국 화웨이에 맞서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무선사업부 인력 400여 명이 네트워크사업부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근 네트워크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결국 인력 감축을 포함한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임원 출장도 이코노미로, 네트워크사업부 긴축 경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10일 사내에서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공유한 바 있다. 당시 나온 비상조치에는 비용 절감 방안이 포함됐다. 임원도 출장 시 항공기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하고 숙소도 직원과 동일한 수준을 이용하도록 했다. 이는 현재 경영 환경이 비상 사태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 당시에도 담당 사업부 임원들에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한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또 사업 구조도 기존 성장 중심에서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통신장비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수요가 줄었고 이제 추가 모멘텀은 없는 상황이라 경영 효율화 필요성이 커졌다”며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통신 장비회사 모두가 동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6G 상용화 이전까지 유지보수에 위주로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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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5G 상용제품 풀 라인/사진=삼성전자 뉴스룸

글로벌 통신시장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 5G 추가 수요 없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비상 경영에 나선 것은 전 세계적인 통신 시장 불황 탓이 크다. 5G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추가 수요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먹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5G가입자 수는 2023년 말 기준 16억 명에 도달하며 통신사들의 추가 인프라 구축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에릭손, 노키아, 시스코 등 글로벌 통신 장비 큰손들이 최근 대규모 감원에 나서며 일제히 긴축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전자도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0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29.7% 줄었다. 올 1분기 실적도 국내뿐 아니라 북미 등 주요 해외시장의 매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최근에는 대형 수주계약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상황도 발생해 인력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2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에릭슨과 노키아의 매출 역시 올 1분기 각각 전년 대비 14%, 20% 감소했다. 에릭슨은 올해 전 세계 법인에서 1만 명 이상 해고할 계획이고, 노키아는 2026년까지 전체 직원의 16%를 순차적으로 감원할 예정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6G가 상용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통신장비 시장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은 주요국의 5G 보급이 마무리되며 지난해 487억8,000만 달러(약 67조5,000억원) 규모에 도달 후 2026년~2027년까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미 네트워크사업부는 적자를 겪고 있는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향후 개화할 6G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고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1월 새해 첫 경영행보로 6G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유망기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방문했다. 이달 4일에도 미국 뉴욕 출장길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사업 육성을 위해 협력을 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