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50兆 배터리 교체 시장’ 진출, 전기차 대중화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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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함께 '배터리 신사업 육성 위한 공동협의체' 출범
배터리 교체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 가격 경쟁력 등 개선
'전기차 캐즘' 극복 기대, 일각에선 사업성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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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쉽고 빠르게 전기차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서비스형 배터리(BaaS)’ 신사업을 추진한다. BaaS는 전기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하고 배터리 교체와 성능 평가 등 생애 전 주기를 관리하는 새로운 전기차 운행 방식이다. BaaS가 자리 잡으면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비싼 전기차 가격, 배터리 수명 단축과 재활용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Baas 핵심은 배터리 교체, 시간 줄이고 가격 낮춰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오는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부, 유관 단체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배터리 신사업 육성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출범한다. 간담회에서는 각 기업이 BaaS와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배터리 교체·성능 평가, 보증, 탄소 배출량 측정 등 관련 8개 세부 사업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과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BaaS의 핵심인 ‘배터리 교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교환소를 도심 곳곳에 마련해 배터리를 전기차에서 쉽게 꺼내 갈아 끼울 수 있게 함으로써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에서는 이미 배터리 교체가 보편화됐다.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니오(NIO)는 중국 전역에 배터리 교환소를 2,400개 넘게 설치했다.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안팎에 불과하다.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전기차 가격의 약 40%는 배터리 제조 원가 등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배터리는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100% 충전되는 횟수가 2,000회를 넘어가면 수명이 줄어들고 수명이 다 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중고차 판매도 어렵다. 그런데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게 되면 구매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줄고 충·방전이 반복될수록 감소하는 배터리 수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수거도 쉬워져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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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특례 승인 받아 배터리 탈부착 차량 개발 중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배터리 교체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스틱스MRC는 오는 2030년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장이 366억 달러(약 50조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3년과 비교해 열 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BaaS 시장의 중요성을 본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정부에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 제작을 위한 특례를 승인받아 배터리를 안전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사내벤처에서 지난해 조기 분사한 ‘피트인’을 중심으로 장거리 운행이 많은 택시와 택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교환식 충전 서비스에 대한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피트인은 지난 1월 경기도 안양에 국내 최초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 준공 계획을 밝히며 배터리 시장에 본격 참전했다. 피트인의 기본 모델은 B2B로 앰플과 같지만, 물류 서비스에 이용되는 차량에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장착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배터리 교체 작업에 자동화된 로봇과 전문 엔지니어의 수작업이 결합해 중국의 니오, 앰플 등과 비교해 범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엔지니어가 직접 배터리를 교체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모든 양산차에 적용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사내 스타트업 ‘쿠루’를 통해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체 서비스 등을 추진 중이다. 쿠루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에서는 20초 안에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다. 특히 BaaS 사업 강화에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양사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겨냥한 조치로 당초 목표보다 11개월가량 앞당겨 내년 1월 준공 예정이다.

사업성 확보 위해 면세 혜택·표준화 등 과제 해결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교체 시장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면세 혜택 등 관련 법·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BaaS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인된 성능 평가와 보증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조사와 차종마다 조금씩 서로 다른 배터리팩을 표준화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어 앞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기버스를 대상으로 배터리 대여사업을 하는 피엠그로우도 사업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피엠그로우는 2020년 12월부터 김포의 선진버스를 대상으로 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는 70대 규모로 운영 중이다. 피엠그로우 관계자는 “전기버스는 면세 대상이기 때문에 운수회사는 싼 가격으로 배터리를 팔지만 운수회사가 다시 대여할 때는 세금을 붙여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 구조”라며 “고객사에 맞추다 보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배터리를 팔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원가 경쟁력에서 한계가 발생해 신규 사업자는 진입하지 못하고 서비스의 활성화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과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도 산업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 일환으로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와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사업을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해당 사업은 마카롱택시가 현대차로부터 전기차를 구매해 배터리 소유권을 현대글로비스에 넘기고 현대글로비스는 마카롱택시에 배터리 대여료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수명이 끝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제작해 마카롱택시에 전기차 충전용으로 판매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반값 전기차’ 실현을 위한 배터리 자원순환 구조 실증을 목표로 시행한 사업이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업이 종료됐고 지난해 마카롱 택시는 파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