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국에 졌다” 한국·일본 기업 LCD 사업 철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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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부담 떠안은 샤프, 일본 내 마지막 LCD 공장 멈춘다
가격 경쟁력 앞세워 LCD 시장 과점한 중국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도 공장 매각하며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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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오사카부 사카이 공장/사진=샤프

세계 최초로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선보였던 일본 샤프가 자국 내 유일한 LCD 패널 공장의 문을 닫는다. 한때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을 선도하던 일본이 동아시아 3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 경쟁에서 패배, 결국 시장 철수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이 LCD 시장 전반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구가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 역시 줄줄이 LCD 시장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

LCD 사업 내려놓는 일본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샤프는 오는 9월 말까지만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있는 공장에서 LCD TV 패널을 생산한다. 사카이 공장은 샤프가 2009년에 4,300억 엔(약 3조7,8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장으로, 현재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이다. 사카이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일본 내에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은 ‘0개’가 된다는 의미다.

샤프가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은 한국과 중국 기업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샤프는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사카이 공장을 중심으로 한 패널 생산 부문에서 1,884억 엔(약 1조6,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샤프는 부진한 LCD TV 패널 사업을 철수하고, 직원에 대한 조기 퇴직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샤프 등 일본 전기·전자 대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LCD 패널 부문을 선도했으나, 한국과 중국의 시장 진입 이후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며 잇달아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샤프에 앞서 삼성전자와 합작사를 통해 LCD 패널을 생산했던 소니는 2012년 삼성전자에 LCD 제조 합작회사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파나소닉 역시 2016년에 TV용 LCD 패널 생산을 종료했다.

“중국은 못 이겨” 삼성도 포기했다

현재 글로벌 LCD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6년 31% 수준이었던 세계 LCD TV 패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7.3%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37.9%에서 3.4%로 미끄러졌다. 중국이 시장을 과점하고, 나머지 시장을 대만, 일본, 한국 등 일부 국가가 나눠 갖는 시장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중국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은 국내 업체들은 줄줄이 LCD 시장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7세대 및 중국 8세대 LCD 라인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철수 계획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은 중국 기업의 품에 안기게 됐다. 쑤저우 공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8.5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으로, 월 최대 16만 장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매각 당시 계약 공시에 따르면, 매수자인 중국 가전업체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는 현지 운영법인 삼성쑤저우LCD(SSL) 지분 60%와 쑤저우 디스플레이(SSM) 지분 100%를 10억8,000만 달러(약 1조2,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CSOT는 LCD 시장의 17.7%를 점유하는 유력 기업으로 성장했다(지난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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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LCD 공장 매각 본격화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LCD 공장에 대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관련 심사 절차를 밟기 위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매각 거래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공장 매각 이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LCD 공장에 적용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수출 및 보유기관의 해외 인수·합병에 관한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 쑤저우 LCD 공장 매각 당시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공장 매각 협상 대상자로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CSOT,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 등이 거론된다. 이들과 재무적 투자자(FI) 등 4∼5곳이 LG디스플레이 측에 인수의향서(LOI)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소식통을 인용해 CSOT가 광저우 LCD 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