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부정하던 한미그룹, EQT파트너스에 사이언스 지분 50%+α 매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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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 본격화한 한미그룹, '급전' 마련 나선 이유는
매각 대상 지분 50%+α, 막판 쟁점은 경영권 보장 여부
바이오의약품 전환 계획에 자금 부족 가시화, '최종 결단'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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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의 투자회사인 EQT파트너스에 5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해 약 1조원을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 EQT파트너스에 지분 매각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을 사들이는 쪽으로 한미 측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그룹은 지분 매각을 통해 주식담보대출(5,379억원)과 상속세 미납분(2,644억원) 등에 필요한 8,023억원을 충당할 방침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등 가족 4명의 지분 및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대표 지분(12.15%)까지 포함해 50%+α에 달한다.

막판 쟁점은 50%가 넘는 지분을 판 한미 오너 일가가 상징적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들고 갈지와 EQT파트너스가 3~5년간 경영권을 보장해 줄지 여부다. 현재 가족 모두와 특수관계인(재단 포함), 신 대표 지분을 모두 합치면 보유 지분은 68.79%다.

또 콜옵션(추후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의 행사 시점과 가격 수준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측은 창업주 일가의 경영진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콜옵션을 부여하고 가액보다 시가가 높으면 EQT파트너스가 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오너 일가의 바람이 관철된다면 내달 18일 임시 주총을 계기로 새롭게 확정되는 임종윤 경영체제의 임기는 지켜주면서 경영권 유지 기간을 조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찍이 지분 매각설 돌았지만, “사실무근” 일축한 한미그룹

당초 한미그룹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지분 매각을 철저히 부정해 왔다. 송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지분 매각설을 내걸고 나서자 형제 측이 거듭 반대 입장을 드러낸 바도 있다. 당시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입장문을 내고 “송 회장은 어떤 근거 또는 누구의 감언이설에 의해 두 아들이 회사를 ‘해외투기자본’에 넘긴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근거를 밝혀 달라”며 “왜곡된 정보나 유언비어를 듣고 그런 판단과 말씀을 하셨다면 취소나 정정을 해달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모녀 측이 제기한 지분 매각 의혹에 대해선 “다가올 정기주주총회와 소액주주, 국민연금 등에 영향을 주기 위해 근거 없는 무리한 의혹을 펼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대 회장님이 한평생을 바쳐 대한민국 1등 제약회사로 일구어 놓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 해본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곤 “오히려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이 통합이란 명분을 만들어 상속세 등 개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주식을 제약산업과 무관한 OCI에 매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넘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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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전환 계획에 자금난 심화,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처럼 지분 매각설을 강경히 부정하던 한미그룹 측이 돌연 지분 매각을 단행하고 나선 덴 그만큼 현금 사정이 급하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미그룹은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담보대출과 상속세 문제도 겹쳐 있지만, 가장 큰 건 한미그룹의 ‘체질 전환’ 계획이다.

앞서 한미약품 측은 회사의 주력 분야를 합성(케미칼)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을 주력으로 내세워 체질 개선을 이루겠단 취지였지만, 당장 자금이 부족하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이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한미그룹 입장에서도 지분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