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점유율 1위 굳히기 들어가나” 삼성전자, 업계 최초 ‘9세대 V낸드’ 양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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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더블 스택으로 구현 가능한 최고 단수 'V낸드' 양산
이전 세대 대비 33% 향상된 데이터 입출력 속도 지원
SK하이닉스, 내년 트리플 스택 낸드 출시로 바짝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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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9세대 V낸드 플래시/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고 적층(저장공간인 셀을 쌓아 올린 것) 단수인 286단을 적용한 ‘9세대 V(vertical·수직) 낸드플래시’ 생산에 들어갔다. 286단은 기존 제품(236단)보다 50단 높은 것으로 현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고 ‘기술 초격차’에 재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블 스택 구조 적용한 ‘9세대 V낸드’ 생산 착수

삼성전자는 23일 “‘더블 스택’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 제품인 9세대 V낸드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9세대 V낸드는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236단 8세대 V낸드의 뒤를 잇는 최첨단 제품이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오시아 등 경쟁 업체는 218~238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세대 V낸드플래시에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제품 크기를 줄이면서 적층 단수를 높이려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장 공간인 셀의 면적을 축소하기 위해 동작하지 않는 면적을 줄이는 ‘더미 채널 홀(Dummy Channel Hole) 제거 기술’을 활용했다. 셀의 크기가 줄면서 생기는 간섭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셀 간섭 회피 기술’과 ‘셀 수명 연장 기술’을 적용했다. 그 덕분에 낸드플래시 경쟁력의 척도인 ‘비트 밀도’(bit density·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 수)를 8세대보다 1.5배 늘릴 수 있었다.

차세대 낸드플래시 인터페이스(기술 규격)인 ‘토글(Toggle) 5.1’도 활용했다. 이를 통해 8세대 V낸드 대비 33% 향상된 최대 3.2Gbps(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구현했다. 저전력 설계 기술을 통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소비 전력을 10% 정도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9세대 V낸드를 앞세워 데이터저장장치(SSD)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는다는 계획이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고용량·고성능 낸드플래시와 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87억 달러에서 2028년 1,148억 달러로 연평균 24%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해 V9 출시 이후 내년엔 400단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 430단 낸드플래시인 10세대 V낸드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V10부터는 ‘트리플 스택’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300단대 중후반 제품을 건너뛰고 곧바로 400단대로 직행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전력은 10% 낮추고, 속도는 33% 올리고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플래시 메모리 중 하나다. 평면 구조로 설계돼 온 낸드는 2010년 들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으로 쌓는 기술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적층 단수는 곧 데이터 저장 용량과 직결돼 높은 적층 수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쌓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수직 적층 개념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며 시장 초기 격차를 유지해 온 기업은 삼성전자다. 2013년 24단 낸드로 1세대 제품을 선보인 후 꾸준히 기술 격차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2019년부터 추격을 본격화한 후발 주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며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의 이번 9세대 V낸드는 저장 용량을 늘렸을 뿐 아니라 소비전력을 10% 줄이고, 데이터 입출력 속도(최대 3.2Gbps)는 33% 끌어올렸다. 업계는 고용량·고성능·저전력소비 낸드가 필요한 AI·클라우드 서버 업체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더블 스택 적층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더블의 의미는 쌓아 올린 저장공간인 셀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채널 홀’을 두 번 뚫는다는 뜻이다. 채널 홀을 적게 뚫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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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321단 4D 낸드 플래시/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내년 초 ‘트리플 스택’ 낸드 출시

삼성이 더블 스택으로 최고 단수의 낸드 양산에 성공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 트리플 스택 기술을 활용한 321단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1Tb TLC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을 공식화한 바 있다. 2021년 176단을 양산한 지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층수를 높인 것이다.

321단 4D 낸드 양산에 대해 지난 2월 이동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은 “현재 개발 중인 321단 4D 낸드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21 낸드의 경우 성능뿐 아니라 신뢰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만 집중하다 보면 품질이나 신뢰성 등에 리스크가 생기기 마련이다. 최대한 빠르게 개발을 마무리하고 제품을 공급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단기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도전을 통한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 낸드 개발의 핵심은 비용 대비 성능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과거 2D, 3D 낸드에 이어 4D 낸드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며 “현재 우리가 변혁의 중심에 있는 만큼 낸드 역시 여러 방향성을 가지고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반도체 업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고 진단하며 D램에 이어 낸드 역시 올해는 업턴(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