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에 1,000억원 투자하는 알리익스프레스, K패션 시장 지각변동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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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 최초로 한국 이커머스에 지분 투자 단행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패션 시장 공략 본격화
에이블리 흑자 전환·투자 유치 '겹호재', 업계 판도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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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블리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2위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ABLY)에 1,000억원(약 7,300만 달러)을 투자한다. 중국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초저가 공산품 판매에서 K패션 분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윈-윈’ 관계를 구축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자본이 거머쥔 에이블리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 운영사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알리바바와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다양한 국내 오픈마켓과 버티컬 플랫폼(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쇼핑몰)을 투자 후보로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며 “(알리바바그룹이 에이블리 투자를 통해) 한국 패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에이블리는 OTT 플랫폼 왓챠의 공동 창업자인 강석훈 대표가 2018년 3월 창업한 여성복 쇼핑몰로, 서울 동대문 기반의 소호 패션몰을 입점시켜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 모델을 앞세워 성장해 왔다. 2020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2,000억원대의 누적적자가 발생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지난 3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805만 명이며, 기업가치 평가액은 현재 약 2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가 이대로 투자를 진행할 경우 에이블리의 지분 약 5%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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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의 ‘C커머스 침공’ 본격화

업계에서는 에이블리의 지분을 취득한 알리익스프레스가 차후 국내 패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패션 전문관 ‘A.Fashion’을 통해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패션·잡화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온라인 패션몰에서 접할 수 있는 중국산 ‘보세 의류’ 상품을 반값 이하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며 확산하기 시작했고, 한국 소비자의 패션 상품 수요를 확인한 알리익스프레스는 각종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 지난해 가을·겨울부터 의류 상품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국내 패션 시장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 수요가 중국산 의류를 저렴하게 사입해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국내 오픈마켓에서 ‘중국 직구’로 이동한 셈이다.

최근에는 패션 분야 전문가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팀장급부터 MD(상품관리자),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용소비재) 등 다방면에서 인재 채용에 착수했다는 전언이다. 업계 내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채용 과정에서 ‘한국 시장 내 셀러·파트너 소싱 노하우 보유’를 요구 사항으로 내세웠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1위는 무신사’ 패션업계 공식 변할까

한편 이번 투자를 통해 에이블리는 본격적인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됐다. 최근 에이블리는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북미 등으로 진출하며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미 2021년 패션 앱 ‘파스텔(현재는 아무드로 변경)’을 출시한 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바도 있다. 에이블리는 이번 투자금을 통해 상품력을 갖춘 국내 셀러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 본격적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에이블리가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금까지 유치한 만큼, 본격적으로 업계 1위 업체인 ‘무신사(MUSINSA)’와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에이블리는 창사 5년 만에 지난해 역대 최고 거래액과 매출을 경신했다. 작년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후 하반기 매출과 거래액이 각각 40%가량 성장한 결과다. 기존 강점이었던 여성 패션을 넘어 뷰티와 남성 영역으로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업계 2위 에이블리가 양적·질적 성장에 성공한 반면, 1위인 무신사는 최근 공격적인 외형 확장을 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실제 지난해 무신사의 연결 별도 기준 매출액은 약 8,830억원으로 36.9% 성장했지만,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약 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두 기업의 격차가 좁혀진 현재, 에이블리는 무신사를 추월하고 국내 패션 업계의 ‘왕좌’에 앉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