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위주 교육하는 국내대학 AI학과와 엔비디아 CEO의 “코딩 배울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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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CEO, "코딩 배울 필요 없다", "지금 대학가면 바이오 전공 택할 것"
국내대학 AI학과들은 여전히 IT학원 수준의 코딩 교육에 얽매여 있어
전문가들, 국내는 수명 짧은 실용 교육에만 초점, 해외 대학은 탄탄한 이론 교육에 초점 맞춰

1980년대에 미국 명문대학으로 박사 학위를 갔던 분들이 계산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때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OMR카드처럼 생긴 펀치 카드 만들어서 입력하면 계산 결과값 나오니까…”

컴퓨터용 언어가 너무 많이 쏟아져나와 어떤 언어를 배워야할지 고민해야하는 시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지난 40년간 컴퓨터 언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인 동시에, 앞으로 40년간 컴퓨터 언어가 또 얼마나 변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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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언어 대신 기본 이론 교육에 초점 맞추는 해외 명문대학

생성형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1등 수혜주가 된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더 이상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표현과 함께,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면 컴퓨터 공학, 전자 공학을 배우는 대신, 생물·바이오 관련 전공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몇 년간 컴퓨터 언어가 인간의 언어와 유사성을 높여가는 상황을 봤을 때, 조만간 인간의 언어만으로 컴퓨터 언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수 명문대들도 AI 관련 전공으로 가면 코딩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학으로 최고 명문대 중 한 곳인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대학의 경우, 한국, 중국 등의 동아시아 유학생들은 수학 교육 위주의 카네기 멜론 공과대학 교육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해내며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카네기 멜론에서 매년 외부에 공개하는 온라인 강좌에는 AI 및 데이터 과학 강의에 코딩을 쓰는 강의는 있어도 정작 코딩 강의는 하나도 없다.

미국 명문대학 중 경영학을 학부에서 가르치는 학교는 ‘와튼 스쿨(Wharton School)’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속칭 ‘유펜’) 밖에 없고, ‘유펜’을 다닌 한국 학생들 중 상당수는 ‘기업 경영을 가르쳐주는 줄 알았는데, 재무와 회계만 가르쳐줘서 교육이 도움이 되질 않았다’고 표현한다. 그 중에는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도 있다.

‘실용 교육’이 지나쳐 IT학원 수준에 매몰된 국내 대학 AI학과

아시아 학생들에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명문대학들이 철저한 이론 교육을 하는 것과 젠슨 황 CEO의 최근 인터뷰는 미국 사회에서 ‘실용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대에는 OMR카드처럼 생긴 펀치 카드에 입력하는 기술이 유용했지만, 이제 현장에서 쓰이는 ‘실용 교육’과 거리가 먼 지식이 됐다. 오늘 당장 취직하는데 필요하리라 생각되는 ‘실용’ 교육으로 코딩 교육이 자리매김할 수 있지만, 젠슨 황 CEO의 예언대로라면 10년이 지나기 전에 인간의 자연어로 코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일반화 된 탓에 더 이상 실용성이 사라질 것이다.

국내 대학들에서 ‘디지털’ 혹은 ‘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단어가 들어간 수업들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파이썬(Python) 기초 강의’ 수준이어서 강남에 있는 IT학원을 가는 것이 더 도움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 북쪽의 S모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인공지능 학과를 가도 IT학원 교육 수준 밖에 안 된다며 차라리 컴퓨터 공학과나 통계학과를 간 다음에 유학을 가야된다”는 반응들이 학교 내 커뮤니티에서 수렴된 의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대학과 현격한 격차

1980년대에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마친 인력들이 학교, 연구소, 기업체 등에 취직을 하고 난 다음에 컴퓨터 언어 구조가 바뀌었을텐데, 당시 그들은 IT학원이나 ‘AI학과’를 다시 다녀야할만큼 코딩 교육을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K대 기술경영 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80년대 미국 명문대 경제학 박사 전공자 A씨는 최근 국내 대학들의 AI교육이 지나치게 기초 코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도 취직하고 난 다음에 포트란, 매트랩 같은 언어들을 배웠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언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계산해야되는지 알아야 코드를 짤 수 있지 않나?”며 “대학 학부 고학년 이상에서 배우는 모델들을 계산하는 코드를 짤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진정한 AI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학들이 너도나도 AI학과를 만들고, 교육부의 지원에 목을 매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이 길러내는 AI전문가의 수준은 글로벌 수준과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국내 S모 대학원의 데이터 과학 석사 과정을 졸업 후 해외 대학을 다시 다니고 있다는 B씨는 “국내 대학에서 1학기 내내 배운 내용을 1과목에 다 배우고, 그 마저도 깊이가 너무 달라 따라가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명문 K대 컴퓨터 학과를 졸업한 C씨도 해외 대학에 진학한 후 수업 따라가기가 벅찬 와중에 국내 SKP 등의 명문 공대 대학원에 진학한 학부 동기들과 배우는 내용과 수준이 매우 다른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씨와 C씨는 한국이 수학 교육을 매우 부실하게 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믿지 않았는데, 해외 대학 첫 학기부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고민이 많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한국에서는 복잡한 계산이 수학인 줄 알았지만, 해외 대학에서는 논리적인 접근을 수학의 도구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중이고, 이런 교육을 어린시절부터 받은 영미권 인재들을 추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수 A씨도 “국내 대학들이 코딩 교육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국의 수학 교육이 너무 문제 풀이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론 교육을 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