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Z세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 ⑦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일이 없는데도 연봉은 ‘네카라쿠배’ 요구 약간의 좌절만 닥쳐도 도전을 포기하는 성향, 풍요의 시대가 낳은 부산물 ‘쿠크X스’멘탈 Z세대, 연봉만 높게 달라는 ‘징징거림’으로 조직에 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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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한때 ‘청년 XX’, ‘청년 YY’ 등의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출시된 적이 있다. 청년들이 만든 상품이니 조금 품질이 떨어져도 소비해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름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었으나 상품 품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던 탓에 대부분의 ‘청년 ○○’ 서비스는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Z세대의 구직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 전직 S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 A씨의 평이다. “청년들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연봉만 엄청나게 높게 달라고 한다”며 “일부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이후 인재 확보를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고액 연봉을 제시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운영했던 모 스타트업 대표 B씨도 같은 반응이다. “면접을 보면 컴퓨터 공학과 학부 2~3학년 수준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데 개발 경력이 2~3년이 쌓여있거나, 기초도 부족해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봉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수준을 요구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B씨는 “한번은 연봉 2,700만원 수준의, 사실상 블랙기업 출신 3년 차 개발자를 인터뷰했는데 왜 연봉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지 이해가 되는, 실력이 너무 심하게 없는 개발자였다”며 “그런데도 ‘내일 배민 코테(코딩테스트) 보는데요’라며 자기가 연봉 5천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뛰어난 실력자라는 식으로 어필했다”는 경험담을 공유했다.

실력은 안 되지만 연봉은 많이 받아야 해요

A씨는 Z세대에 만연한 일종의 나약함이 연봉 협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기존 M세대에서는 일부 여성 인력에서만 나타났던 지나친 자의식 과잉이 Z세대로 내려와서는 남녀를 가릴 것 없이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A씨는 “몇몇 스타트업이 거액의 투자금 상당을 급여로 돌리면서 일부 인력이 높은 급여를 받았던 것과 몇몇 대기업의 일부 부서에서 고액의 상여금을 받았던 것을 마치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인식한다”며 일부 구직자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M세대 시절만 해도 속칭 SKY 출신, 그중에서도 스펙이 매우 뛰어난 극소수만 받았던 고액 연봉을 자기도 받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내세우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Z세대들에게서 강하게 보이는 현상 중 하나로 일확천금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현상이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 열풍으로 가상화폐 자산에 대한 ‘묻지마 투자’ 현상은 이전 세대에서는 일부에게만 국한된 반면, Z세대 사이에서는 ‘코인 안 하는 게 바보’라는 식의 왜곡된 투기 심리가 세대 전반에 퍼져있는 것이다.

풍요의 시대가 낳은 부산물

이러한 Z세대의 태도를 두고 전문가들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난 탓에 직장에서 무리한 요구로 외면받거나, 업무 역량이 모자라 해고되거나, 잘못된 투자를 했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등의 문제를 겪을 경우에 ‘자칫 완전히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압박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Z세대 대다수는 스스로 노력해서 극복한 경험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경향성이 부족하며, 약간의 좌절만 닥쳐도 도전을 포기하는 성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외로운 선택>이라는 저서에서 ‘청년 자살’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다룬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외 5인은 생존 경쟁에서 내몰린 청년들이 이전 M세대, 혹은 베이비 붐 세대 시절처럼 새로운 길을 모색하거나 자신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탐색 작업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잦다고 밝혔다.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청년 자살 현장을 사후 처리할 때 보이는 대부분의 흔적은 ‘우울증’, ‘취업 실패’와 더불어 ‘주식’, ‘코인’, ‘도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주 C씨는 “편의점 야간 알바만 해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는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멘탈이 쿠크X스’인 Z세대

인사담당자 A씨는 Z세대를 지난 50년간 한국 사회 세대 계층 중 가장 ‘멘탈이 쿠크X스’인 세대로 정의했다.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시도하는 것조차 포기한 세대라는 것이다. 일본의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의 ‘사토리 세대’와는 달리 한국의 Z세대는 ‘쿠크X스’ 세대라고 평가하며 “일본 사토리는 연예, 결혼, 출산을 모두 포기하기는 했어도 파트타임으로 생존은 이어나가는 반면 한국 쿠크X스는 부모에게 의존하며 파트타임도 제대로 못 하는 자살률 세계 1등인 세대”라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출생률 급감으로 국가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부는 결혼율,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전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존 역량을 상실한 Z세대의 구제책이 선행되어야 Z세대 이후를 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업에 성공한 Z세대마저도 일은 못 하면서 연봉만 높게 달라는 ‘징징거림’으로 조직에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Z세대 취업률 저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Z세대의 정신적인 역량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