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족쇄’ 무시하는 알리익스프레스, 초저가 불법·짝퉁 판매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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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약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알리익스프레스 '불법 장사' 논란
"가품에 불법 상품 어떻게 이기나" 국내 이커머스 업계 불만 가중
본격적으로 규제 칼날 빼든 정부, 추가 성장 위해선 '로마법'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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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무기, 약물 등 국내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불법 상품’을 당당하게 유통하며 업계 질서 전반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초저가 ‘중국 직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이들 플랫폼이 규제의 그늘 밖에서 불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약물부터 무기까지, 알리익스프레스의 ‘불법 상품’

현재 알리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서 ‘멜라토닌 캡슐제’를 판매하고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 약물로 흔히 사용된다. 문제는 멜라토닌 섭취 시 경우에 따라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복통 △위경련 △설사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혈압, 당내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관련 지병을 보유한 환자들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멜라토닌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통관금지품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시력 교정용 안경·콘택트렌즈 상품 등도 불법 유통되고 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이 도수가 있는 안경·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 또는 통신 판매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국내 시장에서 관련 상품을 당당하게 유통·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노골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앞세운 성인용 상품이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사용자에게 노출되거나, KC 안전 인증 마크가 없는 가스용품 등이 버젓이 판매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무기’로 취급될 위험이 있는 품목이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뾰족하게 깎은 이쑤시개를 발사할 수 있는 장치, 석궁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 석궁 상품은 상세 설명에 ‘5장의 종이 또는 얇은 나무판을 뚫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 시행령은 발사체의 운동에너지(파괴력)가 0.02kgㆍm(질량이 1kg인 물체를 1m 끌어올리는 데 드는 일의 양)을 초과하는 위력을 지닌 것을 모의 총포로 간주, 판매·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0.02kgㆍm은 1m 거리에서 종이 5장을 거뜬히 뚫을 수 있는 위력이다. 상기 석궁 제품의 국내 유통은 엄연히 불법이라는 의미다.

‘규제 역차별’ 속 이어지는 불공정 경쟁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취급 상품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꾸준히 덩치를 불려 왔다. 대표적인 예가 소비자 불안을 가중하는 ‘짝퉁(가품) 논란’이다. 알리 측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두 달 동안 국내 알리 플랫폼에서 가품 적발 시스템을 통해 삭제된 의심 상품은 97만7,151개에 달한다. 이는 2019~2022년 4년간 국내 주요 쇼핑몰에서 적발된 위조 상품 수(약 42만 건, 특허청 통계 기준)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심각한 규정 위반’으로 알리에서 발을 뺀 상점 역시 1,193개에 육박했다.

이에 알리는 지난해 말 가품 방지와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국내 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판매자 검증 강화로 가품 유통을 예방하고, 가품으로 의심되는 상품을 신고하는 채널을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매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100% 환불해 주는 품질 보증 서비스를 신설하고, 제3의 독립기관과 협력해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제재가 없는 한 중국산 가품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가품 판매 시 강력한 처벌을 받지만,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통관 절차 외에는 별다른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규제 사각지대’가 토종 이커머스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직한 경쟁을 이어가는 토종 기업들은 가품·불법 상품 등을 필두로 한 알리의 ‘초저가 전략’을 당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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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리익스프레스

중국 이커머스, 국내 시장 안착하려면 ‘규제’ 견뎌야

불법 상품·가품 판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 관련한 ‘제도적 허점’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처사다. 실제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 앱 국내 사용자 수는 717만5,0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쿠팡과 11번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겨우 자리를 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질서가 중국계 이커머스 출현 이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시장의 불만이 본격화하자 정부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유통학회, 네이버, 쿠팡, 11번가, 지마켓, SSG닷컴 등 유통업계 구성원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방안,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 규제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리 등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전언이다.

주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줄줄이 국내 투자를 강화하며 영향력을 확대하자, 일각에서는 이들이 차후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부담을 견딜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의 질서를 지키며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토종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 가운데, 이들 플랫폼은 오명을 씻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