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 감소 ‘여전’해도 시장은 ‘봄기운’, “‘거품 빼기’는 시장 정상화의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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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도 '투자 혹한기',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나
활기 띠는 스타트업 시장, 10곳 중 7곳이 "투자 늘릴 계획 있어"
'단기간 반등'은 힘들겠지만, "시장 회복세 명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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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혹한기’가 여전히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조사를 실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통계의 주요 근거는 언론 보도인 만큼 해당 수치가 정확한지 여부는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52% 감소했단 집계 결과는 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액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해 연간 벤처투자액이 5조3,388억원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11조1,1404억원 대비 52%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추산에서 집계된 총투자 건수는 1,284건이다. 전년 1,765건 대비 27.3% 감소한 수준이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대규모 투자가 줄어들어 투자 건 감소 폭보다 투자액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는 금융·보험 분야 투자액이 7,33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콘텐츠·소셜(6,458억원), 제조(6,268)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투자 건수별로는 헬스케어, 제조, 콘텐츠·소셜 순이었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며 중장기적으로 잠재적 가치가 높은 헬스케어 및 딥테크 분야에 투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 같은 추산 결과를 바탕으로 거듭된 투자 혹한기에 벤처 업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기부는 이를 전면 반박했다. 민간기관의 집계 결과는 설문조사·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활용하는 만큼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통계엔 비공개인 투자 건은 집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측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소관 벤처캐피탈 등의 23년 1~3분기 투자액(4조원), 최근 5년간 국내 벤처투자 시장 내 비중(43%) 등을 고려하면 중기부 소관 벤처캐피탈 등의 실적(5.4조원)과 합산한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5.3조원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단 집계 결과는 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투자 혹한기’, 오히려 ‘거품’ 제거했나

이처럼 중기부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반박에 나선 건 잘못된 정보가 벤처 업계 투자 기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론 5조가량의 투자액 감소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벤처 업계에 있어 큰 손실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업계 전반에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적인 견해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2021년엔 3분기 동안 누적 벤처투자 5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첫 5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특히 당시 3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2조678억원으로 단일 분기 최초 2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벤처 업계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금 순환되기 시작하면서 투자 수준이 원상 복귀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며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으면서 벤처 업계가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건 맞다. 그러나 흔히 ‘투자 혹한기’라 일컫는 현상으로 인해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국내를 강타한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한 달 동안 총 129개 스타트업이 8,73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동기간 96개 기업이 8,303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한 셈이다. 벤처투자계 업황에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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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부는 투자 시장, “연착륙 위해 노력할 것”

국내 스타트업 투자도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기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사 10곳 중 7곳이 올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 기조가 완화됨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이전 혹한기에 묶어뒀던 투자금을 풀기 시작하겠단 것이다. 특히 올해엔 그간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던 이들도 절호의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얼어붙은 투자 시장을 겪은 스타트업들이 기준을 낮춰서라도 투자를 받으려는 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비상장 기업의 가치가 낮아지면 그만큼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 회장은 “2023년은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고 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으로 투자 시동을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4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다만 벤처 업계의 겨울나기가 단기간에 마무리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투자 심리 급반등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며 “금융 시장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2024년 상반기께는 돼야 투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우선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벤처 생태계가 원복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를 줄임으로써 시장 불안정성을 최대한 낮춰보겠단 구상이다. 이 정책관은 “다운텀(하향기) 시기가 길어진다든지 투자 감소 폭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플럭츄에이션(변동)을 줄이면서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