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은 핸드페이, 롯데카드 ‘생체결제 확대’의 꿈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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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의 야심작 핸드페이, 소비자 외면으로 보편화 실패
인프라 부족으로 소비자 유입 적어, 서비스 가맹점까지 부족
아마존도 쩔쩔매는 '오프라인 생체 결제', 고객 마음 돌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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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카드

롯데카드와 롯데정보통신이 공동 개발한 간편결제 시스템 ‘핸드페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프라 확보 및 홍보에서 난항을 겪고 소비자 이목을 끄는 데 실패하면서다. 1,000개에 달하는 매장에 핸드페이를 도입하겠다는 롯데카드의 야망은 무너진 지 오래다. 현시점 핸드페이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단 한 곳의 편의점뿐이다.

겨우 숨만 붙어 있는 핸드페이, 끝이 다가온다

핸드페이는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생체 결제 시스템으로, 2017년 롯데카드가 일본 정보통신기업 후지쓰의 팜 시큐어(Palm Secure)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도용이나 복제가 어려운 혈관의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이용자를 식별하는 것이 특징으로, 지문 인식과 달리 단말기와 고객 피부가 직접 접촉하지 않아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카드는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리아 등 주요 매장 1.000여 개에 설치, 그룹 차원의 첨단 결제 시스템으로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산하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에 핸드페이를 도입, 무인 편의점에서 신분증 검사 과정 없이도 담배·주류 판매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실렸다. 하지만 도입 후 5년이 지난 시점 핸드페이 도입 매장은 전국 160여 곳에 그쳤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현재 핸드페이 이용이 가능한 결제처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타워점뿐이다. 더 이상 신규 핸드페이 이용자를 모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용자가 정맥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셀프 등록기, 카드 센터 등이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핸드페이가 얼마 가지 않아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불편하고, 쓸 데도 없다” 핸드페이의 한계

핸드페이 서비스가 외면받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인프라 부족’이 지목된다. 소비자가 핸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롯데카드센터에 방문해 생체 정보를 직접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손바닥 정맥을 등록할 수 있는 롯데카드센터는 기껏해야 서울특별시 내 10곳이 전부였다.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사실상 핸드페이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셈이다.

핸드페이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업계는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신규 설치할 때 드는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생체인증 단말기 가격은 수십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추가적인 단말기 설치 비용까지 고려하면 점주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핸드페이 개발사인 롯데 차원에서 대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핸드페이 가맹점 부족은 소비자 유입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벽으로 작용했다. 호기심으로 핸드페이를 등록한 이용자들이 실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에 성공한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 결제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핸드페이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 속속 등을 돌렸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일시적인 호기심조차 식어버렸고, 핸드페이는 기억 속에서 잊혔다.

생체인증 결제 시스템 도입은 글로벌 기업 아마존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고난도 사업이다. 아마존은 핸드페이와 유사하게 정맥 인증을 기반으로 한 인증 서비스인 ‘아마존 원’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아마존 원의 이용처는 무인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 고,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 소매 체인 홀푸드 등 산하 기업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와 아마존이 이미 고착화한 소비자의 ‘행동 패턴(카드·현금 결제 등)’을 바꾸는 것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