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산에 ‘폐업 카센터’ 수 증가 추세, “기술력 없는 소규모 정비업소부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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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동차 정비업소 수, 10년 전보다 20% 가까이 줄어
전기차 비중 높은 제주에선 '개업 5년 내 폐업 정비소' 비중 61%에 달해
한국노동연구원 “2030년 기존 내연기관차 관련 일자리 약 30% 급감할 전망”
사진브리지스톤
사진=브리지스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국의 신규 자동차 정비업소 수는 줄고 폐업장은 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장이 적은 전기차 특성상 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교체하는 주기가 매우 긴 탓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주요 부품이 제조사 직영 정비소를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소규모 정비소들이 전기차 정비에서 배제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제주 등 지방의 소규모 정비소들의 폐업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보다 빠르게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폐업 카센터 “서울·지방 가릴 것 없이 확산”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자동차 정비업소는 3,306곳으로 전년(3,398곳)보다 2.7%가량 줄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3,733곳)보다는 11.4%, 10년 전인 2012년(4,175곳)보다는 2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지방으로 갈수록 폐업장이 늘어나는 경향은 더 뚜렷하다. 지난달 15일 진주시에 따르면 차량 리프트 두 개 정도를 운영하는 동네 카센터인 3급 자동차전문정비업의 폐업 수는 2021년 1곳에서 2022년 3곳, 2023년 6곳으로 늘었다.

전기차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7.3%) 제주시에선 자동차 정비 산업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정비소 가운데 개업 5년 안에 폐업하는 경우는 61%로 전국 자영업의 5년 내 폐업률(45%)보다 월등히 높다. 정비소의 평균 매출도 2017년 5억5,900만원에서 2021년 5억1,000만원으로 4년 새 4,900만원(8.8%) 가까이 줄었다.

폐업장이 늘어남에 따른 카센터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 수준에 이르렀다. 고용정보원이 2016~2022년 사이 제주도에서 폐업한 정비소 근로자 155명의 진로를 고용보험 자료를 통해 추적한 결과, 20명(12.9%)은 정비소 폐업 이후로 더 이상 고용보험 자료에 잡히지 않았으며, 9명(5.8%)은 식품 제조업, 건설업, 부동산 관리 등 자동차 산업과 무관한 분야로 이직했다. 나머지 126명(81.3%)은 다른 정비소로 이직하거나 자동차 관련 산업에 계속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마저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박세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폐업 정비소를 떠난 근로자들이 렌터카 업체, 타이어 전문점, 자동차 판매점, 자동차 부품 판매점, 차량용 가스 충전소 등으로 이직하는 등 자동차 관련 산업에 계속 종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향후 전기차 확대에 따라 향후 새로 옮긴 정비소에서도 감원이나 폐업으로 실직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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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놓인 전기차 부품 공급망, 문 닫는 ‘동네 카센터’ 늘어난 원인

전국적으로 카센터 폐업장이 늘어난 원인으로 전기차 확산에 따른 정비 수요 감소가 꼽힌다. 차량 부품 수가 내연기관 차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에 비해 고장이 적다. 복잡한 엔진 대신 구조가 단순한 전기 모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자주 교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시 유성구 상대동 소재 A 정비업소 대표는 “기본 소모품이 없는 전기차나 신차는 크게 고장이 안 나기 때문에 기술력이 안 되는 정비업소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정비 업계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 세대도 거의 없기 때문에 내연 기관을 중심으로 영업해 온 소규모 업체들은 자동으로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부품이 제조사 직영 정비소를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소규모 정비소는 전기차 정비에서 배제되고 있는 점도 카센터 폐업장이 늘어나는 원인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소재 B 정비업소 대표는 “전기차가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기차 관련 수리를 맡아본 경험이 없다”면서 “제조사 브랜드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평생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카센터에 차량을 맡기는 고객이 없다. 전부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공업사로 간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과 관련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미래차 산업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이 2019년 2,815곳에서 2,030년 1,970곳으로 845곳(약 30%) 감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엔진부품 및 전기·전자장비 등 관련 일자리가 최대 40만 개 가까이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30년 국내 자동차 수리정비업 종사자가 2020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제주도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도내 기존 자동차 수리정비업 사업체 수는 2022년 484개에서 2030년 357개(73.8%)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이 현실이 될 경우 노동자 수는 지난해 2,500여 명에서 2030년 1,320여 명으로 약 52% 감소할 전망이다.

폐업 정비소들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관계자는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제조사 직영 정비소를 제외한 정비업소들이 전기차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친환경차 부품 공급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문제가 계속될 경우 차량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산업이 활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정비가 가능한 업소는 전국 1,578개로, 이 가운데 배터리 등 모든 부문 완전 수리가 가능한 업체는 170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