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오징어 게임’ 만든 넷플릭스, 슈퍼IP 활용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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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 쏟아지는 혹평, 소비자도 외신도 '싸늘'
몰입 해치는 자체 연출과 출연진들, 증발한 원작 메시지
넷플릭스 손에서 망가진 슈퍼 IP, 정작 원작자는 손 못 썼다
더챌린지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새로운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이하 더 챌린지)가 가차 없는 혹평을 받고 있다. 영화정보 사이트 IMDB의 시청자 평점은 10점 만점에 4.6점(27일 기준)까지 미끄러졌다. 원작의 메시지와 특유의 ‘스릴’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출연진은 촬영 과정에서 부상을 입거나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오징어 게임의 ‘틀’만 흉내 냈다?

<더 챌린지>는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IP를 활용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에서 8만 명 이상의 지원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456명의 참가자를 추려내 총상금 456만 달러(약 59억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담아냈다.

참가자는 모두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번호판을 달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 탈락자를 가려내기 위한 게임 역시 원작과 동일하다. 문제는 탈락이 곧 죽음인 드라마 속의 스릴을 재현할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더 챌린지>는 ‘죽은 척’ 쓰러지는 참가자의 모습, 탈락자의 가슴께에서 터지는 검은 잉크 등을 통해 탈락을 표현한다. 이 같은 억지스러운 연출이 오히려 원작 팬의 몰입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원작의 매력이었던 두뇌 싸움도, 팽팽한 긴장감도 없다. <더 챌린지> 참가자들은 숙소에서 웃고 어울리며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경쟁자인 서로에게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 오리지널 IP의 구현보다 ‘리얼리티 쇼’라는 포맷 자체에 치중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더 챌린지>에서 원작 IP의 매력과 메시지를 느낄 수 없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원작 <오징어 게임>의 ‘껍질’만을 취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다. 

쏟아지는 외신의 혹평, 슈퍼IP 과신했나

외신들 역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디스토피아 드라마의 그럴듯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작의) 요점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USA 투데이는 “누구도 요구하지 않고, 원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 여기 있다”며 “<오징어 게임> 프랜차이즈의 확장으로서도, 그리고 사회적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으로서도 실패했다”고 혹평했다.

버라이어티는 “이 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이라고 일갈했다. 연예 전문 매체 콜라이더도 “원작 시리즈의 성공을 이용한 넷플릭스의 파렴치하고 기회주의적 시도”라며 “잔인하고 착취적이며, 모든 것에 혐오적으로 접근한다. 도덕적으로 파산한 무가치한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실제 <더 챌린지> 출연자 2명은 <더 챌린지> 촬영 중 저체온증과 신경 손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추운 겨울 9시간 동안 게임이 이어져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작의 각본가이자 연출가였던 황동혁 감독은 <더 챌린지>에서 감수·자문 역할만을 수행했다. 원작 제작진도 시리즈와 동일한 세트장을 만드는 데 동원됐다. 넷플릭스에 <오징어 게임>의 IP를 넘긴 원작 제작진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한국 참가자가 한 명도 없는 껍데기뿐인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더 챌린지>는 슈퍼 IP는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입증한 선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