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악재 겹친 ‘애플’, EU로부터 20조원 세금폭탄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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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법재판소 고위 인사, EU 집행위에 유리한 발언 꺼내 
EU 집행위, 애플 외에도 아마존, 스타벅스 등 빅테크들과 수차례 법정 다툼 벌여
최종 판결에 업계 관심 쏠려, “EU와 기업 간 전례 될 듯”
팀 쿡 애플 CEO/사진=애플

유럽사법재판소(ECJ) 고위 인사가 공개적으로 애플에 불리한 발언을 내놨다. 이에 유럽연합(EU)과 수년째 법정 공방을 지속해 온 애플이 최종 패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애플은 2020년 법원의 판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지만, 미국과 다른 EU 회원국들도 유사한 반독점 소송에 나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ESJ의 최종 판결 결과에 애플과 유사한 소송에 휘말린 글로벌 빅테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과 7년째 법정 공방 중인 ‘EU 집행위’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최고 법원인 ECJ의 지오반니 피트루젤라 법무관(Advocate-General)은 2020년 애플이 승소했던 하급심 판결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적 오류가 있었다”면서 “새로운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은 과거 아일랜드에서 받은 조세 혜택을 두고 2016년부터 EU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와 법정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EU 집행위는 “아일랜드가 애플에 1% 미만의 세율을 적용, 불공정한 시장 우위를 제공해 EU의 국가 보조금 규정을 위반했다”며 애플의 조세 회피 가능성을 제기했고, 아일랜드에 체납 세금 130억 유로와 이자 10%를 합친 143억 유로(약 20조1,972억원)를 징수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2020년 EU 일반법원은 EU 집행위에 해당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불공정한 조세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 측의 주장이었다. 당시 마이클 맥그래스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애플이) 아일랜드에 내야 할 세금은 올바르게 납부됐고, 아일랜드는 애플에 어떠한 보조금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아일랜드로부터 아무런 특혜나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CJ 법률관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을 갖진 않으나, 종종 최종 판결에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플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애플은 “당시 법원은 우리가 어떤 특혜나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우리는 그 결과가 유지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ECJ의 최종 판결이 내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판결이 향후 비슷한 사안에서 EU와 기업 간 전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 사이에선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에 본사를 두는 관행이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등 세계 각국의 빅테크 압박 거세져

아일랜드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의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12.5% 수준에서 낮게 유지해 온 아일랜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226억 유로(약 31조7,300억원) 규모의 법인세 세수를 거둬들였다. 지난 8년간 법인세 수입은 약 3배 넘게 증가했으며 아일랜드 정부는 이를 활용한 국부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하면서도 이익은 본국이나 아일랜드처럼 세율이 낮은 국가와 관할구역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용 인구가 많고 수익이 큰 국가에선 오히려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세계 각국의 세무당국들은 이들 기업에 대한 특별 과세 방침을 경고해 왔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2010년대부터 구멍 났던 세수를 메우기 위해 빅테크들을 압박하고 있다. EU는 2013년부터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유인책으로 활용해 온 세제 혜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으며, 애플 외에도 아마존, 스타벅스 등 빅테크들과 여러 차례 법정 다툼을 벌인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의 소득 발생 관할 지역을 막론하고 15%의 최소 세율을 적용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도입했다. 국가 간 조세 경쟁을 활용해 다국적 기업이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 이행체계엔 143개국이 참여 중이다. 실제로 이미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도입한 아일랜드에선 지난 3개월 동안 급격한 세수 감소가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 P 기업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년도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라 이행 국가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법인세 세수도 더 늘 전망”이라며 “글로벌 최저한세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 도입 시 법인세 세수가 기존보다 약 3%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