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토종 OTT 플랫폼 살길 ‘글로벌 시장’에 있다?

OTT 공룡과 싸우려다 ‘빙하기’ 맞은 토종 OTT, 적자 빠르게 늘어 과열되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제작비 메꾸려 ‘억지 PPL’까지? 국내 시장 ‘과열 경쟁’ 벗어나 과감히 글로벌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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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과열이 국내 OTT 업계의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국내 콘텐츠 제작 단가 역시 껑충 뛰면서다. 하지만 글로벌 유통 채널을 갖추지 못한 토종 OTT 플랫폼들은 수익성 확보에 실패, 적자를 떠안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에서는 토종 OTT 플랫폼의 살길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투자’ 적자 급증, 투자 대비 효율은 꽝?

2011년 1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올해 10억~12억원 수준까지 뛰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우며 국내 시장을 장악하자, 국내 제작사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잭팟’을 노리고 줄줄이 콘텐츠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비용(3,952억원) 중 콘텐츠 원가에 투입된 비용은 자그마치 2,11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티빙도 영업비용 3,667억원 중 1,169억원을 콘텐츠 원가로 지출했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 대비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웨이브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1,217억원의 적자를 떠안았다. 티빙 또한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전년 762억원에서 1,192억원으로 56.3% 불어났다. 적자를 감수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여전히 ‘글로벌 공룡’ 플랫폼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를 유도할 만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서 이탈해 새로운 길을 찾는 사례도 등장했다. 쿠팡플레이는 이커머스 멤버십 기반으로 구독자를 확보, 올해 6월 기준 실사용자 수가 486만 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 등이 내세우는 ‘오리지널 시리즈’ 대신 자사가 직접 주최, 주관, 중계하는 스포츠 이벤트, 예능 등을 주력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적자 메꾸기 위한 ‘무리수 PPL’

재무 구조 악화는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억지 PPL’이다. 지상파 채널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지만, OTT의 경우 멤버십 구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따라서 오리지널 시리즈에는 광고와 PPL이 없는 것이 불문율이며,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라이선스 콘텐츠에도 PPL 노출을 가급적 지양하는 편이다. 광고 수입이 아닌 유료 구독자가 내는 구독료로 콘텐츠 제작비를 충당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자에 시달리는 OTT 플랫폼에 광고 수익은 달콤한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적자에 시달리는 토종 OTT 플랫폼 콘텐츠에는 여전히 PPL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월 구독료를 납부하면서도 광고나 PPL이 포함된 콘텐츠를 시청해야 하는 불편한 경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사진=tvN

2021년 tvN 및 티빙에서 방영한 드라마 <지리산>이 대표적인 ‘억지 PPL’의 예시다. <지리산>에서는 배우 고민시(이다원 역)가 특정 브랜드의 샌드위치를 배달로 주문하고, 이를 여타 등장인물에게 권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고민시가 근무하는 지리산 내 대피소가 실존하는 장소인 데다, 지리산에서 가장 가까운 해당 브랜드 지점이 대피소와 자그마치 72㎞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고증에 어긋나는 ‘무리수’ PPL이라는 것이다.

또한 주연 배우인 전지현, 주지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특정 아웃도어 브랜드 의상을 지나치게 많이 입고 등장해 몰입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같은 과도한 PPL은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TV 방송에서는 그나마 용인되지만, 이미 구독 요금을 납부한 OTT 구독자에게는 불쾌한 경험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토종 OTT 활로는 글로벌 시장?

현재 대부분의 토종 OTT 사업자들은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독식에 대항할 ‘탄환’이 고갈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의 월 구독료가 곧 국내 제작사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만큼,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비교적 파이가 큰 해외 시장에서 구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타 국내 플랫폼 서비스들은 줄줄이 해외로 진출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은 동남아시아 등지에 진출하며 메타보다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배달의민족은 베트남에서 현지 2위 플랫폼에 등극했고, 야놀자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호텔 운영을 자동화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망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OTT 공룡’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같은 무대에 설 필요가 있다. 낭떠러지 끝까지 몰린 토종 OTT 플랫폼들은 차후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