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근원지는 미국이다? 메타, ‘반미·친중 메시지’ 살포한 가짜계정 대량 적발

최근 6년간 7차례에 걸쳐 중국 가짜계정 적발한 메타 코로나19 최초 발생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배후도 미국이라 주장 미중 갈등이 가짜뉴스 여론 선동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 네이버카페 도배한 수상한 글, 중국 최정예 댓글부대 ‘우마오당’ 소행 추정

160X600_GIAI_AIDSNote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가 영어, 한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전 세계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계정을 적발했다. 적발된 계정의 배후로 중국 정부가 지목되는 가운데, 메타는 이같은 소셜미디어 활동이 과거 러시아의 선동 방식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친중 기사, 중국 정부가 배후

29일(현지 시간) 메타는 자사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중국 정부가 배후로 추정되는 가짜계정 7,700여 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메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틱톡, X(옛 트위터), 레딧, 핀터레스트, 유튜브 등 50여 개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무차별적으로 미국과 우방국을 비방하고 중국을 선전하는 기사나 게시글을 유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는 이같은 가짜계정을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스팸과 위장의 합성어)라 부르며 “이번 작전은 2019년부터 시작됐고, 중국 당국자들과 연결돼 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가짜뉴스 선동 전략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메타는 중국 정부가 이같은 메시지 전파를 위해 전국에 여러 개의 사무실을 두고 교대제로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메타에 따르면 각 사무실의 가짜계정이 활동하는 시간대는 중국 현지 오전부터였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일제히 활동을 중단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휴식이 끝나면 일시에 활동이 급증하기도 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 작전에 참여하는 팀은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곳에 모여 있는 이들이 8,000여 개의 페이스북 계정과 15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친중국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또 유튜브 동영상, 쿼라 댓글은 물론 심지어 룩셈부르크 신문사가 운영하는 포험 룩셈부르크 보르트에도 허위 주장을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반복되는 가짜계정 단속

메타는 최근 6년간 7차례에 걸쳐 중국의 가짜계정을 대거 적발했는데 이번 적발 규모가 가장 크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가 페이스북 가짜계정을 통해 여론 조작에 나선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 메타는 정기적으로 이를 단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가짜계정 81개와 페이스북 페이지, 그룹 각각 8개, 1개를 적발했다. 당시 메타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 가짜계정 이용자들은 2021년 말부터 정장을 입은 남성 프로필 사진에 여성 이름을 사용한 계정을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물론, 여타 소셜미디어에 가짜뉴스를 게재했다. 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가 하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출신 자유주의자로 행세하며 총기 소유, 낙태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연결된 대규모 가짜계정도 대거 적발한 바있다. 메타는 이들 계정이 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영국을 표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독일 주간지 데어 슈피겔(Der Spiegel)과 영국 가디언 등 유럽의 여러 미디어 기관으로 위장한 60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우크라이나를 비판하고 러시아를 찬양하는 뉴스를 생산해 유포했다.

2020년에는 트위터도 중국 공산당이 중국과 관련한 사실을 오도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 운영한 트위터 계정 약 17만4,000개를 삭제 조치한 바 있다. 지난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 계정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을 비난하거나 이로 인한 반중국 정서를 희석하는 데 특히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부정적, 중국은 긍정적 기사로 선동

이번에 적발된 중국 가짜계정은 주로 미국을 비방하는 기사나 게시글을 동시다발적으로 대량 살포했다. 일례로 지난해 9월에 발생한 발트해 해저 러시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가 올해 2월 27일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블로그스팟 등에 실리자, 하루 만에 레딧·페이스북·유튜브 등의 가짜계정을 통해 전 세계에 유포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최초 발생이 중국 우한이 아닌 미국 포트 데트릭(Fort Detrick)이라는 글도 퍼뜨렸다. 포트 데트릭은 미국의 생물학 무기 연구, 생산으로 유명한 군사기지다. 한 계정에는 “훌륭한 단서!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접수된 미국의 수상한 해산물”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마치 기사 헤드라인으로 보이는 해당 게시물은 8개 언어로 번역돼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들 계정은 미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사를 적극적으로 퍼뜨린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긍정적 내용을 강조했다.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 신장성과 관련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콘텐츠를 생산한 것이 대표적이다. NYT는 한 여성이 중국어로 신장 생활이 평화롭다고 말하는 틱톡 동영상 조회수가 7,000회를 넘었다고 전했다.

출처=네이버카페 홈 캡처

한국서 활개 치는 ‘우마오당’

이처럼 해외의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공작은 근절되기는커녕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가 한국어로도 번역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이른바 ‘우마오당(五毛黨)’의 선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5마오를 받는 무리’라는 뜻의 중국 사이버심리부대로 단순 댓글 아르바이트가 아닌 별도로 선발된 최정예 당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7일 네이버카페를 도배한 ‘요새 한국이 너무 흉흉하네요’라는 제목의 게시글도 우마오당이 주범으로 지목된다. 본문 내용은 “신림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살인 예고까지 하네. 지들이 뭐라도 된것마냥 너무 짜증나요 정말. 스프레이라도 챙겨서 다녀야겠어요 무서워서“로 단순하다. 누리꾼들과 전문가들은 이 단순한 글이 같은 날 전국 수십 곳의 맘카페에 ‘똑같이’ 올라온 점에 주목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칼부림 사태와 무분별한 온라인 살인예고로 인해 불안에 떠는 우리 국민 정서를 부채질하기 위한 목적으로 퍼 날랐다고 본 것이다.

우마오당의 규모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00만 명이 훌쩍 넘는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최소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대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상당수가 학내 공산당위원회 선전부, 학생처, 중국공산당청년단 위원회 간부 중에서 선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여론전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인터넷 부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뉴미디어 여론 장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우마오당의 세력 확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 꾸렸지만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가짜뉴스의 확산이 국익과 안보, 나아가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가짜뉴스를 범정부적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가짜계정을 만들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식으로 정치개입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적성국의 디지털 심리공작 유형과 피해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2021년 적성국의 악의적인 정보활동에 대응하는 조직인 해외악성영향센터(FMIC)를 설립했고, 국토안보부는 허위조작정보 관리 이사회(DGB)를 신설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 허위정보 공작 유형에 대한 연구조차 미진한 상황이다. 국가정보원 내 전담조직이 있긴 하지만, 최소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휴업 상태에 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이후 국방부와 국정원의 정보심리전 연구가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짜뉴스와 선동적 괴담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을 꾸려 운영 중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IP추적 등 정보수사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형성된 담론과 악의적으로 유포된 허위조작정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위조작정보 동향을 부수적으로 연구해 온 한 연구위원도 “한국은 허위조작정보를 특정하는 방법론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초당파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