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악의 산불 발생했는데, 메타는 ‘강 건너 불구경’

트뤼도 총리 “안전보다 기업 이익 우선인가”, 날 선 비판 캐나다 시민단체, 메타 보이콧 예고 한편 “빅테크에 과중한 책임 지운다”는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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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산불 현장/사진=BC Wildfire Service

캐나다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무수한 비판에 휩싸였다. 수만 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온라인 뉴스법’에 대한 반발로 페이스북 등에 지역 뉴스를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캐나다 문화부 장관, 교통부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메타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캐나다 산불과 빅테크 논란

현재 캐나다의 상황은 암울하다. 북극해에 인접한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와 미국 워싱턴주에 인접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각각 지난 15일과 18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노스웨스트 준주 정부는 주도인 옐로나이프 주민 2만 명 전원을 대피시켰고,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는 주민 3만5,000명에게 집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주민들이 안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지역 소식을 전달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캐나다인들을 위한 뉴스 콘텐츠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캐나다인의 안전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연방정부 장관들이 메타의 뉴스 공급 차단에 대해 “무모하고 무책임하다”고 공격한 데 이어 총리까지 나선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어 “캐나다인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광범위한 국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메타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캐나다 온라인 뉴스법(C-18)의 영향

문제의 핵심은 캐나다 의회가 온라인 뉴스법을 제정한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C-18으로도 불리는 캐나다의 온라인 뉴스법은 대형 기술 플랫폼이 캐나다 지역 뉴스 매체에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6월 최종 승인을 받은 법안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중개할 경우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메타는 언론사에 보상을 지불하는 대신 캐나다에서 뉴스에 대한 액세스를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이외 국가의 뉴스 매체는 계속해서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으나, 해당 컨텐츠들 또한 캐나다에서는 볼 수 없다. 현재 메타는 캐나다 전역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뉴스 서비스를 철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후 산불이 맹렬하게 확산됨에 따라 SNS에서 즉각적인 뉴스 공유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메타는 뉴스 서비스 철회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주민들을 위한 안전 뉴스조차 보도하지 않는 메타의 행태를 두고 캐나다 국민은 물론, 캐나다 정부에서도 강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타 측은 “이용자들이 친구와 가족에게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출시했고, 이용자들은 정부 기관이 배포하는 긴급 서비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캐나다 국민의 분노는 여전하다. 한 시민단체는 오는 23~24일 이틀간 전국적으로 메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펼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뉴스 고집할 이유 없는 빅테크

그동안 포털과 소셜 미디어 기업은 자사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정당한 보상 없이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게재해 왔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캐나다에서는 450개의 뉴스 매체가 문을 닫는 등 빅테크의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지역 매체를 살리기 위한 차원으로 뉴스법을 추진했고 법안이 통과되자 메타는 “온라인 뉴스법이 시행되기 전에 캐나다의 모든 이용자에 대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뉴스 제공을 종료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메타 캐나다의 공공 정책 책임자인 레이첼 커런은 “이 법안은 뉴스 매체가 플랫폼을 사용할 때 받는 가치를 잘못 표현하고 있다”며 “메타가 뉴스 콘텐츠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얻는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 매체는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공유해 고객을 확대하고 수익을 얻지만, 플랫폼 사용자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플랫폼에 접속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캐나다 방송협회는 “캐나다인들이 기상 정보 등을 뉴스에 의존하고 있는 시기에 메타는 무책임하게 정보를 남용하고 있다”며 “그것이 그들의 시장 지배력”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인들은 이번 뉴스법 사태를 두고 구글,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이 광범위한 정보 유통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본질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콘텐츠에 대한 유료화가 의무화되면 빅테크가 뉴스 콘텐츠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저널리스트는 “빅테크는 뉴스 대신 숏폼 콘텐츠와 같은 트렌드를 쫓아 틱톡과 경쟁할 수도 있다”며 “서둘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뉴스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 배포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