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마켓’의 시대는 갔다, 대형마트가 이끄는 ‘공동구매’ 시장

이마트 ‘오더픽’·롯데마트 ‘온리원딜’ 등 대형마트 공동구매 열풍 동네 이웃에서 SNS로, SNS에서 대형마트로 옮겨가는 ‘공구’ 수요 장바구니 물가 급등하며 ‘가격 파괴’ 경쟁 심화, 공구는 원가 절감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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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마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지에서 알음알음 인기를 끌던 ‘공동구매’가 최근 유통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가 줄줄이 B2C(Business to Customer) 공동구매 서비스를 출시하며 유통가 내 ‘최저가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실제 이마트가 운영하는 공동구매 ‘오더픽’은 지난 4월 출시 이후로 ‘품절 대란’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SNS·개인 판매자를 주축으로 이뤄지던 소규모 공동구매 대비 저렴한 가격, 보장된 상품 품질, 투명한 거래 등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싸고 안전하다, 대형마트의 ‘공동구매’ 서비스

대형마트가 진행하는 공동구매 서비스들은 최근 고물가 흐름을 타고 시장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일반 판매가 대비 저렴한 가격, 투명한 거래 과정을 필두로 SNS 소규모 공동구매 대비 우위를 점한 것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소비자의 성원에 힘입어 관련 서비스를 점차 확장해나가는 추세다.

이마트의 오더픽(order+pick up)은 이마트 앱에서 공동구매 상품을 주문·결제한 뒤 나중에 제품을 수령하는 서비스다. 공동구매 조건을 달성하면 이마트가 교환권을 발부하고, 소비자는 제품을 이마트 매장에서 수령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오더픽을 통해 기존 판매가 대비 10~70%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협력해 지난 5월 햇마늘 1,000톤을 사전 예약 판매했다. 오는 10월 김장철을 대비해 미리 마늘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온리원딜’을 선보이기도 했다. 온리원딜은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롯데가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일종의 공동기획상품(NPB)으로, 대량 매입 및 제조단계 직접 참여 등을 통해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춘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의 온리원딜 상품 진열대/사진=롯데쇼핑

동네 이웃·SNS 중심이었던 ‘공구’

스마트폰 보급 이전 ‘공동구매’는 동네 이웃이 뜻을 모아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량으로 사면 저렴한 물건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모여 함께 구입하는 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플랫폼 내에서 이처럼 동네 주민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공동구매 서비스 ‘같이사요’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이후에는 공동구매 시장의 주도권이 SNS ‘인플루언서’에게 넘어갔다.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한 개인이 직접 ‘인스타마켓’을 오픈해 공동구매를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마켓은 인스타그램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를 알선하는 전자상거래로, 셀러(상품기획자)는 특정 업체로부터 상품을 사입하거나 위탁받은 뒤 팔로워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인스타마켓’은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식품과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허위·과대 광고를 한 인플루언서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특별 단속에서 무더기 적발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식품·화장품을 광고, 판매하는 인플루언서 84명 계정을 특별 단속한 결과, 총 54명의 계정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pexels

공구로 ‘가격 파괴’ 경쟁 이끄는 대형마트

대형마트의 참전은 공동구매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대기업의 ‘공동구매 역량’에 대다수의 소비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공동구매 시장에 뛰어든 대형마트는 개인 판매자 대비 압도적인 제품 매입 규모로 원가를 낮추고,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B2C 공동구매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소싱 과정에서도 공동구매를 적극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계열사와 공동구매를 통해 상품 원가를 절감한 롯데마트가 대표적인 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부터 롯데칠성·롯데주류와 매실을 공동으로 사들여 원가를 약 15% 절감했으며, 우산이나 고무장갑 등 공산품도 롯데슈퍼·세븐일레븐 등 유통 계열사와 함께 대량으로 일괄 구매해 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매섭게 뛰며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공동구매 형식을 채택, 마진을 일부 버리더라도 다수의 소비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택하기 시작했다. 유통가에 불어닥친 가격 파괴 경쟁이 지금껏 소규모·개인 판매자 위주였던 공동구매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