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로 숨통 트이나 했지만, 산업계 “인력난 여전해”

대한상공회의소 “외국인력 도입 규모 확대해야 한단 응답 90%”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하는 산업계, 호텔업도 ‘적극적’ ‘비전문 인력’에 집중하는 정부, 외국인 ‘전문인력’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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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단체들이 인력 수급 해결책으로 외국인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정부는 아직 외국인 근로자를 비전문 인력 수급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인력 수급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도 함께 시행돼야 할 때다.

“외국인 근로자 부족해, 인력 도입 확대돼야”

17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상의)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502개사를 대상으로 ‘외국인력 활용 실태 및 개선사항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내년도 외국인력 도입 규모에 대해 올해보다 유지(43.2%) 또는 확대(46.8%)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회사는 전체의 90%에 달했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를 충원하기 위해 올해 비전문 외국인력(E-9비자)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조사에서 생산 활동에 필요한 비전문 외국인력 고용인원이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부족하다(57.2%)’고 답했다. 부족 이유로는 ‘내국인 이직으로 빈일자리 발생’이 41.5%, ‘고용허용인원 법적 한도로 추가 고용 불가’가 20.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외국인력은 평균 6.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평균 외국인 근로자는 9.8명이었으며, 이는 내국인 근로자(76.8명) 대비 1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정부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 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외국인근로자 재입국 기간 완화 △사업장별 허용 인원 확대 △외국인력 도입 확대 △한국어·문화 교육 강화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확대에 목소리를 함께 냈다. 무협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업계 56.8%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수도권 소재 기업은 60.1%가 인력난을 호소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62개사는 평균 7.4명의 외국인을 고용했으나, 현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업당 외국인 근로자를 현재 고용 인원의 약 1.6배로 늘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韓 인력난 수준 심각, 고령화·저출산 등이 원인

현재 우리나라의 인력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세대교체에 따른 직업관의 변화, 교육체제의 한계, 현직 종사자의 이직, 일자리 불안정성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중첩되며 인력난은 점차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인력난이 단순 제조 중소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산업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피 경향이 있던 호텔업의 변화가 눈에 띈다. 호텔업계는 올해부터 전문직 취업(E-7)의 채용을 2명에서 5명까지 확대했고, 방문취업 동포(H-2)의 고용을 4, 5성급까지 확대했다. 최근 업계 사이에선 외국인 유학생(D-2)의 시간제 취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턴 주중 최대 25시간으로 근무 허용 시간이 늘어난 데다 주말이나 공휴일, 방학 기간엔 시간 제한 없이 풀타임 고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게 호텔업계의 판단이다.

물류창고·운송업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한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고 한국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력의 경우 출국-재입국 과정 없이 10년 이상 체류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장기근속 특례’를 내놨다. 일부 상·하차 직종에 대한 외국인 고용도 허용했다.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지니는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계절근로자가 입국심사를 대기하고 있다/사진=법무부

각종 정책 시행했지만, 인력난 여전히 ‘문제’

다만 외국인 인력 유입이 직접적으로 늘어난 농업 현장 등에서도 인력난은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남지역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274명으로 전년 대비 183%나 늘었다. 그러나 농번기가 다가오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위해선 10일 전 예약이 필수일 만큼 인력난이 심해졌다. 고임금도 부담이다. 한농연 회원을 중심으로 조사한 5월 전남지역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신안·해남 15만원, 순천·무안 14만원, 광양 13만원, 나주 11만원 등이었다. 나주를 제외한 전남 대부분 지역이 지난해 대비 인건비 1만원 하락에 그친 것이다. 고임금과 인력난 문제가 중첩돼 네거티브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일각에선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너무 ‘단순 근로 인력’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11만 명까지 늘렸지만 어디까지나 비전문 인력(E-9)에 대한 공급만 는 것이기에 전문인력이 필요한 산업계의 인력난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 문제는 국가적 문제로 부상했다. 현장 인력들의 고령화, 저출산, 청년세대들의 취업 기피 현상 등이 지속되는 한 인력 부족 문제는 앞으로도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외국인 근로자 수급에 차질히 생기며 산업 현장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됐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선을 통한 기업 구인난 해소 및 외국인 이민 확대 등을 통한 장기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비전문 인력 외 전문인력을 끌어들일 만한 정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 인력 수급 문제는 국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