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업체 “배달·숙박앱 입점비 부담 높아, 플랫폼 독과점 막아야”

중기중앙회 ‘온라인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 발표 시민단체 및 야당 “비용부담 관련 애로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업계 “온플법 등 과도한 규제가 생태계 헤칠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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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배달앱과 숙박앱 입점업체들의 광고 등 비용 부담 체감 수준이 오픈마켓과 패션 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최근 온라인플랫폼 분야별 자율규제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입점 업체의 지난해 거래 실태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발굴하기 위해 실시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부 플랫폼 업체의 독식에 따른 결과라며 독과점을 막기 위한 법안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1,200개사’ 대상 조사 실시

중기중앙회가 9일 오픈마켓과 배달앱, 숙박앱, 패션앱 등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 1,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현재 비용 부담 적정성 체감도(100점 만점 기준)에 대해 패션앱과 오픈마켓은 각각 51.7점, 44.9점으로 높은 반면, 배달앱(32.3점)과 숙박앱(32.8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비용이 ‘매우 부담’ 또는 ‘부담된다’고 답한 업체의 비율도 배달앱과 숙박앱이 가장 높았으며, 응답 비율은 △배달앱(64.7%) △숙박앱(62.3%) △오픈마켓(36.0%) △패션앱(29.0%) 순이었다.

한편 평균 명목 판매수수료율을 살펴보면 △패션앱(19.1%) △숙박앱(11.8%) △오픈마켓(11.1%) 순으로 나타났다. 판매가에서 광고비 등 기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픈마켓 평균 7.0%, 패션앱 평균 2.9%로 조사됐다. 배달앱의 경우 업체별 수수료 체계가 정해진 구조로, 배달앱 입점업체가 배달대행 업체 이용료(배달비)를 소비자와 분담한다. 이번 조사에선 배달앱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주문 1건당 배달비는 평균 3,473원으로 조사됐다.

플랫폼과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부당행위를 경험했다는 업체 비율도 숙박앱과 배달앱이 가장 높았다. 응답 비율은 △숙박앱(10.7%) △배달앱(7.3%) △오픈마켓(6.3%) △패션앱(2.7%) 순으로, 4개 분야 모두 플랫폼 입점업체가 가장 많이 경험한 불공정·부당행위 유형이 ‘비용부담이 과다하지만 협상력 차이로 대응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문제만큼은 높은 규제안 마련할 것

플랫폼 입점업체가 체감하는 비용부담 관련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회에는 분야별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한 다양한 법안이 제출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낸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이 플랫폼 독과점을 막기 위해 제출된 대표적인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여야 간 격돌 양상으로 번지며 규제안 마련이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여당은 새 규제안이 도입이 플랫폼 산업을 위축시킬 거라고 우려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와 여당 등은 자율규제만으로는 플랫폼 폐해를 막기 어려워 추가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규제’ 철폐를 외치며 온플법 철회를 시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업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킬러 규제를 없애야 민간 투자 활성화로 미래 성장 기반이 마련되고, 국가 풍요와 후생을 보장받게 된다”며 “기업인 투자 결정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인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무조정실이 ‘킬러 규제’ 개선을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가운데, 공정위도 조만간 법 제·개정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온플법 제정 대신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대형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독과점 지위 남용에 따른 각종 폐해를 바로잡기 힘들다고 보고 있는 만큼 독과점 문제에 대한 높은 규제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중기중앙회

경기둔화 우려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룡 플랫폼들’

이를 두고 여당에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독과점 등의 반칙행위를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안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가 여러 분야에서 성과가 도출되고 있는 만큼,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지속 가능한 상생협력 모델이 확산되는 현상이 가속될 거란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도 “플랫폼 시장의 갑을 분야에 대해서는 법·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보다는 우선 시장 중심의 자율규제 도입이 효과적”이라며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한 규율은 갑을 분야에 대해 도입을 추진 중인 자율규제와는 무관한 영역으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제도 개선 필요성 검토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반대로 일부 플랫폼 업체의 독식은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배달앱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배달의민족’의 경우 2020년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해 왔으나 지난해 배달대행 플랫폼들 가운데선 유일하게 4천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배달앱 간 출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속 수수료 할인책을 펴며 7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단건 배달 수수료 인상 등의 정책을 펴며 나 홀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랜 기간 플랫폼 독과점 논란이 지속된 숙박 업계에서도 업계 1, 2위를 다투는 ‘여기어때’와 ‘야놀자’ 등 공룡 플랫폼들의 실적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여기어때의 매출액은 2021년 2,050억원에서 2022년 3,059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8%에서 10%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야놀자의 매출액도 2,809억원에서 3,6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6%에서 18%로 개선됐다. 지난해 엔데믹 전환 이후 찾아온 소비 침체의 영향으로 배달 및 숙박 업계 소상공인 등의 중소업체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플랫폼들의 독야청청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