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성장 끝에 자금줄 마른 이커머스 시장, ‘전자제품 커머스’ 스타트업 투자 유치 성공

전자제품 버티컬 커머스 ‘테스트밸리’, 유동성 말라붙은 시장서 50억원 투자 유치 한 달 체험·리퍼 상품 등으로 ‘버티컬 커머스’ 도전장, 초기 시장 선점할 수 있을까 침체한 이커머스 시장, ‘수익성 개선·점유율 확보’ 동시에 해내야 살아남는다

160X600_GIAI_AIDSNote
사진=테스트밸리

전자제품 전문 커머스 ‘테스트밸리(Testvalley)’를 운영하는 비엘큐가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2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신규 투자사인 CJ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과 기존 투자사인 스트롱벤처스가 참여했다.

최근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테스트밸리는 지난해 말 월 거래액이 4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테스트밸리는 아직 이렇다 할 강자가 없는 국내 전자제품 버티컬 커머스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전자제품 ‘한 달 체험’ 서비스

테스트밸리는 신규 상품, 리퍼브(refurbish·재단장) 상품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다.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가 개봉 및 이용한 전자제품을 손쉽게 반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스트밸리는 구입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한 달 이내에 반품할 수 있는 ‘리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고객이 구입 및 이용한 제품 가격의 5~15%를 체험비로 납부하는 식이다.

고객이 리턴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환불할 경우 해당 상품은 ‘리퍼브 상품’으로 재판매된다. 테스트밸리는 리턴을 통해 반품된 제품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중고 상품 등을 적극 매입, 리퍼브 전문 하드웨어 엔지니어의 검수를 거쳐 리뉴(테스트밸리 내 검수·인증된 리퍼브 제품)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든든보장’ 옵션을 선택할 경우 구매 후 2년까지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제공한다.

지난 1월 기준 약 10만 명의 고객이 테스트밸리를 통해 제품을 구입했다. 서비스 초반에는 20대에 국한돼 있던 고객 연령대도 30대 초·중반부터 40~50대 중년층까지 확대됐다. 2021년 1월 1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2월에는 40억원까지 뛰었으며, 누적 매출은 300억원을 넘어섰다.

사진=테스트밸리

‘이제야 출발선’ 전자제품 버티컬 커머스

테스트밸리는 ‘전자제품 버티컬 커머스’를 지향한다. 버티컬 커머스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판매, 제공하는 상업 형태다. 소비자의 취향이 점차 세분화·개인화하는 가운데, 특정 분야에 집중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버티컬 커머스는 이커머스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마켓컬리(식품), 무신사(패션), 오늘의 집(인테리어) 등이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다.

국내 전자제품 버티컬 커머스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전자제품 전문점’은 용산 전자상가·강변 테크노마트 등 오프라인에 주로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시설이 노후화하며 공실률이 높아지고, 오프라인 시장 영향력마저 크게 위축되자, 이들 기업은 하나둘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며 ‘버티컬 커머스’로의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컴퓨존’이 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본사를 두고 B2B 위주 사업 운영하던 컴퓨존은 온라인 커머스 시장 진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PC 쇼핑몰, 모바일 웹/앱 쇼핑몰, 오프라인 주문 채널을 병행 운영하며 월평균 20만8,796여 건에 달하는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컴퓨존은 2020년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연 매출 1조원을 달성, 전자제품 시장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온라인 환경으로 옮겨온 전자제품 구입 수요를 성공적으로 흡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진=컴퓨존

이커머스 시장 전반 침체, 수익성 확보 가능할까

변수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다. 주요 기업인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 수익성을 뒤로 하고 대규모 물류센터 등 ‘외형’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수해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커머스를 포함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투자 시장이 미래 성장성보다 당장의 수익성을 중시하면서 자금줄이 말라붙은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출혈 투자를 이어가던 이커머스 시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미래의 수익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들 기업은 당장 기업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대다수 이커머스 기업은 수익성 개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점차 악화하자 성장보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제 쿠팡, SSG닷컴·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점유율 상위 5개 업체(네이버 제외)는 모두 지난해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시장이 침체하고 있지만 업계 간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경쟁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경쟁 시장이 새롭게 조성된 셈이다. 시장 내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내로라하는 종합 커머스 기업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테스트밸리가 척박한 시장 환경을 이겨내고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