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수출 산업’된 K-콘텐츠, 정작 지원은 ‘쥐꼬리’?

K-콘텐츠 주력 산업이라더니, “1,540억 아쉬워” 국가적 기대 큰 만큼 더 많은 지원 필요해 “콘텐츠 산업에 우리 미래 달렸다 해도 과언 아냐”

160X600_GIAI_AIDSNote
2017년 기술보증기금이 게임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판교에 경기문화콘텐츠금융센터를 열었다/사진=기술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문화콘텐츠 관련 금융·비금융 정책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엔데믹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위축된 국내 문화콘텐츠 제작기업의 지속성장 및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다만 일각에선 액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기보, 문화콘텐츠 사업에 1,540억원 공급한다

기보는 6일 문화콘텐츠 사업에 총 1,540억원을 공급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0억원 증가한 수치다. 국내 문화콘텐츠 제작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인 기보는 문화산업완성보증, 고부가서비스프로젝트보증, 문화콘텐츠기업 이차보전, 지식문화산업보증 등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유통까지 프로젝트 제작 전 주기에 맞는 금융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다. 콘텐츠기업 투자, 지식재산권(IP) 보호, 기술신탁 등 금융과 비금융 지원을 통한 기업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기보는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권 최초로 문화산업완성보증 제도를 마련하고 전담 영업조직을 전국에 설치했다.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기보는 방송·공연·영화·애니메이션 등 10개 장르 2,200여 건 이상 프로젝트에 총 1조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지원 사례로는 모범택시2, 닥터 차정숙, 오페라의 유령, 범죄도시2·3, 라바 패밀리 등이 있다.

중요 산업으로 떠오른 콘텐츠 산업, 1,540억원으론 부족할 듯

문화콘텐츠 산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1, 2순위로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됐다. 그런 만큼 관련 업계에선 K-콘텐츠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기보의 정책지원 강화는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그러나 일각에선 작년 대비 10%가량 인상으론 글로벌 초격차 확보는커녕 제대로 된 성장조차 이뤄내지 못할 수 있단 비판이 나온다. 다시 말해 지원되는 돈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최근 K-콘텐츠 업계는 시름을 앓고 있다. 토종 OTT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 플레이 등의 가입자 수는 모두 합쳐도 글로벌 OTT 넷플릭스 하나에 뒤처지는 수준이다. 경영실적은 더 처참하다. 지난해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는 1,213억원, 왓챠는 5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업계에선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현행 대비 2배 상향하고 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공제율 상향 시 예상되는 경제적 순 편익은 1,449억원(부가가치 유발액 9,973억원, 취업 유발 효과 1만3,684명), 만화나 웹툰 등 대상 확대 시 1,53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당장 1,540억원을 공급하는 것보다 세액공제율을 늘려주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尹도 인정한 K-콘텐츠 위력, 그런데?

우리 정부는 K-콘텐츠를 주력 산업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지난 2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 세계의 갈채를 받고 있는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 2027년까지 수출 250억 불을 달성하고 세계 콘텐츠 시장 4강에 진입하겠다”며 ‘K-콘텐츠 수출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콘텐츠 산업 내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융을 대폭 확대하고 10만 영세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지사 역할을 하는 콘텐츠 해외 거점을 확충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콘텐츠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적극 해소하겠다”며 K-콘텐츠 강화 의지를 명백히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은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기업, 금융 기관, 관련 단체들이 ‘팀 코리아’라는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 원팀이 돼서 2023년엔 우리 수출과 산업 진흥을 위해 다 함께 힘쓰자”고 힘줘 말했다.

그만큼 K-콘텐츠에 대한 국가적 기대도 크다는 의미다. 기보가 내놓은 정책지원 강화안이 다소 약하게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기대는 많은데, 지원이 적다. K-콘텐츠가 처한 현실이다. 정부는 보다 확실한 지원을 단행함으로써 K-콘텐츠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콘텐츠는 우리를 먹여 살릴 미래 먹거리다. 실제 콘텐츠 수출액은 지난 2021년 124.5억 달러로 가전제품,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패널을 크게 추월했다. 코로나19와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2017~2021년) 연평균 9.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10년 연속 흑자 규모가 증가했다. 또 K-콘텐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프리미엄 효과를 통한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연관산업 수출 확대에도 기여했다. 콘텐츠 산업에 미래는 단순 몇백억의 가치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콘텐츠 산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님을 깨달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