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대 6.9만개 일자리 감소” vs 노동계 “시급 1만1,000원 이상이 적절”

노동계 “직장인 4명 중 3명 시급 1만1,000원 이상이 적절하다고 응답”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 집중, 노동계 요청 따르면 최대 47만 개 일자리 감소 여전히 입장차 좁히지 못한 ‘경영계-노동계’, 29일 법정 심의 기한 또 넘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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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의 제8차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영계는 현재 9,62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에 1만원으로 인상되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는 반면, 노동계는 77% 이상이 내년도 최저시급이 1만1,000원을 넘어서야 한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경련,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보고서 발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복지패널의 2017~2021년 가구원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고용 탄력성을 산출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일자리 감소 효과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해보다 3.95% 인상될 경우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창출된 연평균 신규 일자리 수 31만4,000명의 최대 2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층과 저소득층, 소규모사업장 등 근로취약계층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청년층(15~29세)의 경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때 일자리가 1만5,000~1만8,000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소득 2분위의 경우 최소 2만5,000개에서 최대 2만9,000개가 줄어들며, 종사자 수 1~4인 소규모사업장은 2만2,000~2만9,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노동계 요구인 26.9% 인상한 1만2,210원으로 책정 시 일자리 감소 수는 19만4,000개에서 최대 47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최 교수는“최근 영세기업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판매감소·재고 증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경영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결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등 노동계는 전경련보다 하루 앞선 25일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결과 내년도 최저시급이 1만1,000원(월 23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7.6%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1만1,000원을 희망하는 이가 37.1%로 가장 많았고, 1만3,000원(월 272만원) 이상이 20.8%, 1만원(월 209만원) 이하가 17.9% 순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응답자가 1만원 이상을 웃도는 금액을 꼽았는데,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체감 임금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물가 인상으로 체감 임금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5.6%가 ‘동의한다’ 또는 ‘동의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도입에 대해서는 65.0%가 반대, 34.0%가 찬성했다. 특히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반대한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150만원 미만 직장인은 70.8%가 반대했으며, 150∼300만원 67.8%, 300∼500만원 61.0% 등 월 소득이 높을수록 반대 비율이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업종에 따라 달리 적용될 경우 자신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공개한 지난해 임금실태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1,000원이 될 경우 저임금 노동자 약 557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직장갑질119

경총 중소·영세기업 등 지불 능력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이다. 이에 따라 27일 최저임금위의 제8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제9차 전원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내년 모든 업종에 최저임금을 똑같이 적용한다는 안은 확정됐다.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계가 전년 대비 26.9% 인상한 시간당 1만2,210원을 요구한 가운데, 경영계는 27일 최저임금 제시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선 지난 25일 ‘주요 결정기준으로 본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경총은 “일단 지불 능력 측면에서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의 지불 능력 미만 비율이 30%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법정 심의 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제는 지난해까지 총 36차례의 심의가 있었으며, 이 가운데 법정 기정 기한을 지킨 것은 9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