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늘어나는 AI 모임, ‘논의’만 해서는 기술 발전 어렵다

4개사 신규 영입하며 ‘AI 시장 주도권 확보’ 외치는 SKT ‘K-AI 얼라이언스’ AI 열풍에 급증한 AI 행사·모임, 발표와 학습·의견 공유 등 ‘소통’에 중점 생성 AI 중심 시장에서 뒤처지는 우리나라, ‘논의’보다 실질적인 발전에 전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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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동맹 ‘K-AI 얼라이언스’가 파트너사를 확대했다. 토종 기업 동맹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초 체력을 키우고, 미국과 중국이 이끄는 글로벌 AI 시장에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SKTA(SK텔레콤 미국 지사)에서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사 대표들과 ‘글로벌 AI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한 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K-AI 얼라이언스 유나이트(K-AI Alliance Unite)’ 행사를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대기업의 전형적인 ‘실적 홍보’ 용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는 약 1년 3개월 수준까지 단축됐지만, 국내 기업이 생성 AI 시장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오히려 시장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전념하지 않고 그저 ‘AI 열풍’에 편승하려는 내실 없는 모임은 시간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신규 4개사 합류로 ’11개사 AI 협력’ 선언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K-AI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이후 최초 공식 행보다. 행사에서는 △씨메스(CMES) △마키나락스(MakinaRocks) △스캐터랩(Scatter Lab) △프렌들리에이아이(Friendli AI) 등 4개사가 K-AI 얼라이언스에 추가로 합류했다. △사피온 △베스핀글로벌 △몰로코 △코난테크놀로지 △스윗 △팬텀 AI △투아트 등 기존 7개사를 비롯해 총 11개사가 K-AI 얼라이언스와 함께하게 됐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여해 얼라이언스 파트너 대표들에게 자사 AI 대전환 비전과 사업 계획을 공유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 중심의 AI 트렌드 및 시사점, R&D(연구·개발) 기술 공유, 글로벌 사업 및 투자 기회 모색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에 합류한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씨메스’는 SKT와 서비스형 로봇(RaaS) 요금제를 개발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I 기반의 RaaS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AI 챗봇 ‘이루다’로 시장에 이름을 알린 스캐터랩은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챗봇 에이닷(A.)에 감성대화형 AI 에이전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지난 4월 스캐터랩에 1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산업용 AI 전문기업 마키나락스, AI 개발 플랫폼 기업 프렌들리에이아이도 각 사의 AI 핵심 기술과 시너지 방안을 공유하고, 글로벌 AI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I 시대가 낳은 ‘AI 모임’ 열풍

‘AI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며 이 같은 ‘AI 모임’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번 SK텔레콤의 K-AI 얼라이언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모임과 행사가 활발하게 결성되는 추세다.

일례로 IT조선은 지난 13일 온라인을 통해 ‘위험해진 생성 AI,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비즈니스 실무 중심의 ‘AI 비즈 아카데미’ 웨비나를 개최했다. 웨비나에 참석한 다수의 IT 업계 관계자는 주제와 관련된 견해를 발표하고, 현재 AI 상황이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의연구소’는 연구하고 싶은 공통 주제를 보유한 개인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플랫폼으로, “AI 개발자는 주입식 교육으로 길러낼 수 없다”는 플랫폼의 메인 메시지에 걸맞게 딥러닝, 챗봇, 챗GPT 활용 등 AI 관련 모임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 대회, 논문, 연구 등이 있다면 이에 필요한 ‘LAB’을 개설하고, 토론을 통한 학습을 원한다면 플립 러닝 기반 스터디 모임 ‘풀잎스쿨’을 개설하는 식이다.

현직 인공지능 개발자 모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사이트 형태의 모임 ‘AI Dev’가 대표적이다. AI Dev에서는 생성 AI, 챗GPT 등 최신 AI 이슈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진다. AI 개발 및 관련 시장에 대한 유튜브 강의도 사이트 내에 공개돼 있다. 이외에도 국내 개발자들은 AI Dev 내에서 챗봇 기획, 개발, 사용기 등 업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추세다.

무의미한 모임보다 ‘내실 다지기’ 시급한 때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 같은 AI 모임 대다수가 ‘실속 없는 모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들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시장을 휩쓴 AI 열풍에 ‘편승’하고자 하는 기업이 대다수이며, 정작 국내 AI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혁신 기술 개발 등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AI 분야 ‘선도국’ 자리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이슈리포트 ‘우리나라 및 주요국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의 최근 변화 추이’에 따르면, 현재 AI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은 미국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AI 기술 수준에 도달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인 ‘기술 격차’는 중국(0.8년), 유럽(1.0년), 한국(1.3년), 일본(1.5년)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AI 분야 기술 격차는 최근 6년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대비 AI 분야 기술격차는 2016년에 약 2.2년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약 1.3년으로 약 0.9년만큼 축소됐다. 하지만 기술 격차가 축소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현재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 AI’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OpenAI, 구글 등 초거대 생성 AI를 개발하는 기업이 AI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내실 없는 모임을 갖고,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 상황은 ‘시간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술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AI 열풍에 편승하기보단 열풍의 최전선에서 시장을 이끌어나갈 의지를 보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