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2차 정시 최종 선정, ‘민간 모펀드’ 못찾아 정부가 직접 메꾼다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 사업, 목표액 초과해 투자 재원 마련 문화부 계정 모태펀드 늘면서 IP 투자 확대되는 모양새 일각선 ‘모태펀드 대체재’인 민간 모펀드 못 찾았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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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최종 19곳의 위탁운용사가 선정됐다. 이번 출자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중기부 모태펀드 계정이 현저히 줄었으며, 그 빈자리를 문화부 계정이 채웠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문화계정으로 모태펀드를 출자받은 벤처캐피탈이 IP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가 실패하면서 민간 모펀드가 채우지 못한 예산만큼을 다른 정부 부처가 메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즉 중기부가 민간 자금 유입을 위해 모태펀드 예산을 축소했으나 민간 기업들이 외면하자, 해당 부족분을 문체부를 비롯한 각기 부처가 ‘어쩔 수 없이’ 채웠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를 비롯한 각기 정부 부처, 한뜻으로 투자 재원 마련나서

지난 15일 한국벤처투자(이하 한벤투)가 ‘2023년 모태펀드(문체부 등)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19곳의 위탁운용사(GP)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모펀드에서 총 1,910억원을 출자해 총 3,135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는 당초 한벤투가 계획한 결성 목표액인 2,955억원 대비 180억원 많은 규모다.

출자 부처별로 살펴보면 문체부는 관광기업육성 분야에 430억원, 한국영화 분야에 412억2,000만원, 스포츠산업 분야에 184억원, 스포츠출발 분야에 80억원을 마련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메타버스 분야에 473억원, 공공기술사업화 분야에 123억5,000만원, 뉴스페이스에 1,000억원 규모를 조성했다. 환경부는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미래환경산업 분야에 775억원 규모의 투자재원을 조성했으며 이외에도 국토부, 고용부, 복지부가 교통혁신 분야, 사회적 기업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에 각각 250억원, 70억원, 140억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모펀드 출자금을 댄 정부 부처들이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유용환 한벤투 대표이사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목표액을 초과한 투자재원을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번 투자재원을 통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유망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기부 모태펀드 계정은 줄고, 문화부 계정은 느는 추세

정부 주도 모태펀드의 문화계정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한국벤처투자가 GP 모집 당시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할당한 예산은 2019년 1,080억원, 2020년 1,460억원, 2021년 1,440억원, 2022년 1,641억원에 이어 올해는 2,475억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모태펀드 문화계정 예산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계의 콘텐츠·IP 분야 투자에 본격적인 ‘봄바람’이 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5월 투자가 가장 뜨겁게 이뤄졌던 분야는 소설·콘텐츠(2,518억원, 13건) 분야로, 물류·유통(1,240억원, 6건) 분야가 그 뒤를 따랐다.

이에 따라 한류 콘텐츠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연달아 성공하기도 했다. 실례로 지난 5월 31일에는 지식재산권(IP) 전문 스타트업 ‘비욘드뮤직’은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2,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받으며 업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 K-콘텐츠 마케팅·유통·기획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콘텐츠엑스’도 각각 142억원, 130억원 유치에 성공하면서 콘텐츠·IP 사업의 황금기를 알렸다.

결국 정부 스스로 모태펀드 메웠다

모태펀드는 2021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으로 출자 예산이 크게 삭감된 바 있다. 2021년 당시 1조원을 훌쩍 넘겼던 모태펀드의 출자 예산 규모는 올해 7,000억원대로 감소했다. 그간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벤처투자 시장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4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민간 자본 유입이 가능해진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정부 당국은 해당 조치를 통해 중기부가 모펀드를 조성해 개별 벤처펀드에 출자하던 방식을 민간 모펀드 부문으로 돌려 벤처 투자 시장에 민간 자본 유입을 꾀하고자 했다. 즉 정부 의도대로라면 출자 예산 규모의 축소분만큼을 민간 벤처 모펀드가 채웠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출자자로 나서야 할 주요 기업들은 민간 모펀드를 외면했다. 거시 경제 하방 압력에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축소되면서 출자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인식한 정부가 해당 모펀드에 출자하는 기업에 투자 금액의 최대 8%를 감면해 주는 등 세제 혜택을 내세우기도 했으나, 투자 업계에서는 이런 정부 행보를 두고 ‘법인세 깎아줄 테니 출자하라’는 식의 ‘팔 비틀기’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이번 모펀드 출자사업에 문체부, 국토부, 고용부, 복지부 등이 새롭게 참여한 것이 결국 정부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기업들이 이번 출자에 참여하지 않자 궁지에 몰린 정부 당국이 다른 부처들을 동원해 중기부가 발 뺀 만큼의 예산을 ‘울며 겨자 먹기’로 메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