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 뭉칫돈 쓸어모으는 ‘콘텐츠 IP’ 스타트업들

IP 스타트업 디오리진, 시드 단계에서 133억원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콘텐츠 시장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른 IP, 투자자들 ‘OSMU의 매력’에 홀렸다 ‘IP’ 앞에선 녹아내리는 투자 심리, IP 비즈니스 스타트업은 ‘투자 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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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지식재산권(IP) 스타트업 디오리진이 133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리드했으며, 슈미트, 롯데벤처스, 현대기술투자, NH투자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나우IB캐피탈, 기업은행, 라구나인베스트먼트, 구름인베스트먼트 등 10곳의 투자사가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벤처투자 혹한기에 시드 단계의 기업이 100억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실제 디오리진과 같은 국내 IP 스타트업은 투자 불황에도 고평가를 받으며 줄줄이 ‘뭉칫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IP 확보’가 콘텐츠 시장의 주요 경쟁력으로 급부상하자, 미래 성장성에 기대를 건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 ‘세계관’ IP 구축에 초점

디오리진은 넷마블 IP 사업팀장 출신인 정재식 대표가 2021년 5월에 설립한 콘텐츠 IP 스타트업으로, ‘멀티 유저블(Multi-Usable) IP’를 개발·확보하고 이를 콘텐츠 전 영역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방면에서 IP가 활용할 수 있도록 세계관과 사업 전략을 구축, 일관된 IP 경험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모든 콘텐츠 영역에서 일관된 IP 경험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IP로 진화시키는 것이 디오리진 IP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라는 설명이다.

실제 디오리진은 설립 1년 만에 누적 수주 금액 80억원을 달성하며 콘텐츠 시장 내에서 독창적인 IP 자체 개발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넷마블에프앤씨(F&C) 오리지널 IP ‘프로젝트H’ △컴투스 ‘서머너즈 워’ IP 사업 및 세계관 △콩스튜디오 ‘가디언테일즈’ 세계관 리뉴얼 △라인게임즈 오리지널 IP ‘GOD12’ 등이 있다.

디오리진은 앞서 지난달 30일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IP 제작뿐만 아니라 콘텐츠 다매체 확장과 글로벌 IP 확보, 최상위 크리에이터 영입, IP 벨류체인 확대 등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오리진이 세계관 IP 제작에 참여한 컴투스의 게임 ‘서머너즈 워’/사진=컴투스

콘텐츠 시장 ‘IP 비즈니스’의 급부상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는 특허나 브랜드, 디자인, 캐릭터 등 다양한 지적 재산을 포용하는 개념이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는 ‘IP 비즈니스’는 대표성을 띤 인물이나 캐릭터, 게임 등 IP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활용 형태는 개발이나 컨설팅, 유통, 미디어, 상품화 등 무궁무진하다.

기존 IP 비즈니스는 가수나 연예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굿즈’ 생산, 게임·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생산 등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IP 비즈니스는 저작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와 장르 등을 연결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원천 IP를 확장하는 수익 모델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OSMU는 핵심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가공하여 많은 채널에 확산하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IP를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 광범위한 형태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디즈니’가 OSMU의 가장 대표적인 예다. OSMU 전략을 채택하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콘텐츠 노출 증가로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가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의 OSMU 사례로는 웹툰 IP의 드라마화를 들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김칸비, 황영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 <스위트홈> △연상호와 최규석 작가 웹툰 원작인 드라마 <지옥> △주동근 작가의 웹툰 원작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가 대표적인 예다.

웹툰 IP를 활용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사진=넷플릭스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서도 ‘순항’

IP 비즈니스에 중점을 둔 스타트업들은 침체한 투자 시장에서도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5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설립된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알토스벤처스와 하나증권 Club1 WM센터에서 14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투자사들은 플레이리스트가 보유한 우수한 IP 파이프라인 및 제작 역량, 누적 구독자 수 1,100만 명 이상의 디지털 채널 영향력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VC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IP 사업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추세다. 지난 4월 넥슨은 주문인쇄제작(Print On Demand, POD) 플랫폼 마플코퍼레이션(이하 마플)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자사가 보유한 50여 종의 게임을 기반으로 넥슨 글로벌 IP 샵(가칭)을 론칭, 마플과 함께 IP 상품화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마플은 2014년 설립된 POD 기반 커스텀 굿즈 제작 전문 플랫폼 기업으로, 개인이나 단체,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디자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IP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현물 굿즈로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최근 △하이퍼코믹 콘텐츠 제작사 아크리아스튜디오 △배경음악 IP 회사 뮤팟 △음원 IP 기업 비욘드뮤직 △음원저작권 투자플랫폼 뮤직카우 등 수많은 IP 비즈니스 스타트업이 얼어붙은 시장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이목을 끈 바 있다. 디오리진 역시 시드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 차후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과연 디오리진은 ‘대세’로 떠오른 IP 시장에서 유망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