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신뢰도 하락, 2만 명 해고 후폭풍 몰려왔다

메타 설문조사서 ‘직원 사기 저하’, ‘CEO 신뢰 저하’ 관측 과도한 정리해고가 원인, “왜 우리가 해고돼야 하나” 사업 성장성 제고해야 할 시기, 애플 넘어설 수 있을까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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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사진=메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직원 개인의 잘못과는 별개로 약 2만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폭풍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의 확장성도 좋지 못한 형국인 만큼 사실상 위기 상황 극복은 거의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 내 CEO 신뢰도 ‘뚝뚝’

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메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지난달 말 실시한 직원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26%만이 회사 리더십을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당초 지난해 10월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엔 ‘리더십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31%까지 나온 바 있다. 당시보다 5%p가량 하락한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 직원은 응답자의 43%에 그쳤다. 이 또한 작년 조사보다 15%p 낮은 수치다. 직원들의 사기가 작년보다 더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신뢰와 사기 저하의 원인에 대해 WP는 “지난해와 올해 두 번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메타 직원들은 “회사 인력의 거의 4분의 1이 사라져 혼란스러워졌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메타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5월 각각 1만1,000명과 1만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WP에 따르면 일부 직원은 지난 5월 말 2차 감원 이후 “열심히 일하는 많은 사람의 사기와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며 “우리가 왜 메타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팀이 부서 감축에 따라 바뀐 업무 범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영진에 더 명확한 답을 요구해도 모호한 답만 돌아온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문답 무용’ 정리해고, 직원들 사기 저하 불러왔다

과거부터 불경기가 찾아오면 고용주들은 으레 정리해고를 단행하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직원 감원이야말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신속하고, 손쉬운 해법이다. 그러나 막상 정리해고를 통해 당장 비용을 절감하더라도 장기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손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메타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말이다.

정리해고가 단행될 경우 가장 먼저 직원의 사기가 저하된다. 남아 있는 직원들도 ‘다음 순번은 나일지 모른다’는 불안에 빠질 수 있으며, 정리해고 경험이 차후 이직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양상은 ‘자진 퇴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회사 차원에서 해고당하느니 내가 먼저 나가겠다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전문 역량과 지식이 상실되는 건 당연한 처사다.

정리해고가 단행된 이후 회사와 관련한 ‘소문’이 말도 안 되게 빨리 퍼지는 점도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과거엔 상사와 면담을 마친 동료가 창백해진 얼굴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구조조정이 시작됐음을 겨우 알아차렸다. 그러나 지금은 재택근무 인원도 많은 데다, 사무실 직원도 슬랙(Slack)이나 팀스(Teams) 등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빠른 소통이 가능한 만큼, 정리 해고 소식 역시 모든 직원들에게 동시에 공유된다. 좋든 싫든 회사의 정보가 안팎으로 빠르게 유통되는 것이다. 이렇게 퍼진 정보는 내부 직원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자들, 업계 전문지에까지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사진=애플

‘구석에 몰린 쥐’ 꼴 된 메타

메타가 당면한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메타는 직원 개인의 잘못과는 상관 없이 1년 새 약 2만 명에 달하는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이에 회사 내부에선 메타 상층부가 자신들의 ‘어이없는 실수’에 따른 결과를 직원들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앞서 메타는 회사 몸집을 불리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선택한 바 있다. 그러나 메타의 메타버스 도전기는 끝내 완전한 실패로 마무리됐다. CNBC, 디크립트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해 4분기 메타버스 관련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랩스에서 매출 7억2,700만 달러, 영업손실 4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메타의 지난해 총손실액은 137억2,000만 달러(한화 약 16조8,0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사업 확장성을 노린 메타의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 프로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 규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됐다. 메타는 이미 지난 2021년에도 리얼리티랩스 부문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도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하는 모양새다.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직원들의 눈총이 따가워지는 이유다.

사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목도하는 것, 이것만이 직원들을 다시금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마저 최근 애플이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밀려나는 형국이다. 메타 경영진은 내부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막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나은 실적을 내보일 필요가 있으나, 현 상황에서 메타가 메타버스 시장에서 애플을 넘어설 획기적인 하드웨어 내지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지난해 메타가 공개한 가상현실(VR) 헤드셋은 “전혀 감동스럽지 않다(underwhelming)”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애플의 비전 프로는 “가격은 비쌀지언정 그 기능만큼은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석에 몰린 쥐, 이게 메타가 처한 현실이다. 이 같은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경영진 차원의 보다 확실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