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3高’ 늪에 빠진 자영업자들, ‘못 버는 사람’부터 무너진다

업계 ‘비명’ 고금리 상황에 1,000조원 돌파한 자영업자 부채, 연체율 3년만에 최고치 제2금융 대출·연체율 동시 증가, 추가 지원 없을 경우 저소득층 먼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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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자영업자 수가 180만 명가량 급증한 반면,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오히려 매년 감소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현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며 다수의 자영업자가 ‘빚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양상이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제2금융권 대출 잔액이 늘고,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함께 급증하는 등 ‘벼랑 끝’까지 떠밀렸다. “이대로 가면 다 굶어 죽는다”는 업계의 한탄이 현실화할 위기다. 이처럼 가계부채발 부실 위험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추가적인 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급증한 자영업자, 줄어드는 소득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2017년 472만6,000명, 2018년 502만2,000명, 2019년 530만9,000명, 2020년 551만7,00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점이었던 2021년에는 자영업자 수가 1년 만에 105만1,000명(전년 대비 19.1%) 증가하며 656만8,000명까지 불어났다.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는 동안 소득은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연 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을 시작으로 2018년 2,136만원, 2019년 2,115만원, 2020년 2,049만원으로 매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자영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던 2021년에는 평균 소득이 2,000만원 이하(1,952만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중위소득 역시 2017년 830만원에서 2018년 817만원, 2019년 798만원, 2020년 755만원, 2021년 659만원으로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다.

자영업자 월소득도 3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자영업자가 가구주인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471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3.2% 감소한 수준이다. 자영업자 가구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0.0%) 이후 3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시작된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소득 감소,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로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현상’으로 경기가 휘청이는 가운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은 1,000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와 관련해 양경숙 의원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금융지원 조치 연장, 채무조정 등 부채 정리 정책과 전기요금 감면 등 다방면으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대출’로 팬데믹 버틴 자영업자들, 한계 부딪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대출을 택했다. 이들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어느새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 양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 최초 발생 시점인 2019년 4분기 말 대출 잔액(684조9,000억원) 대비 48.9% 급증한 수준이다.

자영업자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0.19%였던 자영업자 연체율은 4분기에는 0.26%로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1분기(0.33%)와 2분기(0.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 자영업 가구 중 약 39만 가구가 소득의 7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사용,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는 38만 8,38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2만여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추정한 결과다.

DSR은 개인이 받은 전체 금융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일컫는다. 이때 금융부채에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종류의 대출이 포함된다. 해당 조사 결과 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의 금융부채는 총 109조원에 달했다.

절벽 끝까지 내몰린 저소득층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고금리 대출과 연체의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이 42.4% 증가하는 동안,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69.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만기 연장, 상환유예 등 정부 금융 지원에도 불구, 연체율도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까지 높아졌다. 아울러 저소득 자영업자의 지난해 4분기 연체율은 1.2%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4분기 말(1.4%) 이후 최고치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3%에서 1.3%로 오히려 감소했으며, 고소득 자영업자는 0.7%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제2금융권) 대출 증가율이 은행 대출 증가율보다 높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최근 3년(지난해 4분기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액이 49조3,000억원에서 71조9,000억원으로 45.8% 증가하는 동안, 상호금융 대출은 16조1,000억원에서 130.4% 급증한 37조1,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보험사 대출은 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여신전문금융사 대출은 1조9,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급증했다.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일수록 DSR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소득 하위 30%에 속하면서 금융 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39만1,000가구) 가운데 DSR이 70% 이상인 ‘고DSR 가구’ 비중은 21.7%(8만5,000가구) 수준이었다. 이는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 전체의 고DSR 가구 비중(12.4%)의 약 2배 수준이다. 소득 하위 10%에 속하면서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의 고DSR 비중은 43.9%로 평균의 3.5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 전반이 휘청이는 가운데, 특히 저소득 자영업 가구는 소득의 대부분을 대출 상환에 쏟아부으며 아슬아슬하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자영업자가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가계부채로 인한 부실 위험이 우리나라의 ‘경제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금융지원 조치 연장 △채무조정 △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정책 자금 대출 등 정부의 추가적인 저소득층 지원책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