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억원 투자 유치한 인투코어, ‘플라즈마 개질’로 친환경 시대 개척하나

인투코어,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시리즈 B 투자 유치 성공 인투코어의 최종 목표는 메탄 열분해를 통한 ‘청록수소’ 가치 높은 ‘플라즈마 기술’, “차후 청정수소 생산기술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것”

160X600_GIAI_AIDSNote
엄세훈 인투코어 대표의 모습/사진=인투코어테크놀로지

벤처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 친환경 에너지에 활용할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한동안 얼어붙었던 소부장 투자 분위기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 향후가 주목된다.

‘신재생에너지’ 인투코어, 시리즈 B 투자 125억원 유치

6일 업계에 따르면 인투코어테크놀로지(이하 인투코어)는 최근 지유투자로부터 시리즈 B 투자 125억원을 유치했다. 지유투자가 처음으로 프로젝트 펀드 ‘지유소부장프로젝트일호조합’을 결성하고, 이를 인투코어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출자자로는 한국성장금융, IBK기업은행, TKG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그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인투코어는 독자 플라즈마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 플라즈마는 반응성이 좋아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약 70% 활용된다. 다만 에너지가 강하다 보니 웨이퍼 등 물질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인투코어는 고주파 유도결합 플라즈마(ICP)와 고전력 제어 기술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플라즈마를 발생하는 RPS(Remote Plasma Source) 장치를 개발했다. 해당 장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원자층식각공정(ALE)에 활용되고 있다.

인투코어는 플라즈마 가스 변환 기술로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메탄 등을 플라즈마로 화학구조를 바꿔 수소와 메탄올 등 고부가 가스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실제 인투코어는 대구에서 매립지 가스를 지역난방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실증을 진행한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인투코어는 앞으로 대기업과 협업해 친환경 항공유 합성공정, 탄소나노튜브(CNT)와 그래핀 등 신소재 개발을 이끌어 나갈 방침이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가 대구에서 매립지 가스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실증하는 모습/사진=인투코어테크놀로지

‘플라즈마 개질’ 기술로 ‘도움 되는’ 기체 생성한다

사실 인투코어는 환경산업보다 반도체산업 쪽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창업 초기에만 해도 환경산업의 수요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급변한 건 지난 2020년의 일이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를 거머쥐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고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인투코어의 플라즈마 개질 기술은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수분 등이 섞인 바이오가스나 매립지가스에 바로 적용해 이를 원료로 수소 등 우리에게 ‘도움 되는’ 기체로 전환시킬 수 있다. 매립지나 폐수처리 시설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넘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에도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해 더 많은 유익한 기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엄세훈 인투코어 대표는 “쓰레기매립장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여기서 나는 전기로 플라즈마 개질기를 돌려 생산한 수소를 수소전기차에 충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투코어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메탄 열분해를 통한 ‘청록수소’ 생산이다. 최근 스팀을 사용하지 않고 메탄을 바로 깨는 메탄 열분해(메탄 크래킹)에 대한 연구과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는 SK가 직접 투자를 결정해 화제가 된 미국의 모놀리스(Monolith)다. 모놀리스는 DC(직류) 플라즈마 방식의 상업용 개질 플랜트인 OC1을 네브라스카주에 가동함으로써 카본블랙 1만4,000톤을 생산하고 있다. 청록수소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수소를 의미한다.

인투코어 투자 유치, 소부장 기업 투자 유치 확산 불러올까

플라즈마는 환경기술로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매립지가스에서 나오는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21이 넘는 반면 이산화탄소의 GWP는 1이다. 이산화탄소보다 매립지가스에 의한 메탄이 21배 이상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를 인투코어의 플라즈마 개질 기술을 통해 청록수소로 전환한 뒤 수소버스나 수소청소트럭 등에 활용한다면 탄소중립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인투코어는 플라즈마 개질 기술의 활용성을 드높이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엄 대표는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면 필요할 때마다 수소를 만들어 쓸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수소저장용기를 작게 가져갈 수 있고, 사이트 면적이 작아져 도심 설치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라즈마 플랫폼이 수전해처럼 청정수소 생산기술 솔루션으로 당당히 언급되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인투코어의 투자 유치가 원천 기술을 지닌 소부장 기업에의 투자 유치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벤처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 있었던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는 파두, 관악아날로그 등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중심이었다. 다만 차세대 반도체 박막 소재와 부품을 연구·제조하는 반암도 시드 투자를 유치한 만큼 기회가 다른 기업에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환경 에너지에 충실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이 마련된 만큼 관련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