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통과한 ‘복수의결권’, 실효성 논란 있지만 지금은 시행령 마련에 주목할 때

령 마련 중 발행기업 조건 엄격하면 스타트업에 도움 안 돼, 기업 활용도 높아야 제도 성공한 것 복수의결권이 기업 성장 견인하는 만병통치약? 모두의 이익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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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낙현 법무법인 이후 변호사가 1일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정착을 위한 간담회에서 제도의 법적 이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벤처기업협회

지난 4월 27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일명 복수의결권 제도가 2년 4개월간의 공방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복수의결권에 관한 시행령 제정에 힘쓰고 있으며 시행령 공포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랜 숙원인 복수의결권 통과에 반색했지만,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의 복수의결권 발행기업 외면 및 오남용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는 11월 시행 앞둔 복수의결권, 여전히 해결 못 한 쟁점 많아

우리나라는 상법 제369조 제1항에 따라 주식의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규정한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1주의 주식에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바로 복수의결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비상장 벤처기업이 투자 유치로 인해 창업주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복수의결권은 창업주의 경영권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벤처기업협회는 서울 구로구 협회 대회의실에서 복수의결권 제도 정착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활용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의견을 논의하고 관련 내용을 정책 반영에 건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향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투자 금액을 비롯한 발행 요건, 선제 투자자의 지분 가치 방어 악용 가능성, 복수의결권 주식의 현물 출자 허용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글로벌 기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복수의결권 발행에 있어 기존 주주와 사전동의 여부 등 투자 계약상 의무 사항이 제도 도입에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심히 봐달라”고 요청했다. 초기 투자자들이 향후 기업이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 입장에서도 “창업주의 리더십을 신뢰하는 투자자들은 후속 투자를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복수의결권 주식 납입 과정에서 현물 출자를 허용하거나 보통주를 취득했을 때 차액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해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복수의결권법 사용에 대한 요건, 사례가 너무 많아 기업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협회 등 유관기관이 기업이 복수의결권법 사용을 위한 요건을 잘 충족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으로 적극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제도의 용어 등이 생소한 이유는 제도 마련 과정에서 다양한 부처, 여론 등과 협의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개정을 하는 것도 현재 마련된 법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벤처기업의 오랜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국회, 정부, 벤처 업계 등의 많은 노력으로 시행되는 만큼, 협회는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효성 의문 있으나, 기업 성장 동력 된다면 ‘복수의결권’ 역할 다한 것

그러나 여전히 복수의결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을 투자자들이 외면하거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설정된 부대조건 때문에 기업들이 발행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주를 이룬다. 법안은 제도와 관련된 시행령이나 세부 발행요건을 ‘투자유치로 창업자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할 때’로 명시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세부 기준을 얼마나 더 상세히 잡을 것인지 예측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도 도입 시 제안했던 누적 투자유치 100억원, 마지막 투자유치 50억원 이상이 될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중기부는 실효성 확보와 오남용 방지 사이에서 적절한 기준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열거한 논란들은 이미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물론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는 투자한 만큼 의결권을 받지 못하는 만큼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다. 발행조건이 정해져 있는 데다 주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확장이라는 결과를 반영한다면 VC 입장에서도 그리 나쁜 소식만은 아니란 얘기다. 한 전문가는 “복수의결권 발행으로 투자유치가 늘어 유니콘 기업 한두 개만 더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유용한 제도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기할 만한 쟁점 사항은 시행령에 담길 발행기업 조건이다. 세간의 전망대로 누적투자 100억원 이상, 마지막 투자유치 50억원 이상으로 정해진다면 복수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 벤처기업 3만6,000여 개 중 5,000여 개에 불과하다. 초기 벤처기업들이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VC 업계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 자체는 모든 기업이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나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처럼 고속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불가피하게 지분을 희석해야 하는 때에만 해당한다”며 조건 유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1주 1의결권 원칙을 위배해 ESG 경영 추세에도 어긋난다고 지적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은 주주 간 협의가 된 지배구조 이슈이며, 창업 이후 외부 자금 조달이 성장의 동력이 되는 지금 시대에 절대 위배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복수의결권에 자유로운 미국, 韓 과도한 정부개입에 제도 활용 억제될 수도

복수의결권 제도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제212조에 따르면 정관에 복수의결권 규정이 없을 때만 1주 1의결권 원칙이 규정된다. 이 때문에 비상장 기업은 정관을 통해 자유롭게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발행 횟수나 대상, 의결권 부여 등에 대한 제한도 거의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10~2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상장할 경우에도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의결권이 유지된다. 실제로 구글은 복수의결권 주식인 클래스 B 주식에 10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보유자가 언제든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쿠팡도 클래스 B 주식 1주에 29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즉 미국의 복수의결권 관련 법은 한국과 다르게 자유롭다. 한국의 경우 복수의결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으며, 존속 기한은 최대 10년이다. 또 주식을 상장할 경우에도 3년 유예기간 이후 보통주로 전환해야 하며, 복수의결권을 갖더라도 감사 선인·해임, 이사 보수, 이익 배당 등 주요 경영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양도하거나 이사직을 상실할 경우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될 경우에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에 대해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복수의결권 규정을 회사법에 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복수의결권이 일반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건 회사가 상장할 때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는 각국 거래소의 상장 규정에 따라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복수의결권 법안이 통과된 것은 괄목할 만한 성장이지만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대기업만큼 스타트업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혀 오히려 제도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용 방지를 위해 상장 후 3년이면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자본시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상장 이후 공모주를 통해 들어온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투자 후 3년 안에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뀌게 되기 때문에 큰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복수의결권이 만병통치약처럼 기업의 성장 및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허구적이라는 사실이 조명될 필요가 있다. 카카오, 네이버, 셀트리온, 배달의 민족 등 국내 유니콘 기업들은 IPO, 기업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투자 회수 M&A 등에 성공하며 기업을 성장시켰으며,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는 3.73%의 지분으로 네이버를 지배하며 경영권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다수 해외 국가들이 복수의결권을 통해 기업 성장을 일궈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IPO를 앞둔 기업들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경영권 방어에 힘을 얻는 행태다. 이미 복수의결권의 본격적인 시행만 남은 만큼, 정부는 업계의 오랜 숙원을 이루기 위해 신중을 기한 시행령을 마련함으로써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