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양자컴퓨터 공동 개발 착수, ’10년’ 뒤처진 韓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해야

양자기술에 손 맞잡은 美·日, 구글·IBM 2,000억원 지원까지 尹 양자기술 열망 높지만, 너무 높은 ‘현실의 벽’ 아직 갈 길 먼 양자기술, 떄로는 ‘바보 같은’ 행동도 혁신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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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양자컴퓨터 공동 개발에 나선다. 최근 중국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양자캄퓨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앞서 양국은 양자컴퓨터 등에 사용하는 차세대 첨단반도체 양산을 위한 공동 연구도 시작한 바 있다. 차세대 반도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미국이 일본과 손을 맞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소리다.

美·日, 양자컴퓨터 공동 연구 나섰다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와 일본 도쿄대가 양자컴퓨터 공동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구글과 IBM은 이 연구에 총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양자기술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국의 공동연구 서명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 방문 시 개최될 예정이다. 양국은 근 1년 내 10만 큐비트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 큐비트란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를 뜻하는 말로, 큐비트가 많을수록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높음을 의미한다.

양자기술 열망 높은 尹, 다자협의체 참여 등 적극적 노력 이어가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도 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참모들과 함께 양자기술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자기술 없이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에서 양자 분야 석학들과 대담을 가진 뒤 각종 서적 및 유튜브 등을 통해 양자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양자기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열망은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앞서 지난 4월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미국이 운영하는 ‘정부 간 양자 다자협의체’ 신규 참여 등 양자정보과학기술 분야의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공동성명서에 대한 평가는 높다. 우리나라가 양자정보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만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요 양자과학기술 선도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정부 간 양자 다자협의체도 신규 참여키로 했다. 정부 간 양자 다자협의체는 양자과학기술 발전 및 글로벌 생태계 조성을 위해 주도국 중심으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 다자협의체다. 정부 간 양자 다자협의체엔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일본, 호주 등이 속해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나라도 참여하게 됐다.

윤 대통령의 양자기술 관련 성과와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미 동맹 70주년 우리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 계기로 양국의 핵심 협력 분야인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 공동서명서 서명 및 다자협의체 참여 등 중요한 성과를 창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양국 간 양자과학기술 분야의 공동연구 및 전문가 교류 등을 가속화해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미 현지 시각 4월 25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실장이 한-미 양자과학기술 협력 공동서에 서명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도국 대비 기술 격차 심해, “천문학적 재원 쏟아붓기도 힘들다”

다만 우리나라의 양자기술 격차는 선도국 대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60~80%에 그치는 데다 시장 규모나 전문 인력 측면에서도 열세다. 우리나라와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6년부터 5년간 발행한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피 인용된 한국의 양자컴퓨터 전문 인력은 총 264명에 불과했다. △미국 3,526명 △EU 3,720명 △중국 3,282명 등 경쟁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과기부는 지난 3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쉽 프로젝트’를 기획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내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8년간 총 9,960억원을 투입해 양자컴퓨터·통신·센서 분야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50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후 2030년 이전까지 500큐비트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겠단 목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와 선도국 사이의 차이는 압도적이다.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터 분야를 선도하는 IBM은 이미 지난 2021년 127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올해엔 1,121큐비트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10배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과기부는 우리나라가 다소 출발이 늦은 만큼 과감한 지원으로 기술 추격에 속도를 내겠다 밝혔지만, 천문학적 재원을 쏟아붓는 미국 등 주도국에 비해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양자컴퓨터 연구 1세대 과학자로 꼽히는 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교수는 “미국의 구글이나 IBM 같은 곳들이나 양자컴퓨터 개발에 돈을 퍼부을 수 있지, 우리나라나 삼성은 하기 힘들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양자기술은 아직 상용화·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양자기술 2.0은 아무도 완성해 보지 못한 미래의 기술이다. 남의 기술을 흉내 내는 ‘패스트팔로어’로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 선도형 연구개발은 우리에게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창조와 혁신은 언제나 도전에서 나오는 법이다. 때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바보 같아 보이는’ 행동도 혁신을 위해선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