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중심’ 노동정책 이대로 괜찮나, “고령자 재배치도 고려해야”

노동정책 중심에 선 ‘MZ세대’, 사실상 MZ에 끌려다니는 정부 ‘조용한 사직’에 몸살 앓는 기업들, “MZ보다 고령자 중심이어야” 69시간 근로제, 연령대 높을 수록 찬성 비율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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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는 노동개혁과 인력 정책 추진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우두커니 서 있다. 사실상 MZ세대에 정부가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제조 중소기업계에선 “인력정책의 중심엔 청년 MZ세대가 아닌 고령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의 ‘MZ 중심 정책 수립’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제조 중소기업계 “MZ보다 고령자에 더 시선 맞춰야”

‘더 쉽고 더 편하게’, 어쩌면 MZ세대를 대표하는 말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주는 만큼만 일한다’는 ‘조용한 사직’ 열풍이 분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4050 가장들과 60대 이상 노령층 등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MZ세대의 ‘더 쉽고 더 편하게’가 이들 중노년층에겐 하나의 ‘진상짓’으로 보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 수요는 주로 제조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MZ세대의 제조업 노동 진입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MZ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10년간(2010~2020년)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에 따르면, 50대 이상 제조업 근로자의 비중은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를 돌파했다.

아울러 제조업 근로자의 연령 증가율도 주요 제조업 강국인 미국이나 일본보다 최대 11.3배 가파르다. 일본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41.6세에서 2020년 42.8세로 1.2세 증가했고 미국은 44.1세에서 44.4세로 0.3세 오르는 데 그쳤으나, 우리나라는 39.2세에서 42.5세로 무려 3.3세나 올랐다. 국가 성장 잠재력이 점차 악화될 수 있단 신호다.

이렇듯 MZ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MZ세대만을 바라보고 정책을 짠다면 제조업은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게 제조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제조 중소기업계는 “MZ세대보다 고령자 인력 재배치 및 인건비 지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추진(69시간 근로제)에 제동이 걸린 이유도 MZ노조들의 반대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연장 노동 시간 관리 단위를 기존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면 제조 업계 현장의 근로유연성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제조 중소기업에 근로하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주 52시간 근로제도 개편을 환영하는 입장이 대다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MZ의 일방적인 목소리에 정부가 끌려다닌다면 정부의 노동개혁의 본질은 자연히 희석될 수밖에 없다.

향후 10년 내 제조업 고용인원 수십만 명 사라진다

정부 차원에서 69시간 근로제 등 고용 촉진 정책을 시급히 진행하지 않을 경우 10년 내 제조업 고용인원 수십만 명이 사라질 것이란 경고장도 날아들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고용인력 변화와 정책 대안별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고숙련(자동차·전자기기·화학산업 등) 제조업 고용인력은 2022년 252만 명에서 2032년 248만 명으로 4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저숙련(식료품·의복·고무‧플라스틱 제조 등)은 196만 명에서 176만 명(-20만 명)으로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됐다.

한은은 이 같은 고용인력 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과 고령자, 외국인 인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제조업 인력 확충을 위해선 외국인 인력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전체 인구 중 3.8%를 차지하는 외국인 비율이 2032년까지 G7 국가 평균인 7.8%로 증가할 경우 모든 산업군에서 일자리가 골고루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고숙련 제조업에서 15만 명의 인력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저숙련 제조업 인력도 11만 명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은의 주장은 MZ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심해지는 만큼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워 넣자는 식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 유지가 이어질 경우 제조 업계는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한경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5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는 59.7만 명 늘었으나 2015~2020년엔 7.1만 명 증가에 그쳤다. 제조 업계의 초침은 다른 업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용안정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노동정책으로 드러난 ‘세대 간 갈등’

주 69시간 근로제 찬반 논란은 사실 단순히 제조 업계와 타 업계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 노동정책을 통해 드러난 일종의 세대 간 갈등이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해 물은 결과 ‘반대’가 55.3%, ‘찬성’이 41.1%, ‘잘 모름’ 3.6%로 집계됐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찬성 대 반대 비율이 점차 줄어든 것이다. 찬성·반대 비율은 20대에서 ‘32.0% 대 64.0%’, 30대에서 ‘3.1% 대 66.1%’, 40대에서 ‘30.4% 대 66.1%’, 50대에서 ‘43.0% 데 54.2%’였다. 특히 60대 이상에선 ‘55.2% 대 39.4%’로 찬성 비율이 더 높았다. 어떻게든 일하고 싶은 노령층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상 MZ세대에 정부와 시장이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수레바퀴는 자율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정부가 MZ세대의 시선에만 집중하며 MZ세대 입맛에 맞춘 정책만 쏟아낸다면 위태로운 사회·경제는 곧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부는 MZ세대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재직자와 고령자를 핵심으로 한 재교육‧재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