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유당불내증 잡은 곡물 원료 ‘대체 우유’, 동물성 우유 따라잡을 수 있을까

대체육 개발로 ‘대안 식품’ 시장 뛰어든 신세계푸드, ‘대체유’ 시장도 도전 과잉 생산으로 양곡관리법 분쟁 낳은 ‘국내산 쌀’ 활용한 제품 개발 착수 친환경·건강 이미지로 가치소비 수요 잡은 대체유, 해결해야 할 관련 과제도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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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동규 SNU 홀딩스 대표, 임정빈 서울대 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장,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정홍균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 밥스누 대표/사진=신세계푸드

‘대체육(대안육)’ 브랜드 론칭을 통해 식물성 대안 식품 시장에 뛰어든 신세계푸드가 국산 쌀을 활용한 ‘대체유(乳)’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식단’을 개발하는 동시에 침체된 국산 쌀 소비 촉진에도 힘쓰겠다는 목표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전날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SNU 홀딩스, 서울대 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 밥스누 등과 ‘국산 쌀 활용 기능성 대체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차후 이들 기관은 함께 가루쌀 등 국산 쌀을 활용해 기능성 대체유의 개발과 생산, 판매, 홍보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신세계푸드가 개발에 나선 대체유는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음료다. 소젖이 아닌 아몬드나 귀리 등으로 만들어지며, 유당 소화가 힘들거나 채식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론칭 이후 대안 식품 시장의 유망주로 떠오른 신세계푸드가 대체유 시장 개척에도 성공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쌀’로 만든 대체유, 국내 쌀 시장엔 희소식?

최근 각종 브랜드에서 귀리(오트), 콩 등 다양한 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한 대체 음료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널리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한 대체유 상품으로는 매일유업이 국내 독점 생산‧유통하는 아몬드 식물성 음료 ‘아몬드브리즈’가 있다. 쌀을 활용해 제조하는 신세계푸드 대체유의 가칭은 ‘바이오 라이스 밀크’로 결정됐다.

국내 대체유 시장 규모는 해마다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원료 수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콩·흑임자·아몬드·귀리·코코넛·완두콩·헴프(대마) 등 식물성 대체유에 활용되는 주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두유에 사용되는 대두는 미국, 호주, 캐나다산 등 외국산이 대부분이고, 그 외 대체유의 경우에도 귀리는 미국, 핀란드산, 아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이 가장 많이 쓰인다.

하지만 신세계푸드가 개발하는 대체유의 원재료인 쌀의 경우 국내산 수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국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 수준이었으며, 2022년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376만4,000톤이었다. 이 중 국내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남는 쌀은 매년 5.6%(당해년 쌀 생산량 대비)에 달한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는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국가의 ‘매입 의무 제도화’를 놓고 양곡관리법 관련 논쟁마저 오가기 시작했다. 팔리지 않고 남은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대안 식품 수요가 발생하며 국내산 쌀의 활용처가 증가한다면 농가도, 정부도 오히려 ‘반가운’ 상황인 셈이다.

식물성 원료로 유당불내증·이산화탄소 문제 잡았다

곡물로 만든 대체유의 장점은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환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당은 포유류의 젖 속에 들어있는 이당류로 ‘젖당’이라고도 불린다. 유당불내증은 우유나 유제품 섭취 후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대사질환으로, 한국인의 약 75%가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당 소화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대체유는 말 그대로 우유나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인 셈이다.

기존 젖소 사육을 통한 우유 생산과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 물, 토지 사용량이 현저히 적은 것도 장점이다. 우유 1L를 생산할 때 평균적으로 3.2kg의 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식물성 대체유인 아몬드 우유는 0.7kg, 두유와 귀리 우유는 약 0.9kg으로 비교적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사료, 물 등 소를 키우는 데에 드는 자원도 절약할 수 있다. 동물성 우유 1L를 생산하는 데에는 평균 628L의 물이 필요하지만, 같은 용량의 식물성 대체유인 아몬드 우유는 371L, 두유와 귀리 우유는 50L 미만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이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식물성 대체유는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선택지로 떠올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16년 146억 달러에서 2021년 178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239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체유 시장은 올해 6,4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4,519억원에서 2018년 5,211억원 규모로 15.3% 몸집을 불린 데에 이어 꾸준히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유업 유통 아몬드 대체 음료 ‘아몬드 브리즈’/사진=매일유업

실수요층의 가치관과 ‘현실’의 충돌

대체유는 아직 초기 단계 시장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대체유의 ‘적정 표현’을 둘러싼 논란이다. 우유업계에서는 소젖인 ‘우유’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대체 음료 제품에 우유, 밀크 등 유제품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식물성 ‘대체 음료’의 잘못된 명칭 표기가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시장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며 “실제 원유가 함유돼 있지 않은 대체 음료는 우유가 아닌 ‘음료’로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유 적정 표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산학관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업계에 우유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올 8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pexels

한편 ‘친환경’을 표방하는 대체유가 사실상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물성 대체유 생산 시 온실가스 발생량과 자원 소비량이 동물성 우유 대비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체유는 기존에 쓰이던 유제품 생산 시설을 활용할 수 없다. 각 브랜드에서 식물성 대체유 생산 시설을 새롭게 만들 때 대규모 자원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다.

영양 성분과 맛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식물성 우유는 동물성 지방을 함유하고 있지 않으며, 우유에 비해 단백질, 칼슘 함량이 낮다. 이 같은 영양 성분 차이는 대체유의 본질적 문제인 이질적인 맛과 질감을 탄생시켰다. 동물성 우유에 익숙한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본격적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맛’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기업들은 대체유에 각종 식품 첨가물을 함유하기 시작했다. 귀리 우유는 지방 함량이 적은 데다 물이 섞여 있는 만큼 맛을 내기 위해 설탕, 소금, 식물성 기름 등을 첨가한다. 아몬드 우유의 경우 설탕, 초콜릿, 합성·인공착향료 등이 첨가된 경우가 많다. 코코넛 밀크 역시 검류점증제 또는 유화제, 합성착향료를 첨가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통상적으로 대체유 수요는 건강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층에 집중되어 있다. 대체유는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적다는 점과 유당불내증 우려에서 자유롭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을 심었다. 그런 만큼 ‘팔리는 맛’을 위해 식품첨가물 함유량을 늘릴 경우 오히려 기존 수요층을 잃어버리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셈이다.

현재 대체유 시장은 생산 시설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상품성 확보를 위한 첨가물 함유 등으로 인해 수요층의 가치관과 충돌을 겪고 있다. 차후 대체유 브랜드가 시장을 개척하고, 보다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