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확인제도 개편에 업계 환영 쏟아져, “하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중기부,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 발표 벤처확인 백안시하는 업계, 이유는? 업종 특화지표 부작용 우려 있어, 정밀한 정성평가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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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업종 특화 평가지표를 도입하겠단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를 통해 앞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없어도 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 단계를 기준으로, 플랫폼 기업은 활성 이용자 수 등 서비스 활성화 정도를 기준으로 벤처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벤처기업확인제도 개편, “벤처확인 더 용이하도록”

벤처기업확인제도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혁신성과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확인하여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에 중기부가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을 발표한 건 벤처기업 확인에 필요한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기업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업종 특화 평가지표’에 있다. 그간 벤처기업확인제도는 성장성을 평가할 때 재무적 요소만을 고려해 왔다. 때문에 바이오와 플랫폼 업종의 기업들은 벤처기업으로서 인정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다. 이들 업종의 경우 제품개발 완료까지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재부는 바이오 업종에 대해선 연구개발, 전임상 또는 임상1~3상, 3상 완료·허가·판매 등 신약 개발단계별로 평가지표를 세분화했다. 플랫폼 업종의 경우 연평균 월간 활성이용자 수, 고객전환율, 총거래액 등 특화 지표를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성과 지표에 매출이나 영업이익, 수출액 등 재무 실적 대신 활용할 수도 있다.

중기부는 신규 벤처확인과 재확인 평가 기준도 차등화하기로 했다. 특히 사업성과 지표는 재확인 기업에만 적용토록 하는 만큼 앞으로 벤처기업 확인을 처음 신청하는 창업기업의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부는 또 창업 3년 미만 신규 확인 기업은 향후 사업계획 타당성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중점 평가토록 했다. 창업 3년 이상 기업의 경우엔 외부협업 성과와 연구개발(R&D)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창업 초기에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운 신생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문턱을 낮춘 것이다.

세부 평가지표 항목과 사업계획서 제출 양식도 변경한다. 평가지표 항목은 기술혁신성 부문에 기술 차별성을 신설함으로써 △우위성 △대체성 △활용성 등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하도록 했고, 사업성장성 평가지표엔 기업가정신 기반의 사업계획 적절성 항목을 확대했다. 사업계획서 제출 양식은 ‘PSST’ 방식으로 변경한다. PSST란 ‘문제정의(P)→해결방안(S)→성장전략(S)→팀구성(T)’에 따라 제품·서비스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계획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대책들은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 작성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벤처기업 재확인 신청 부담도 줄였다. 당초 중기부는 벤처기업 재확인 시 해당 기업의 전체 사업기관 성과를 살폈는데, 이 경우 평가 사항에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운 창업 초기 단계까지 포함돼 재확인이 쉽지 않았다. 이에 중기부는 개정안을 통해 재확인에 필요한 성과 확인 기간을 직전 3개년으로 단축했다.

아울러 중기부는 통계정보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중기부는 공공기관, 연구기관, 벤처투자자 등이 벤처기업의 현황을 쉽게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연도에 따른 업종·업력·지역별 벤처기업 통계를 직접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정부 차원의 벤처기업 관리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보단 이노비즈가 낫다”, 왜?

그간 벤처기업계에선 벤처확인을 구태여 받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벤처확인에 따른 이익이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행 제도상 벤처확인에 따른 실질적인 이익은 하나도 없다. 또한 벤처기업 입장에선 투자를 유치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여러 방면에서 굳이 힘들게 벤처확인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이노비즈 인증에 시선을 돌리는 벤처기업도 많아졌다. 이노비즈란 기술경쟁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일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라 불린다. 정부는 이노비즈 인증을 통해 기업들에 기술, 자금, 펀드 등을 연계 지원함으로써 국제 경쟁력 있는 우수한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실 이전까지는 벤처확인-이노비즈 인증이 벤처기업이 거치는 정석적인 루트였다. 그러나 벤처확인에 따른 이익이 적어지자 벤처기업들은 벤처확인을 건너뛰고 이노비즈 인증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벤처 거품’이 빠진 것이다.

긍정적 반응 많지만, “부작용 있을 수 있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기부가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을 내놓자, 바이오·플랫폼 계열 벤처기업에선 환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 이상 일률적인 벤처확인제도로 인해 억지로 기준을 꿰어 맞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으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벤처기업 확인을 받기 위해 벤처기업들이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오 업종 벤처기업이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개발하는 ‘척’만 하며 신약 개발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거짓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제 사용자 수를 조작해 사용자 수가 많은 것처럼 꾸밀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서류 심사가 아닌 정성평가다. 서류상 나타난 자료와 실세 현장에서의 상황이 동일한가를 수시로 체크하고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벤처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부가가치가 높은 씨앗들이다. 씨앗엔 물도, 토양도, 햇빛도 필요하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벤처기업과 함께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