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바이오 126억원 프리 IPO 투자 유치, ADC 기술력으로 ‘제2의 엔허투’ 자리 꿰찰 수 있을까

차세대 ADC 항암제 플랫폼 기술 ‘PINOT-ADC™’ 개발, 다수 파이프라인 임상 진행 ‘엔허투’ 성공 이후 글로벌 제약업계에 불어든 ‘ADC’ 열풍, 국내 제약사 다수 참전 링커·종양 저항성 등 차세대 ADC가 해결할 과제 다수, 승부 관건은 혁신적인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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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노바이오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및 표적항암제 전문 바이오텍 피노바이오가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총 12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투자자였던 IMM인베스트먼트와 KB인베스트먼트가 후속 투자를 이어갔으며, BNH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쿼드자산운용 등 제약·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략적 투자자(SI)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안국약품이 이름을 올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 공장 인수를 통해 ADC CDO(위탁개발) 사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피노바이오와 ADC 후보물질 CMC(제조공정)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피노바이오와 ADC 항암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본격적인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모습이다.

한편 2017년 2월 설립된 피노바이오는 ADC 플랫폼,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표적항암제, 녹내장 치료제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바이오텍 기업으로, ADC 항암제 개발에 필요한 캠토테신 계열 약물(payload·페이로드)과 그에 최적화된 링커(Linker) 기술을 보유한 신약 개발 회사다. 현재 ADC 플랫폼 사업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다양한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내성 극복 기전 갖춘 차세대 ADC 기술 개발

항체-약물 접합(ADC, Antibody-Drug Conjugate) 기술은 암세포를 선별하는 항체에 항암 치료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차세대 치료 기술로,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 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제조한다. 정상세포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있는 세포독성 항암제, 부작용 우려가 있는 표적항암제 등 기존 항암제 대비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피노바이오는 페이로드(payload)와 링커(Linker)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ADC 항암제 플랫폼 기술 ‘PINOT-ADC™’를 개발했다. 타사 ADC 기술 대비 ‘PINOT-ADC™’의 강점은 ‘내성 극복’이다. ‘PINOT-ADC™’에 활용된 페이로드(payload)는 내성 극복 기전을 갖춘 새로운 형태로, 단독 투여 시에도 안전하며 기존 SN38 등 Camptothecin 계열 약물 대비 5~10배 이상 강력한 효능을 보인다. 피노바이오는 여기에 약물 방출(release) 효율이 높은 링커 시스템을 적용해 치료 효과를 높였다. 또 안전성을 갖춘 페이로드를 암세포 내부뿐만 아니라 암 조직 주변까지 확산해 넓은 치료 범위를 확보함으로써 항암 효능도 극대화했다.

피노바이오는 PINOT-ADC™ 기술을 기반으로 고형암 Trop2 타깃 Best-in-class ADC 항암제(PBX-001) 등의 임상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PBX-001은 경쟁 제품인 트로델비(Trodelvy) 대비 동물 모델 실험에서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현재 ADC 플랫폼 사업화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와 전임상 개발 중에 있으며, 2024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돌입할 예정이다.

피노바이오 파이프라인 임상 현황/사진=피노바이오

ADC 기술, 글로벌 제약 시장 ‘미래 먹거리’

ADC 기술은 최근 제약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치료 효과는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 및 미래 수익성이 부각되면서다. 종근당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약 8조원 수준이었으며, 2026년에는 약 17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22%에 달한다.

글로벌 제약 시장 ‘ADC 열풍’의 주역은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다. 엔허투는 유방암, 위암, 폐암 등에 활용되는 ADC 약물로, 특히 재발 및 전이 위험이 높고 진행 속도가 빠른 HER2 양성 유방암의 새로운 표준 치료 요법으로 떠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엔허투는 2020년 일본에서 위암과 유방암에 대한 3차 치료에 대해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미국에서는 그보다 앞선 2019년 12월 유방암 3차 치료를 시작으로 유방암, 위암, 폐암 등에 대한 2차 치료 허가를 받았으며, 유럽에서도 2021년 유방암 3차, 2022년 유방암 2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 유방암과 위암 3차, 지난해 12월 유방암 2차에 대해 허가를 받았다. 이에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1월 엔허투의 유방암 및 위암에 대한 국내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피노바이오

차세대 ADC 약물로 자리 잡으려면 기술력 한계 극복해야

엔허투의 시장 파급력은 상당했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제2의 엔허투’를 개발하기 위해 ADC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종근당은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항체 변형 없이 적용 가능한 ADC 기술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피노바이오와 ADC 공동개발을 위해 MOU를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ADC를 개발하는 영국 제약사 ‘익수다’에 530억원 규모 시리즈 A 펀딩을 단행, 47.05%의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ADC 약물 개발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ADC 약물이 뛰어넘어야 할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ADC 약물치료의 주요 메커니즘인 ‘링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pH 의존적인 링커는 혈장 순환 중 전신 독성의 우려가 있는 반면, 소수성이 강한 링커는 높은 응집력으로 인해 체내 동태 및 효능이 저조하다는 한계가 있다. ADC의 내재화 장애, 항체의 리사이클링, 표적 단백질 발현 감소 및 리소좀 분해 결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종양 저항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향후 개발될 ADC 약물들의 승패는 결국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성에 달려 있다. ADC 약물치료의 ‘내성 극복’에 집중한 피노바이오의 ‘PINOT-ADC™’가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고, 제2의 엔허투로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