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최대 점유율 기록하며 ‘역사적 도약’ 이룬 로컬 전기차 브랜드 BYD, 한국 전기차 경쟁력은 어디쯤

중국 로컬 전기차 기업 BYD,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제치고 1위 중국 로컬브랜드의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 약 47.2%, 중국 시장 공략 가능한가 세계 전기차 판매량 63.3%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 석권 중인 중국 반면 단 2%인 한국, 미국 보조금 이슈 속 걸음마 단계인 한국 전기차 경쟁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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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만 판매하는 중국의 비야디(BYD)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내수 승용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업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전기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와중에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지만 대통령실에선 “美 전기차 보조금 제외, 한국에 큰 타격 없다”는 발언만 내놨으며 사실상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보인다. 도무지 낙관적일 수 없는 이 같은 상황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EV) 산업은 현지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가 처음으로 폭스바겐을 제치고 중국 최고의 승용차 제조업체로 부상하는 등 역사적인 도약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전동화가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 로컬브랜드의 경쟁을 대등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1분기 BYD 전기자동차의 자동차 보험 가입 건수는 44만7,978건으로 폭스바겐의 42만7,269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폭스바겐이 40년 전 중국에 첫 공장을 짓기 시작한 이후로 로컬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 최초의 기록이다. 이 기념비적인 성과는 BYD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는 지표다.

중국의 전동화 정책은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브랜드 모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올해 중국 신차 판매량에서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합산 점유율은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의 전기화 추세에 힘입어 BYD는 폭스바겐을 추월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업체로 등극했다. 22년 국가별 전기차 시장을 살펴보면 중국이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으며, 중국·유럽·미국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93.3%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글로벌 전기차 리더로 거듭난 BYD 

1990년대 중반에 설립된 BYD는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하여 2000년대 초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친환경 자동차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에만 186만 대, 올해 1분기에는 44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현재 BYD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친환경 자동차에만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BYD는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테슬라,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BYD가 자국 시장에서 검증된 전기 승용차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강화하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혁신이야말로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차 제조업체의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 점에서 BYD는 배터리 제조업체라는 배경 덕분에 최첨단 배터리 기술을 차량에 통합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더 긴 주행거리, 더 빠른 충전, 더 효율적인 전기 자동차를 위한 경쟁이 계속됨에 따라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 자연스럽다. 한편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시장 수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의해 진행되는 중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더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를 시행하고 전기차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에 따라 BYD와 같은 기업은 운송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BYD는 친환경 차량과 첨단 기술에 집중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이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모범이 되고 있다.

BYD의 부상: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BYD가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정상에 오르고 전기차 업계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BYD는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헌신과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통해 폭스바겐과 같은 기존 거대 기업을 추월하고 테슬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BYD의 성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로컬브랜드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증거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61.3% 증가한 총 1,083만 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수치는 올해 1,478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의 BYD와 글리(Geely)만이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며, 이는 주로 중국 내수 시장에 힘입은 결과다. 전 세계가 친환경 미래로 나아감에 따라 전기 자동차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며, BYD와 테슬라 같은 기업이 이 혁명의 선두에 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을 잃을 위험이 있다. 폭스바겐의 중국 내 판매량이 2019년 420만 대에서 2022년 320만 대로 감소한 것은 전기화를 수용하고 강력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BYD와 같은 현지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업계에서 펼쳐지는 미·중 대리전

미국 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억제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목록을 발표했는데, 주로 미국 브랜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한국과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하고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는 것부터 최소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조치가 발표된 이후 기업들은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미국의 새로운 지침에 따라 16개 모델만 차량당 최대 7만5,000달러, 총 1,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전액 또는 부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때문에 이들은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3과 모델 Y, 캐딜락 리릭, 쉐보레 볼트, 실버라도, 블레이저, 포드 E-트랜짓, 머스탱 마하-E 등 16개 종이다. 이전에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배터리와 주요 광물도 제한되어 대상 모델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한국 굴지의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와 기아는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향후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공급처를 변경해야 한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공장과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여 더 많은 전기 자동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새로운 보조금 지침이 시행됨에 따라 기아는 2023 상하이 국제 오토쇼에서 현지화된 전기화 계획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45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고 이 중 40%를 전기차로 판매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기아차는 올해 EV6를 시작으로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2027년까지 총 6개의 전동화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또한 기아차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 및 국내 충전 사업자들과 협력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충전 네트워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독일 폭스바겐은 첫 번째 중형 순수 전기 세단 ID.7을 공개했으며, 올해 말 중국 전용 모델인 ID.7 비전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미국에도 ID.7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억제법에 따른 새로운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국제 자동차 제조업체, 특히 한국과 유럽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자동차 제조업체는 플래그십 모델과 같은 차세대 차량으로 시장을 선점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이 BYD나 테슬라와 같이 중국에 깊이 뿌리내린 업체들과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로컬브랜드의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약 47.2%까지 상승했으며 독일·일본·한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마이바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슈퍼카 브랜드가 SUV에 전기차를 탑재해 선보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기 SUV 쿠페인 폴스타 4를 선보였다. 상대적으로 전기화에 뒤늦게 뛰어든 일본 도요타는 이번 모터쇼에서 두 가지 배터리 전기차(BEV)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으며, 내년에 bZ 스포츠 크로스오버와 bZ 플렉스 스페이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BYD의 경우 올해 출시 예정인 보급형 전기차 ‘시걸’의 목표 판매 가격을 1만 달러로 설정했으며, 폭스바겐의 ID.2 올(all)과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는 각각 2만5,000유로(약 3,600달러), 2만5,000유로(약 3,3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유럽, 일본 전기차가 현지에서 중국 브랜드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