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각 무산’ 고배 마신 소프트뱅크벤처스, 결국 손태장 미슬토 회장에 인수

손태장 미슬토 회장, 지난해 한 차례 결렬 이후 결국 소프트뱅크벤처스 인수 GP 자격 반납 페널티·매물로 나온 다올인베 대비 실적 부족으로 ‘매각 계획 철회’ 5개월 만에 뜻 뒤집은 소프트뱅크, 손태장 회장 품에서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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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그룹의 한국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회장에 인수됐다. 12일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글로벌 투자사 미슬토(Mistletoe)를 이끄는 손태장 회장이 신설법인 디에지오브(The Edgeof)를 통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디에지오브는 지난달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지분 전량을 확보하는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를 이끈 손태장 회장은 2005년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게임사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Gungho)의 창업자이자, 소프트뱅크의 창업자 손정의 회장의 친동생이다. 그는 2013년도 미슬토를 설립한 뒤 최근까지 약 17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2019년부터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외부 고문직을 맡으며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인연을 이어온 바 있다.

손태장 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술 분야 벤처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자 및 사업 개발 측면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현재의 경영진과 인력 구성에 변경 없이 독립적인 벤처투자사로 운영되며, 아시아 시장의 혁신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매각 시도 한 차례 실패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의 대표 펀드인 비전펀드가 대규모 적자를 내며 회사가 흔들리자 소프트뱅크 본사가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2분기에 3조1,627억 엔(약 30조5,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91%는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외부 출자자의 자금으로 운용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의 자기자본 출자 비중이 크다. 비전펀드의 손실이 고스란히 소프트뱅크의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투자 손실로 회사가 휘청이는 가운데, 비전펀드 주요 출자자인 중동 투자자들의 자금 압박까지 이어지며 현금 조달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이에 소프츠뱅크벤처스 측은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지분 전량 매각을 위해 국내 대기업,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현대차·신세계·한화·KB금융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과 매각 협상을 위해 접촉했으며,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에는 실제 매각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부 무산됐다.

손태장 미슬토 회장/사진=손태장 링크드인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이 2,000억원에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손태장 회장 측은 M&A를 위해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실사 작업까지 진행했지만, 협상이 마무리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손태장 회장에게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내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M&A 이슈가 부각되면서다.

매각이 무산된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한국벤처투자와 교직원공제회 벤처캐피털 블라인드 펀드 등 주요 출자사업의 위탁 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하며 신규 펀드 결성 추진을 중단했다. 애초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모태펀드 2022년 정시 출자 사업 운용사로 선정되며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었다. 펀딩도 원활하게 진행되었으며, 출자기관(LP)들에게 제안했던 최소 결성 금액도 달성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매각설이 불거지며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추진하는 펀드에 자금을 출자할 예정이었던 몇몇 LP들이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위해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계약 조건을 확실하게 할 것을 요구했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일부 LP가 출자를 철회하고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자,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패널티를 감수하고 아예 GP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매각 계획 없다’던 소프트뱅크, 5개월 만에 뜻 뒤집어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던 지난해 12월, 1세대 벤처캐피탈(VC)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매물로 나왔다. 모기업의 유동성 마련을 위해서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M&A 시장에서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소프트뱅크벤처스보다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운용자산(AUM) 규모 자체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다올인베스트먼트보다 2배가량 크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AUM은 지난 6월 말 기준 2조2,196억원, 다올인베스트먼트의 AUM은 1조1,120억원이었다. AUM 차이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실적이 좋아야 하지만, 2021년에는 오히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실적 지표가 더 좋았다.

2021년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영업수익 1,140억원, 영업이익 83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647억원에 달했다. 반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영업수익 899억원, 영업이익 658억원, 당기순이익 517억원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나쁜 실적은 아니지만, 다올인베스트먼트와의 AUM 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사진=다올인베스트먼트

GP 지위 자진 반납으로 인한 신뢰 훼손 역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펀드 결성 무산이 단순 ‘해프닝’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향후 모태펀드 출자사업 경쟁에서 지울 수 없는 페널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다올인베스트와 같은 시기에 M&A 시장 매물로 나와 경쟁할 경우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2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현재 매각 논의나 계획은 없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고,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매각을 포기하고 5,000억원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는 등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힌 후 5개월 만인 지난 12일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태장 회장의 인수 소식을 전했다. 시장은 결국 손태장 회장 품에 안긴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신뢰를 회복하고, VC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