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미·일 반도체 장비 규제에 희토류 자석으로 반격하는 중국

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 금지 품목에 올릴 수도 美日의 반도체 수출 금지에 대한 보복성 정책일 가능성 높아 한국 전자산업 전체에 치명타 될 수 있어, 미리 수입선 다변화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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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간 ‘희토류’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아서자 중국이 전 세계 90%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희토류 자석 공급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산업 기술의 수출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규제·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의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대상 품목으로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의견 수렴을 받고 있는 개정안으로 올해 안에 확정될 전망이다.

희토류 자석 원재료 / 사진=Bloomberg News

희토류 카드, 수출 제한 시 美日에 타격은?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군사 훈련을 감행했을 때도 희토류 수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對)일 규제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의 원료 채굴, 합금, 자석 제조 등 모든 공정을 자국 내에서 완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유일한 국가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항공기·로봇·휴대전화·에어컨·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시장 공급이 줄어들 경우 전자제품 공정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희토류 성분 중 하나인 네오디뮴 자석의 경우는 세계 시장점유율 기준 중국이 84%, 일본이 15%를 차지하고 있고,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이 10% 이하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美日 수출을 차단할 경우 서방 국가들은 사실상 일본의 생산량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 등 4가지 핵심 물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가 바이든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주요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환경 영향을 중요시하는 ESG 산업 대부분이 전기화에 의존하고 있으나, 자국에는 전기화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자석 제조 업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희토류 자석 시장 보고서/사진=Adamas Intelligence

2030년까지 5배 성장할 것이라던 시장, 수요는 폭증, 공급은 중국에 의존

지난 2021년 5월 광물 전문 분석업체인 아다마스 인텔리전스(Adamas Intelligence)는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 30억 달러에 그쳤던 희토류 자석 시장이 2030년 기준 156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인으로 반도체, 전기 배터리 등 주요 고성장 전자제품들의 제조 공정에 희토류 자석이 필수인 만큼 전기차의 성장 등이 희토류 자석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에 이어 대규모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미얀마의 정치 불안정이 시장 공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시장 성장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시장은 18.1%나 성장했으며 2022년 4월에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2035년까지 연 8.6%의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30일간 ‘희토류’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전문가들은 미-중 경제 분쟁이 악화하면서 이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치명타를 맞고 있는 와중에, 최근 들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마저도 이번 희토류 자석 분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인터넷 여론, 뉴스, SNS 등을 종합한 빅데이터 여론 분석에서도 ‘희토류’의 직접적인 관련 단어로 ‘미국’, ‘중국’과 함께 ‘배터리’가 키워드로 언급된다. (이상 하늘색 키워드) 이어 국내 전기차 기업들의 높은 의존도 탓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상 붉은색 키워드)와 반도체 기업들의 해외 시장 도전에 미치는 악영향(노란색 키워드) 등이 함께 언급되어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산업군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광범위한 영역에 펼쳐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자산업 전문가들은 지난 2021년 말 요소수 대란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저가 제품의 수입 물량이 부족해질 경우 해당 산업군뿐만 아니라 연결된 다른 산업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전기 관련 산업 전체가 생산 과정에서 비용 구조로 문제를 겪을 경우 심각하게는 수출 시장에까지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도 희토류 자석 수출을 막을 경우에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본 제품 가격이 크게 뛸 확률이 높아 지금부터 대안을 확보해야 대란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