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투자로 재생에너지 시설 구축하는 ‘루트에너지’, 45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 유치

재생에너지 사업에 ‘크라우드 펀딩’ 접목, 지역 주민과 함께 재생에너지 시설 구축한다 시설 설립 반대하는 지역 주민 ‘투자자’로 변신, 공공 소유 부지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 정부 수주 프로젝트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업, 차후 그 이상의 가능성 입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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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트에너지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주민 참여 솔루션 기업 루트에너지가 4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30일 밝혔다.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와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후속 투자자로 나섰으며, KDB산업은행과 현대해상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74억원이다.

2013년 설립된 루트에너지는 지역 주민이 재생에너지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루트에너지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베트남 지사 확대와 함께 글로벌 기업의 RE100 이행 솔루션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자체 자산을 늘리는 IPP(민자발전사업) 사업을 추진하고, 해상풍력의 주민참여 사업 수요에 맞춰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

루트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 A 투자 심사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자문·금융·운영 솔루션 시장을 개척한 점, 약 12GW 규모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재생에너지 시설 구축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중립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우리나라도 신속하게 재생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은 좀처럼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 주민이 재생에너지 시설 구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반려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사업 중 약 80%가 주민 갈등으로 인해 무산됐으며, 반대 민원이 없는 땅은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설립된 기업이다. 주로 부지를 장기 임대해 풍력이나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때 발전소 구축에 필요한 재원은 지역 주민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달한다. 일반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은 창의적 아이템을 가진 자금 수요자가 중개업자(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루트에너지는 이 같은 개념을 발전소 구축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혁신적 기후 핀테크’라는 비전하에 루트에너지는 기후 펀드, RE100 솔루션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 펀드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저탄소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업자에게 대출을 제공해준다. RE100 솔루션은 기업들이 RE100을 이행하기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대부분의 수익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투자와 대출을 연결해주며 받는 수수료를 통해 창출한다.

최근에는 한전엠씨에스와 신재생에너지 및 송·변전설비 인근 지역 상생,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서비스 고도화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와 송·변전설비 인근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지역 수용성을 제고해 더욱 전문화된 주민참여형 토탈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장기적인 협업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및 태양광 발전소 A/S 분야 등 신사업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다.

사진=루트에너지

주민을 산업 이해관계자로, ‘커뮤니티 펀딩’

루트에너지의 주력 사업은 지역 주민을 재생에너지 산업의 이해관계자로 포함하는 금융 솔루션 ‘커뮤니티 펀딩’이다. 재생에너지 시설이 건립되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설 건립 비용을 함께 투자할 수 있도록 마케팅, 홍보, 투자자 모집, 사후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 중 에너지 분야 비전문가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직접 자금 조달보다는 크라우드 펀딩 형태의 간접 참여 형태를 선택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이 모두 필요하다. 루트에너지는 주민들이 상환에서 우선순위를 갖는 채권형을 통해 타인자본 1순위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후 태양광·풍력 발전소,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구축 사업에 공공기관과 함께 투자하고 수익금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량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펀딩 참여자는 판매한 전기 수익의 8% 이상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주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수익성’이다. 루트에너지가 사업을 진행하는 발전소 부지는 대부분 지자체나 공기업 등이 소유한 공공 부지인 만큼, 돈을 떼일 염려가 없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강원도청과 한국동서발전이 사업자로 참여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사업’은 20년간 연수익률이 8.2%에 달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해당 펀딩에는 태백시민 250여 명이 참여했으며 총 1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트에너지는 발상의 전환 및 새로운 시장의 개척으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ESG 스타트업이 마주한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바로 자체 매출액 없이 정부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개척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 수준에서 안주할 수는 없다. 루트에너지가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정부 프로젝트 이상으로 수익을 내고, 시장에서 한층 영향력을 떨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