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레이터’ 등장으로 주목받는 BNPL 서비스, 국내 및 글로벌 시장 동향 어떨까

BNPL 서비스 ‘애플페이 레이터’ 출시, BNPL 서비스에 시장 이목 쏠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운영되는 국내 BNPL 서비스, 이용액과 연체율 동시 급증 BNPL ‘선두주자’ 미국·싱가포르서 규제 필요성 대두, 우리나라도 관련 제도 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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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애플

최근 한국에 상륙한 애플페이가 28일(현지시간) 자체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인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를 출시했다. 애플은 이날 미국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애플페이 레이터 기능을 출시했으며, 차후 몇 개월 내로 자격을 갖춘 다른 이용자들도 애플페이 레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애플페이 서비스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실제로 지난달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 소식이 전해지자, 기존 경쟁사였던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애플페이 레이터가 국내에 언제, 어떤 형태로 도입될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 간편결제·후불결제 시장의 대응도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BNPL 시장의 성장세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BNPL(Buy Now Pay Later)은 핀테크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무이자로 상품 대금을 분할해서 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할 때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먼저 가맹점에 대금 전액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결제 업체에 여러 차례에 걸쳐 대금을 나눠 납부하게 된다.

얼핏 신용카드 할부 결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신용 등급 요건을 충족해야 발급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BNPL은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연회비 및 분할납부 수수료 또한 없다. 기존 카드사들이 소비자의 지속적인 연체에서 이익을 얻는 반면, BNPL 기업들은 판매 기업에 신용카드사 대비 3~4배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며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마이너스 통장 등 다수의 대체재가 존재하는 국내 시장에서 BNPL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핀테크 업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네이버·카카오·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후불결제’라는 이름의 BNPL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BNPL 서비스의 핵심인 분할납부 기능은 현재 제공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신파일러(Thin Filer, 적은 금융거래 실적으로 인해 불리한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 이력 부족자) 위주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네이버

먼저 카카오페이의 모바일 후불형 교통카드 서비스는 지난 5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해당 서비스는 선불 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의 충전금이 부족할 경우 최대 월 15만원 한도에서 BNPL을 허용한다. 버스·지하철·택시·하이패스 등 대부분의 교통수단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를 활용해 소비자의 결제 한도를 책정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4월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는 만 19세 이상, 가입 기간 1년 이상인 네이버페이 회원 중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 한도액은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ACSS을 활용해 산정한다. 토스 역시 ‘토스페이’를 활용해 네이버와 유사한 형태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167억4,400만원에서 12월 말 406억7,400만원으로 6개월 사이 142.9% 급증했다.

꾸준한 수요가 입증되자 국내 카드사들도 후불결제 시장에 속속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7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인 무신사가 운영 중인 ‘솔드아웃’에 후불결제 서비스인 ‘카드없이 분할결제’를 오픈했다. 다만 9월 말부터 서비스를 임시 중단했으며, 현재는 서비스 보완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소액 신용 결제 기능을 담은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신용카드는 아니지만 체크카드 결제계좌 잔액이 부족해도 최대 3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최대 24개월까지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4월 통합 결제 기업 다날과 후불결제 서비스 구축·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를 체결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도 지난해 4월 대안신용평가 전문사 크레파스솔루션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파일러 대상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BNPL 선두주자 싱가포르의 ‘규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BNPL 서비스가 먼저 안착한 국가다. 싱가포르 BNPL 시장의 총 상품 가치(Gross Merchandise Value, GMV)는 2021년의 5억720만 미국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8년까지 3억2,230만 미국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MAS)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BNPL 거래액은 2020년 1억1,400만 싱가포르 달러에서 2021년 4억4,000만 싱가포르 달러로 급증했다.

싱가포르에서는 BNPL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결국 다수의 소비자가 연체 문제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MAS는 BNPL 결제액이 전체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결제액 총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BNPL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이용자가 결제 기한을 지키지 않을 때 계좌를 정지시키는 등 고객이 과소비를 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atome

BNPL 서비스 제공업체인 ‘Atome’은 결제 마감일을 놓치면 즉시 고객의 계정을 정지한다. 고객이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결제 금액을 청산하고 15달러의 균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Grab’의 BNPL 서비스인 ‘PayLater’는 앱 내 거래 이력을 바탕으로 개인별로 지출 한도를 설정, 소비자의 과소비 위험을 줄인다.

2021년 11월 BNPL 서비스 제공업체 훌라(Hoolah)를 인수한 ‘샵백(ShopBack)’은 소위 ‘고객을 알아라(Know Your Customer, KYC)’라는 이름의 점검을 실시한다. KYC란 싱가포르 정부의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한 User ID와 Password인 싱패스-마이인포(Singpass-Myinfo) 및 정부 출처의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기관이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식별하는 과정을 뜻한다.

최근에는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 핀테크 협회(Singapore FinTech Association)는 MAS의 지침에 따라 모든 BNPL 제공자에 대한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시행했다. 해당 행동강령은 BNPL 서비스와 관련해 결제 기한을 지키지 않은 이용자에 대한 계좌 정지, 투명한 수수료 관리,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소비자 지원 확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CFPB도 BNPL 서비스 위험성 우려

미국에서도 BNPL 서비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FPB)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이뤄진 민간 BNPL 거래는 약 1억8,000만 건, 거래 금액은 242억 달러에 달했다. 2019년 총거래가 1,680만 건, 거래 금액은 20억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각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1회 평균 구매 금액은 135달러였다.

미 CFPB는 지난해 9월 펴낸 시장모니터링보고서에서 BNPL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보고서는 BNPL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신용카드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소비 및 소비자 부채 관련 위험성이 부각됐다. CFPB는 소비자가 BNPL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분할납부로 인해 해당 상품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봤다. 각기 다른 BNPL 기업으로부터 동시에 대출을 받는 이른바 ‘대출 쌓기'(loan stacking)도 문제로 지적됐다. BNPL을 통해 대출을 받는 소비자가 자신이 실제 어느 정도의 돈을 빌렸는지 감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소비자 보호 및 분쟁 해결 방안, 데이터 보호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CFPB가 공식적으로 BNPL 관련 우려를 드러낸 만큼, 미국에서는 차후 관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미국 규제 당국의 결정은 전 세계 BNPL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BNPL 거래 규모 확대로 인한 부작용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후불결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 연체율은 각각 2.14%, 3.48%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말 연체율 1.48%, 1.15% 대비 각각 약 1.5~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1% 전후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BNPL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몸집을 불려 가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빅테크 기업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여신전문업 라이선스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절한 규제와 질서 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맞는 제도가 확립되어야 관련 시장이 안정되고, 기업 간 건강한 경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