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결제 수수료 없는 해외결제 서비스’ 트래블월렛, 197억 시리즈 C 투자 유치

복잡한 크로스보더 정산 과정 간소화, ‘다이렉트 정산’으로 불필요한 비용 절감해 환전 수수료·해외 가맹점 이용 수수료·해외 ATM 인출 수수료 無, 꾸준한 성장세 이번 투자 통해 확보한 재무 건전성, 국내 핀테크 규제 속 버팀목 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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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래블월렛

글로벌 페이먼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트래블월렛이 197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SK증권,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CJ인베스트먼트, BNK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트래블월렛은 자기자본 375억원, 현금성 자산 700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트래블월렛의 고객 선불충전금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트래블월렛은 해외여행이나 해외 직구 시 결제 및 환전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래블월렛 앱을 통해 38개국 통화 중 원하는 외화를 환전·충전하면 이용자는 이를 전 세계 1억 곳의 VISA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환전 수수료의 경우 달러 및 유로, 엔화는 무료이며 그 외 통화는 국내 최저 수준의 수수료만 부과된다.

오는 5월에는 클라우드 기반 B2B(기업 간 거래) 지불결제 솔루션을 론칭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래블월렛은 해당 솔루션을 통해 국내 및 국제 지불결제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 향후 페이먼트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초기 비용 투자 없이도 지불결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 결제 정산 과정 간소화해 비용 절감

해외여행을 갈 때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환전이다. 환전을 위해 현금을 챙기자니 도난이나 분실의 우려가 있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기에는 해외 결제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Travel Wallet)은 외화를 선불로 충전해 놓고 쓰는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트래블페이카드’를 출시했다.

일반적인 비자(VISA), 마스터카드를 사용할 경우 원화 결제로 인해 환전 수수료와 해외 결제 수수료가 동시에 부과되는 반면 트래블페이카드로 해외 결제 시 정확히 영수증에 찍힌 금액만이 현지 화폐로 인출된다. 미리 충전해놓은 외화를 사용하는 체크카드인 만큼 해외 결제 수수료 부담이 없으며, 환율이 낮을 때 미리 외화를 충전해둔다면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서비스의 비결은 정산 과정 단순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 크로스보더 정산 과정에서 있어 카드사는 고객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외화로 전환하고, 이를 가게 주인에게 입금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트래블월렛은 이런 국제 정산 및 결제 과정을 단순화하고 ‘다이렉트 정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비용을 절감에 성공했다.

사진=트래블월렛

비자와의 협력으로 이용자 혜택 극대화

트래블페이카드는 지난해 1분기 2만5,000장, 2분기 5만5,000장, 3분기 15만5,000장이 발급됐다. 2022년 말까지 누적 카드 발급 수량은 60만 장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꾸준한 성장세의 비결로는 환전 수수료, 해외 가맹점 이용 수수료, 해외 ATM 인출 수수료가 모두 무료라는 꼽힌다. 트래블월렛 서비스의 주요 통화국(미국, 일본, 유럽)의 환전 수수료는 무료이며, 기타 통화국(중국,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환전 수수료는 국내 최저 수준이다.

트래블월렛은 비자와의 협력을 통해 수수료 혜택을 극대화했다. 글로벌 최대 신용카드 브랜드 비자의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인 ‘핀테크 패스트트랙(Fintech Fast Track)’의 첫 번째 수혜사로, 2020년 4월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트래블페이카드 이용 고객은 전 세계 VISA 가맹점에서 수수료 없이 카드 결제가 가능한 것은 물론, VISA 로고가 있는 ATM에서 월 500불 이하 인출 시 카드사 수수료도 면제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이렉트 정산’으로 환차손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일반 신용카드로 해외 결제를 할 경우 해당 국가 화폐를 달러로 환산하고, 그 후에 다시 원화로 환산하는 단계를 거치며 몇 차례 환차손을 보게 된다. 반면 트래블페이카드로 결제할 경우 이용자가 미리 환전·충전해 둔 해당 국가 화폐로 바로 결제되어 환차손이 발생하지 않는다.

각종 편의 기능도 제공된다. 단말기에 터치만 하면 결제가 되는 컨택리스 기능이 탑재돼 있어 따로 현지 교통카드를 발급받지 않아도 런던, 바르셀로나 등 일부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나 분실했을 때는 카드 ON/OFF 기능을 통해 이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일부 단점도 존재한다. 트래블페이카드는 충전식 체크카드인 만큼 남은 외화를 원화로 환불할 경우 구매 시가 아닌 판매 시 환율이 적용돼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트래블월렛이 내세운 수수료 0%는 사실상 ‘구매 시’에만 적용되는 셈이다.

사진=트래블월렛

규제 장벽에 부딪힌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전 세계 1,200개 이상의 유니콘 중 21%가 핀테크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핀테크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트래블월렛의 경쟁사도 다수 존재한다.

먼저 2015년에 설립된 핀테크 기업 센트비는 자체 기술인 자동외환헷징시스템(AHS)을 도입해 수수료를 기존의 최대 90%까지 낮추고, 빠른 송금 속도와 간편한 절차로 기존 외화 송금 및 결제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했다. 회사 측은 센트비를 통해 이용자가 절감한 수수료가 약 1,8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위치원(Switchwon)은 누구나 외화를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2022년 상반기 금리 인상 및 환율 변동으로 ‘환테크’ 개념이 활성화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환테크는 달러, 엔화 등 외환을 활용한 재테크를 뜻하는 말로, 환테크에 뛰어든 개인이 손해 없이 환전이 가능한 스위치원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이처럼 국내 핀테크 시장에서는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인 핀테크 ‘유니콘’은 토스가 유일하다. 핀테크 분야의 높은 규제 장벽이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 분야의 경우 테러 자금, 탈세 등 악용될 위험이 커 핀테크 시장 내에서도 규제나 운영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정부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법제화를 위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전통 산업인 금융업 시장은 아직 눈에 띄게 변화하지 못했다. 규모와 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은 스타트업이 긴 시간 누적된 규제 장벽을 뚫는 것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 투자금은 규제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힐 경우 트래블월렛에 재무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