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허브도시’ 조성에 140억 쏟아붓는 인천시, ‘전시행정’ 비판 제기돼

연구용역 거쳐 ‘블록체인 허브도시’ 조성 전략 수립 예정, 140억원 투입 활용도 낮고 사회적 인식 부정적인 블록체인 기술, 대규모 예산 배정에 ‘전시행정’ 비판 공급자 중심 서비스 개발로 예산 낭비는 그만, 기술 실용성 제고·국민 인식 개선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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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전경/사진=인천시

인천시는 블록체인 허브도시 인천 조성을 위한 4개년(2023~2027년)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단계별 실행 전략을 도출하고, 향후 4년간 140여억원을 투입해 마스터플랜에서 수립된 블록체인 전략 사업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이 지자체에서 거금을 들여 투자할 만한 분야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블록체인은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로, 주로 암호화폐나 가상 금융 거래에서 분산 원장을 만드는 데 쓰인다. 실생활 내 활용 범위가 넓지 않을뿐더러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차후 성장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아울러 사회적 인식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는 이미 극심한 변동성과 반복되는 대규모 손실 사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지 오래이며,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NFT 역시 이 같은 ‘코인’의 일종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인천시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어떤 사업을 펼치려 하는 것일까.

4년간 블록체인 사업에 140억 투자한다

인천시의 이번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용역은 차후 4년간의 단계별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도출하고 장기적인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해 실시된다. 이번 용역에서는 △국내·외 현황 조사 및 분석을 통한 단계별 로드맵 수립 △디지털 경제특구 조성을 위한 전략 수립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인천시 특화 서비스 모델 발굴 △인재 양성, 기업 유치 등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 및 도시 브랜드 향상 방안 등 블록체인 사업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향후 4년간 약 140억원을 투입해 마스터플랜에서 수립된 블록체인 전략 사업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블록체인 산업 선도 도시 구축을 위한 사업 추진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술혁신 지원센터 유치를 통한 실증·사업화 확대, 블록체인 칼리지 개설, 블록체인 기술 서밋 포럼 개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선례

부산에도 유사 사업인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실증사업’이 존재한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는 물류, 관광 등 부산 강점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지정 구역 내에서 특례를 적용받아 선도적으로 실증하는 특별지구다. 지난 2019년 8월 특구로 지정되었으며 내년 12월까지 특구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1차 사업으로 진행된 ‘스마트 투어 플랫폼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부산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편리한 결제·정산 기능을 제공하고, 소비 패턴 분석에 따라 이용객 보상·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결제·정산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도 평창군의 ‘여행자 카드’와 같은 모델로 얼마든 대체 가능하며, 소비 패턴 분석 서비스 역시 블록체인이 아닌 일상생활에 곧잘 활용되는 빅데이터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생산자의 수산물을 추적하고 기록해 원산지 위변조 방지, 신선도 유지, 유통기간 단축 등의 편익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 역시 박스에 태그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미 물류 시장에서 통용되던 기술이다. 충분히 대체재가 존재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발전 없이 그저 블록체인 기술을 ‘끼워 넣는’ 서비스가 대거 등장한 것이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스마트 콜드체인 개조 차량/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 밖에도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시민이 생활 속에 안전 위협 요소를 직접 촬영해 신고할 시 보상을 제공하는 ‘공공안전 영상 제보 서비스’ △부동산 펀드를 디지털 자산화해 일반 투자자에 판매·유통하는 ‘부동산 집합투자 및 수익 배분 서비스’ △가명 처리한 의료 마이데이터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수집·활용하는 ‘의료 마이데이터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상기 사업은 블록체인 사업이 아닌 단순 ‘데이터 결합 사업’에 가깝다.

기존 기술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에 ‘블록체인’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 4차 산업 혁명일까.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다고 해도 서비스의 퀄리티가 지지부진하다면 이를 ‘혁신’이라 칭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 활용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인천시 역시 이 같은 비판 어린 눈빛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에 대한 의구심

인천시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 다수의 정부·준정부기관이 지속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가 대부분 공급자 중심으로 기획되기 때문이다. 상기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블록체인 기술은 소비자 수요가 집중되는 제조업, 의료, 유통, 교육 등 전통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가상자산 분야로 활용처가 한정된 만큼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개인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활용할 기회도, 이로 인해 얻는 이익도 없는 셈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사지 못하는 정부 지원 사업에 140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것을 두고 이른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 배정보다 기술의 실용성 제고를 통한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